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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개좆같다(迷宮クソたわけ)」
제113화 목감아 메치기(首投げ)Ⅱ


간신히 루가무의 집에 도착했다. 밤도 완전히 깊어진 까닭에, 다들 고요하게 잠들어 있을 집의 현관을 어떻게 열 수 있을까 고민했었지만, 현관 앞에는 루가무가 서 있었기에 그런 걱정은 필요없었다.

「아, 어서와!」

나를 발견하곤 루가무가 손을 흔들었다.

「기다려줬구나. 고마워」

감사를 표하자 루가무는 부끄러운 듯이 몸을 돌렸다.

「그렇지. 기......기다리고 있었어. 아니, 그렇다기보단 와줘서 고마워」

짙은 어둠 속에서도 알 수 있을 만큼 그녀의 얼굴은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견딜 수 없을 만큼 귀엽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녀의 손을 잡았다. 잠시, 동요해서 손을 빼려고 하는 듯했지만 결국 빼지 않았고 도리어 이쪽 손을 잡아왔다.

「아이들은?」

「모두 자고 있어. 우리 집은 아침이 빠르니까」

우리는 손을 잡은 채 집안으로 들어가, 큰 식사용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북방전사단 소동 때부터 루가무와 만나지 못했기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주 많았다.

「돈은 괜찮아?」

상급 모험자들과의 모험이나 그것을 상회하는 1호라는 괴물의 존재보다도, 제일 처음 꺼내야할 화제는 그것이었다.

최근 루가무는 모험에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그건 소속하고 있는 시가플 파티의 휴면이나 아이들을 돌봐야 한다는 게 주된 이유였지만, 다른 수입원을 갖고 있지 못한 그녀는 저금을 깨며 생활하고 있을 터였다. 사교도 토벌 보수로 목돈이 들어왔지만, 그래도 원래부터 있던 빚을 갚아야 했던데다 이 집의 집세를 내고 필요한 가구 및 도구를 구입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거의 남지 않았을 것이다.

「전혀. 거의 남아 있지 않아. 최근에는 위의 두 사람이 일을 시작했지만, 그래도 시민호적이 없는 아이니까 얕보여져서 수입은 얼마되지 않아」

루가무는 분한 듯이 얼굴을 구겼다. 굴강한 전사인 그녀조차 자신들을 둘러싼 부조리는 어찌하지 못한 채 그저 발버둥을 칠 수 밖에 없었다.

「슬슬 시그의 엉덩이를 때려할지도 모르겠네. 나도 지도원이나 서포터가 아니라 시가플 대의 멤버로서 모험하고 싶어」

북방전사들이 끌고 온 문제는『황야의 집 교회』측에 바톤터치했기에, 전처럼 우리가 약점을 감출 필요는 없어졌다. 게다가 강력한 마물이 상층까지 올라오는 이상사태도 일단은 종식되었다. 덕분에 지금 우리들의 재결합을 방해하는 장애물은 적었다. 파라고는 아직 도시에 돌아와 있지 않았지만, 슬슬 돌아와도 이상하지 않을 타이밍이다.

무엇보다, 최근에는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다. 만약 내가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러 죽게 된다면 적어도 동료들에게 에워싸인 채 죽고 싶다고.

「그럼, 내일이라도 둘이서 시그를 걷어차러 갈까?」

루가무는 장난스럽게 웃었다. 나도 기뻐져서 같이 웃었다. 그 후, 밤이 깊을 때까지 우리는 대화를 계속했다. 교회의 기묘한 암살자나 소문으로만 들었던 상급 모험자들에 대한 이야기. 1호라고 하는 강력한 마물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내가 조금은 더 강해졌다는 이야기도 했다.

「뒤쳐지는 건 싫은데」

루가무는 쓸쓸한 듯이 말했지만 애초에 모험자로서의 적성이 하늘과 땅 정도로 차이가 있었기에, 현 시점에서도 그녀가 압도적으로 더 강했다. 내가 다소 강해졌다고 해도 역학관계가 뒤바뀔 일은 없겠지. 모험자에겐 내 체험담이 좀 더 자극적이었겠지만, 그래도 나는 그녀가 말하는 최신 일상 이야기가 훨씬 더 재미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자고 일어나서 요리하고. 실패나 성공을 거듭하면서 눈깜짝할 새 하루가 끝난다. 생각지도 못하게 굴러들어 온 평온하고 소란스러운 나날에, 나는 격렬한 갈망을 느꼈다. 루가무가 있어주고 아이들이 있어주고 기와 메리아도 있어주고 그리고 그곳에 내가 함께 있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를 사랑해준다면. 그곳에는 진짜 혈육들에겐 무시당하며 자랐던 내가 느껴본 적 없는 행복한 나날이 기다리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안된다.

나에게는 아직 빚이 남아 있었다. 차라리 1호가 말하는대로 빚을 떼먹고 웃어넘길 수 있으면 좋겠지만, 상급 모험자도 아닌 내가 그런 짓을 했다간 노예감리국께서 강림하시겠지. 결국, 성실하게 빚을 갖아나가는 나날을 계속할 수밖엔 없었다.

「빨리 결혼하고 싶네」

내 말에 루가무는 부끄러운 듯이 고개를 숙였다. 밤은 더욱 깊어졌고 머지않아 새벽녘이 찾아오겠지. 이젠 아이들이 깨는 일도 없을 것이다. 우리는 서로 졸린 눈을 비비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제 슬슬 자러가야한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일어서서 그대로 루가무의 침실로 이동했다.



아침, 이라기 보단 점심인가?

눈을 뜨니 태양은 이미 높이 솟아있었다. 나는 알몸 상태에서 잠들었지만 옆에서 잠들어 있어야할 루가무의 모습은 없었다. 귀를 기울여보니 아이들과 활기차게 떠들고 있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루가무 덕분에 놀랄 정도로 마음이 가벼워졌다. 참을 수 없어져서 이불을 끌어당겨, 있는 힘껏 부둥켜 안았다.

내가 이 도시로 처음 끌려온 때에 비하면 지금은 소중한 것들이 많이 생겼다. 그것들이 나를 지탱해준 덕분에 나는 아직 살아 있는 것이다. 분명 앞으로도 이런저런 사람들과 만나서 이런저런 생각을 할테고, 이런저런 상황에서 이런저런 일을 하겠지. 그리고 그러다가 안좋은 꼴도 당할 것이고.

하지만 스스로도 우스러워질 만큼 어울리지 않지만, 그래도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모험을 더 열심히 하자고 마음 속으로 굳게 결심했다.




역자왈)
미궁 2부는 이번화로 완결입니다.
3부는 주정도 쉬었다가 재개할 예정입니다.
11월 중에 만화 2부도 연재 시작된다고 하니
소설 3부도 그 타이밍에 맞춰서 재개할 계획입니다.

개인 사정상 블로그 활동 자체를 최소 6개월은 못할 것 같습니다.
기다리고 계신 분들께는 정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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