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펑크 세계관] 나이트 시티(Night City)의 역사 #3

 

 4차 기업 전쟁(Fourth Corporate War) 직후의 나이트 시티

기업 구획 전체를 날려버린 핵폭발 이후 24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나이트 시티는 방사능 때문에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역으로 변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나이트 시티 주민들은 아주 큰 영향을 입지는 않았는데, 이들의 몸에 사이버네틱화가 상당부분 진행되어 있었거나, 방사능 필터를 체내에 이미 설치한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핵폭발과 그 후폭풍이 나이트 시티 주거지역의 태반을 파괴했습니다. 게다가 도시 지하에 깔려있던 가스관・수도관・전기 시설망은 모조리 용해되어 버렸고, 거리는 아스팔트 잔해들과 폐허가 된 자동차, 추락한 에어로다인(Aerodyne) 등이 고층 빌딩의 잔해들 사이에 흩어져 있었습니다. 

이 당시 나이트시티에서는, 기업구획에서의 핵폭발 때문에 2백만이 넘는 사람들이 보금자리를 잃어버렸습니다. 직접적으로 주거지가 파괴당한 사람도 있었으며, 핵폭발로 인해 도시 기반이 용융되어, 자신이 살던 주거지역이 침수피해를 입어 그렇게 된 사람도 있었습니다. 곧  웨스트브룩(Westbrook), 퍼시피카(Pacifica), 헤이우드(Heywood), 그리고 남부 나이트 시티 교외지역은 생존자들이 우글거리는 텐트 도시가 되었습니다. 다만, 이런 엄청난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이트 시티는 브라질의 리오(Rio)나 홍콩(Hong Kong)에 비하면 그나마 상태가 괜찮은 편이었다는 점이 웃음 포인트죠. 

어찌되었건, 나이트 시티 내의 주거지역 뿐만 아니라 생활 인프라의 태반이 파괴된 상태였기 때문에, 나이트 시티에서 멀어질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교외로 향했습니다. 사람들은 북쪽으로, 남쪽으로, 동쪽으로 가능한한 나이트 시티로부터 멀어지려 했습니다. 생존을 위해 사람들은 마지못해 하나로 뭉치기도 했지만, 이들은 나이트 시티의 재건 같은 건 생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이들의 최중요사항은 음식과 깨끗한 물 그리고 피신할 곳을 찾는 것이었으니까요. 그리고 그 중 일부는「노마드(Nomad)」가 되기도 했습니다. 

 

 핵폭발 사건에 대한 미 정부의 거짓 주장

황당하게도, 미 합중국의 크레스(Kress) 대통령은 나이트 시티에서 벌어진 참극에 대해,「아라사카(Arasaka)」에게 책임을 물었습니다. 비록「밀리테크(Militech)」의 타격대에게 핵무기를 제공하도록 결정한 것은 그녀 자신이었음에도 말이죠. 이때 미국 정부는 "밀리테크에 의해 아라사카의 나이트 시티 지사를 점령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아라사카가 핵폭발을 통해 기업 구획을 통째로 날려버렸다." 라는 거짓 투성이 설명을 내놓았습니다. 

사실 소문에 의하면, 아라사카는 이 당시 밀리테크가 사용한 소형 핵폭탄보다도 훨씬 더 강력한 열핵무기 장치를 아라사카 타워 지반에 묻어두고, 나이트 시티 지사가 점령당할 것 같으면 그걸 터뜨리려는 계획을 세웠는데, 밀리테크의 벌인 핵폭발에 의해 그 계획이 무용지물이 된 것이라고요. 어느 쪽이든 간에, 이 핵폭발 사건에 관련된 증거는 전무한 상태입니다. 

오직 소수의 사람들만이 밀리테크가 지원한 타격대가 이 사건에 개입되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특히 베테랑 솔로이자, 미 정부의 숨겨진 자산이었던 모건 블랙핸드(Morgan Blackhand)는 이 습격에 대한 정보를 엘리자베스 크레스(Elizabeth Kress) 대통령에게 독립적으로 전달했고, 그녀는 이 정보를 밀리테크를 압박하는데 이용했습니다. 밀리테크는 CEO였던 도널드 런디(Donald Lundee) 장군의 예비 위원회를 재활성화하는 방법을 통해, 결국 밀리테크는 국유화를 당하게 됩니다. 

