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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개좆같다(迷宮クソたわけ)」
제 60화 교회


내가 노예 신분에서 자신을 해방시키기 위해 변제해야할 금액은, 원금에 높은 이율과 복리가 작용하는 까닭에 당초에 비하면 거의 줄어들고 있지 않았다. 결국, 벌면 벌수록 내 채권을 소유하고 있는 주인의 지갑이 두둑해질 뿐이다.

하지만 일을 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채무 변제가 극단적으로 정체하게 되면, 사용자 측의 고발에 의해 노예감리국이 나서게 된다. 악랄하다고도 알려진 노예감리국은 게으른 채권노예에게 제재에 가까운 경고를 한다. 만약 그래도 채권노예의 나태함이 낫지 않는다면, 소정의 절차를 거쳐 범죄노예로 신분을 격하시킨다. 

그렇게 되면 인생 끝이다. 평생 노예 신분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고, 본보기로서 혹독한 일에 강제로 종사당해 지독하게 착취당한 끝에 단기간 내에 목숨을 소비당한다. 그러니 지속적으로 어느 정도의 금액은 벌어야만 했고, 불만스러운 얼굴이나 반항적인 태도도, 주인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밖에는 내보이지 못한다.

내가 어울리지도 않는 거친 일로 밥벌이를 하고 있는 것은, 결국 채무를 변제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었다. 악의와 위험이 흘러넘치는 미궁에 몇번이고 발걸음을 옮겨, 목숨을 걸고 돈을 벌어 타인을 기쁘게 한다.

남자 행원은 그걸 부럽다는 듯이 말했던가? 은행에서 일하며 매일을 보내는 그가, 나보단 훨씬 평화롭고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그는, 느닷없이 배를 찢기는 일은 없겠지.



행원과의 약간 맥빠진 회화를 끝마치고, 나는 교회로 향했다. 교회라곤 해도 기도를 하러 가는 건 아니고 지인이랑 만나는 것이 목적이었다. 도시의 끄트머리에 서 있는 거창한 구도의 석조 건물이『황야의 집 교회』의 예배당이지만, 용무가 있는 건 그 옆에 서 있는 숙소였다. 훌륭한 예배당에 비하면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교회 숙소로서 30명 이상이 묵는다는 점에서 그 크기는 상당히 컸다.

「죄송합니다, 스테아 있습니까?」

문을 열고 물으니, 문 바로 옆 방안에서 키가 큰 늙은 여자가 나왔다. 빼빼 말라서 고목이 서 있는 것처럼도 보이는 노파는 '로옴'이라는 이름으로, 이곳의 사감이다. 특징적인 차가운 눈초리가 좀 거북해서, 나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티를 내지 않고 시선을 피하면서, 몸을 뒤로 젖혔다.

「안녕하세요, 로옴 선생님」

그녀는 감정을 잘 읽는 사람이었기에 아마 내 기피감 따위 벌써 전해졌을 테지. 그렇다고 해도 나는 성심성의껏 미소를 지으면서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마법사 씨. 저희 교회 사람에게 무슨 용건이신지요?」

로옴 선생은 항상, 이 질문을 던져온다. 그 때마다 나도 똑같은 대답을 늘어놓는다.

「로옴 선생님께서 들어주실만큼 대단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극히 사적이고 시시한 내용이니만큼 직접 그녀에게 말하도록 할께요. 스테아는 있습니까?」

빙빙 둘러서 신경쓰지 말라고 말하고 있는 것으로, 그녀 역시 그걸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우둔하진 않다. 그 증거로서, 눈썹을 찌푸리며 나를 돌아본다.

「안타깝게도 스테아는 볼일이 있어 밖에 나가 있습니다. 차를 내어드릴 테니 응접실에서 기다리세요」

몇번이나 스테아를 방문한 일은 있었지만, 항상 숙소나 예배당에 있었지 외출해 있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치만, 이 여자가 끓여주는 차는 마시고 싶지 않았다.

「아뇨, 그럼 너무 죄송스러우니, 전 밖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같은 말을 두번 이상 반복하는 건 좋아하지 않아요. 응접실에서 기다리세요」

로옴 선생은 한층 더 강한 어조로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감시하에 놓여 있는 사람이 아니다. 누가 뭐래도 내 행동을 강제할 권리는 그녀에겐 없었다.

「저랑 마음이 잘 맞으시네요. 같은 말을 몇번이고 반복하는 건 저도 안 좋아합니다. 정말로요」

싱긋 하고 웃어보인다. 대조적으로 로옴 선생의 표정은 험악해지더니, 결국 눈을 감고 심호흡을 시작했다.

「같은 회답을 반복하는 건 서로 서로 무익하겠지요. 네, 알겠습니다. 똑똑히 말해 두죠. 노예가 현관문 앞을 어슬렁대고 있으면 불필요한 문제를 불러 일으킬 소지가 있습니다. 어지간히 떨어져서 기다리고 있을 게 아니라면, 응접실에 앉아 기다려 주세요」

알기 쉽게 차근차근 설명하며, 로옴 선생은 눈을 떴다. 이 도시의 자유시민 중 일부는 노예와 친하게 지내는 것을 문제시하는 사람도 있었다. 게다가『황야의 집 교회』에서는 노예해방을 주장하고 있기도 했다. 나같은 존재가 교회 사람과 친구로서 평범하게 사귀는 것도, 반대로 노예처럼 취급당하는 것도 어느 쪽이건 간에 어딘가에선 불평이 날아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야기는 달랐다.

나에겐 로옴 선생이 거북한 상대였지만, 그것 때문에『황야의 집 교회』를 난처하게 만들 수는 없었다. 나는 포기한 듯이 아무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 역시 비슷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먼저 걸어나갔다.

응접실에는 서로 마주보게 배치된 소파와 낮은 키의 테이블이 있었다. 내가 앉아서 기다리고 있자, 얼마안가 로옴 선생이 차를 가지고 왔다. 테이블에 차를 놓더니 사감실에 되돌아가지 않고, 내 기대를 배신하듯 반대편 소파에 걸터앉았다. 결국 본심을 숨기지 못하고 표정이 새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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