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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개좆같다(迷宮クソたわけ)」
제111화 삼두회담
「어쨌든 이제부터가 문제다」
나프로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미궁을 나온 직후의 흥분은 가라앉은 듯 보였지만, 그래도 아직 감정의 불꽃은 사그라들지 않은 것 같았다.
「저 마물, 10일 이내에 오라고 했었지. 다른 녀석들이 돌아오기에는 시간이 안맞아. 그렇다고 해서 이번이랑 똑같은 멤버로 가봐야 당하는 만큼 손해다」
나프로이의 짐승같은 눈동자가 다가올 재전을 지그시 원하고 있었다. 대체, 이 사람들에 대해 나는 누구의 입장에 서서 상황을 봐야하는 걸까?
「애초에 싸울지 말지도 정해야한다고 나는 생각하네만」
브란트는 콧수염을 매만지면서 말했다. 그 동작은 우아해서, 한나절 전까지만해도 죽어있었던 사람으로는 도저히 보이지 않았다.
「약속을 했지 않는가? 얌전히 있어 준다면 그걸로도 충분하다고 보네만」
「뭔 개소리하는 거냐? '나리'는 인간이었지만 저건 마물이라고. 언제 마음이 바뀔지 모른다. 저년이 다시 뭔짓을 벌일 때, 그때도 운좋게 나나 우르가 여기 있을 거라고 생각하냐?」
「그녀는 약속을 지킬겁니다」
무심코 나는 말을 입에 담고 말았다. 세 사람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된다. 그들의 시선은 무섭다. 죽이려고 마음만 먹으면 나같은 건 간단히 죽임당할 테고, 또 그런다고 그들을 책망할만한 사람도 그들 이외엔 없을 테니까.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브란트의 날카로운 시선이 나에게 못박혔다. 아까 전처럼 아무 생각없이 감정만 드러난 말을 해서는 안되었기에, 두뇌를 필사적으로 회전시켰다.
「그녀......굳이 그녀라고 말하겠습니다만, 잠시 대화를 했습니다. 그 느낌으로 그렇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당신은 지독한 꼴을 당했다고 했잖아?」
우르 스승님은 걱정스럽게 나를 바라봤다. 나는 1호에게 받은 시술에 대해 이야기할까 말까를 고민했다. 분위기상 그것 때문에 내가 처분당할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 불이익도 없을 거라고는 단언할 수 없었다. 반면 그들에게 사실을 밝힌다고 해도 내게 득이 될 것 같지는 않았기에 결국 비밀로 하기로 결심했다.
「네, 그녀의 '그림자 넘기(影渡り)'라는 이동방법에 말려들어 발을 절단당했습니다. 그 밖에도 이것저것 있었습니다. 하지만 보시는 대로 회복마법으로 치료해준 것도 그녀였습니다. 게다가 직접 대화해보니 그녀는 순수했습니다」
심심풀이로 논 것뿐. 흥미가 생겼으니 데리고 가버린 것뿐. 공격받았으니까 반격을 했을뿐. 만약 그렇다면, 약속으로 구속해두는 편이 가장 좋았고 그걸 굳이 이쪽에서 깨버리는 것은 악수(悪手)였다.
「게다가 나프로이 씨의 동료들이 돌아오기도 전에 첫번째 면회를 하게 되니, 제가 그 시간 동안 대화하며 관찰하겠습니다」
나프로이는 유쾌하지 않다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
결국 다른 방법이 없다.
나는 둘째치고, 이번 파티 멤버를 상회하는 인물은 지금 이 도시에는 없었다. 그 상태에서 1호의 역린을 건드리는 것만큼은 피하는 게 좋았다. 무엇보다도 나는 심정적으로 그녀를 토벌대상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1호가 테리오프레프에게 자신을 겹쳐보고 있는 것처럼, 나도 그녀들을 겹쳐서 보고 말았다. 한번 죽어버린 그녀를 두번이나 죽이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도, 영광의 메달을 전해줘도 되는 걸까?」
우르 스승님은 입을 열었다.
「저 마물은 마력 그 자체야. 우리와의 전투중에 2번, 소멸할 뻔했어. 그래도 그 때마다 방대한 마력을 두르며 부활했어. 그 마력의 근원이 아마, 그 메달이었을 테지」
단 한번의 전투만으로 우르 스승님은 거의 정답에 가깝게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래서, 저 마물이 앞으로 몇개의 메달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개수만큼 저 마물은 죽이기 힘들어지겠지」
「어이, 그럼 메달을 건네주면 안돼잖아」
확실히, 메달을 건네주면 건네줄 수록 그녀는 강화되어 가겠지. 그렇다고 해서, 현재 상황으로는 그녀를 토벌할 전력이 없었다. 세 명은 침묵에 휩싸였다.
「부탁드립니다. 첫번째 만큼은 메달을 건네주세요!」
나는 세 사람에게 애원했다.
「그녀의 심기가 불편해지면 저 같은 건 간단히 죽어버리고 마니까, 공작은 안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눈물이라도 흘리면 좋았을 테지만 그 정도로 투철한 배우는 아니었다. 하지만 나같은 약자가 머리를 숙이고 있으면 어느 정도는 효과가 있겠지.
애초에 토벌이 불가능한 이상, 1호를 화내게 해서 미궁 상층을 강력한 마물들로 득실거리게 만들던가 아니면 1호와의 약속을 지켜서 평소와 같은 미궁으로 되돌릴 것인가 하는 선택지 밖에는 없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당사자인 내가 한심하게 매달려보이면 그들로선 약속을 받아들일 수밖에는 없어지겠지.
「흥」
불쾌해보이는 나프로이가 침대에 드러누웠다. 거대한 침대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삐걱였다.
「나프로이 역시 알고 있을거다. 애시당초 다른 방법 같은 건 없다고 말이지. 그러니까 어설픈 연극은 필요하지 않네」
홱 하고 얼굴을 들자, 브란트의 차가운 시선이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자네에겐 부담이 되겠지만, 그 부담에 대해서는 모험자 조합으로부터 보수가 나오도록 내가 교섭해 보겠네. 일반적인 모험이 불가능해지는 만큼 보수로서 하루에 금화 5닢 정도면 어떤가?」
나 같은 것의 일당으로서는 파격적인 금액이었다. 1호에게 봉사하면서 일당까지 받는다. 마치 남창이 된 것같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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