이를 통해 프로파간다를 위한 자원과 군사력을 모두 손에 쥐게 된 크레스는, 곧 아라사카를 만악의 근원으로 선전하기 시작했습니다. 즉, 아라사카 사부로는 오로지 개인적인 힘과 미국 도시를 파괴하는 것에 집착하는 미치광이이며, 그의 회사인 아라사카는 사악한 외국 메가코프라는 프레임을 씌워버렸던 것입니다.아라사카의 미국 내 운영 헌장은 즉시 취소되었고, 아라사카의 직원들과 이사진들은 테러리스트로 선언되었습니다. 이들의 자산은 압류당하거나 국외로 추방당했습니다.

 

 나이트 시티 재건의 시작 / 2030년대

미국의 크레스 대통령은 폐허가 되어버린 나이트 시티를 재건하는데, 짐짓 약간의 관심을 보이는 "척"을 했으나, 실제로는 아무런 흥미도 없었습니다. 그저 많은 전임 대통령들이 대붕괴가 발생했을 때 그랬던 것처럼, 그녀는 나이트 시티가 재건불가능하다고 치부했고, 살아남은 난민들에게는 미 합중국에서의 새로운 안식처를 제공했습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하나는 기업전쟁으로 인해 미국 내 자원이 이미 한계까지 소모되어 버린 상황이었기에, 사실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두번째 이유는, 나이트 시티가 명목상 미국 소속이 아니라「북부 캘리포니아 자유주(Free States of Northern California)」소속인 것에 있었습니다. 즉, 나이트 시티를 폐허가 된 상태로 두는 것만으로도 북부 캘리포니아의 영향력이 감소되어, 결국 연방 정부에게 굴복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나이트 시티 상층부도 바보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런 연방 정부의 속셈을 훤히 꿰뚫고 있었고, 새로운 미 합중국에 편입되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그 대신 나이트 시티는 수많은 무법자 용병들로부터 협력을 구했습니다. 노마드(Nomad) 중「알데칼도(Aldecaldos)」들과 그들의 동맹인「스톰 테크놀로지(Storm Technologies)」가 나이트 시티의 요청에 응했고, 그렇게 재건이 시작되었습니다. 알데칼도 클랜과 스톰테크는 과거 시카고 프로젝트에 참가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도시 재건에 한해서만큼은 대단히 많은 경험을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특이한 장비를 갖춘 이들은, 먼저 화물용 컨테이너를 활용해 피난민들에게 임시 주택을 제공했고, 후에는 철도와 해운을 통해 조립식 모듈을 들여와 대규모 임시 주택을 건설해주었습니다. 

대부분의 기업 구획은 완전히 파괴된 상태였습니다. 남겨진 잔해들은 너무도 커서 매립 지역까지 운반할 수 없었기 때문에, 생존자들은 양 기업 측이 버리고 간 탱크를 이용해 잔해를 만으로 밀어넣었습니다. 나이트 시티에 접해 있었던 지역들에서는 전투가 끊임없이 이어졌었기 때문에, 핵폭발 사건이 벌어지기도 전에 이미 폐허가 된 상태였습니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재건 과정은 나이트 시티와 외부 세계의 관계를 더 공고하게 해주는 역할도 했습니다. 

크레스 대통령과 "신" 미합중국에게 버림받은 이상, 나이트 시티가 미 정부의 통제 아래로 숙이고 들어갈 여지는 없었습니다. 크레스의 후계자들 역시, 특정 자유 지역을 되찾기 위해 길고도 추악한 전쟁을 벌이고픈 마음 따위 없었습니다. 따라서, 나이트 시티는 심지어 당시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골몰하던 아라사카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도 심각하게 고려했습니다. 또 시의회는 나이트 시티의 질서를 어지럽히지 않는 조건으로, 미국의 잠재 적국이었던 유럽 국가들마저 예의 바른 무역 파트너로 삼았습니다. 이러한 외교적 지각 변동은 전부 전쟁과 전쟁으로 인한 파급효과에 의해 발생한 것이었으며, 나이트 시티는 밀리테크와 "신" 미합중국보다 아라사카의 손을 들어주는 쪽으로 점점 기울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