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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개좆같다(迷宮クソたわけ)」
제110화 꿈


왠지 여러 꿈을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체내에 들어온 벌레가 내 몸을 갉아 먹으면서 커져나간다. 그건 신기하게도 싫지 않았고 다른 자신이 옆에 누워 관찰하고 있었다. 결국 나를 안쪽에서 다 먹어치운 벌레가 튀어나와서 옆에 있던 또 하나의 자신마저 먹어치우고 말았다.

그리고 아무런 맥락 없이 눈이 뜨였다. 주위를 둘러보곤 자신이 루가무의 방안에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창 밖에는 이미 해가 저물어 있었다. 숙면을 취한 것인지 아니면 잠이 옅었던 것인지 알 수 없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지만, 성장한 실감은 있었다. 이번 모험에서는 평소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강한 마물들과 조우했었다. 따라서 혼의 변질도 평소와는 달랐고, 순응이 몇 단계나 진전되어 새로운 마법도 한번에 여러개 늘어났다. 

조금 더 자고 싶었지만 우르 스승님께 주점으로 오라는 말을 들었기에 나는 머리를 흔들며 어찌어찌 몸을 일으켰다. 복도에서는 아이들과 루가무의 대화가 들려왔다. 식당에 가니 모두가 함께 저녁식사를 뒷정리하고 있었다.

「아, 일어났어? 밥 먹을거면 조금 남아있는데...」

나를 알아보고 루가무는 기쁜듯이 말했다.

「아니, 이번에 임시로 파티를 맺은 사람들한테 호출받아서 말야. 이제 주점에 가야해. 그러니까 저녁식사는 거기서 먹을 거야」

내 말에 그녀는 실망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그래. 만약 오늘 밤, 저택까지 돌아가는게 귀찮아지면 또 와도 되니까」

한 순간, 뇌리에 기와 메리아가 떠올랐다. 그녀들도 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겠지. 하지만 그녀들에겐 하룻밤만 더 기다리게 하자.

「그럼 용무가 끝나면 다시 올게」

그러자 루가무의 표정이 확 하고 밝아졌다. 아이들의 나와 루가무의 대화를 지켜보며 싱글싱글거렸지만, 이제와선 부끄러워할 것은 없었다. 고개를 끄덕이는 루가무와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어 준 뒤 나는 외딴집을 뒤로 했다.



주점에 도착하니 손님들로 상당히 번잡했다. 하지만 우르 스승님도 나프로이도 없었다. 그렇게나 눈에 띄는 남자를 눈치채지 못할 리는 없으니, 아마 이곳에는 없는 것이다. 나는 2층에 올라가 사무실에 방문했다.

「여어, 꼬맹이. 활약했다고 들었다. 너를 소개한 내 혜안 덕분이지」

문을 열리고, 점주는 입을 떼자마자 그렇게 말했다.

「네에, 어떻게든 살아 돌아왔습니다. 그건 그렇고 우르 스승님으로부터 주점에 오라는 말을 들었는데, 어디로 가셨는지 아십니까?」

「아까까지 이 방에서 밥을 먹었어. 근데 다른 녀석들도 안오고 너도 늦으니까 숙소로 돌아간다고. 가보면 어떠냐?」

나는 점주에게 짧게 예를 표하고는 주점을 뒤로했다. 좁을 골목을 빠져나와 나프로이가 체재하고 있는 여관으로 서둘러 갔다. 여관에 도착하니, 그곳은 여전히 청결함과 정적이 지배하고 있었고 종업원이 예의바르게 나를 맞이해 주었다.

「저기, 우르 스승......우르에리 씨에게 불려서 왔습니다만」

「이쪽으로 오십시오」

종업원은 각잡힌 움직임으로 먼저 일어섰고 2층 방에 안내해 주었다.

「나프로이 님, 손님입니다」

『들어와라!』

나프로이의 굵은 목소리가 울려퍼졌고, 종업원은 문을 반쯤 열고는 한걸음 물러나서 예를 표했다. 나는 그의 대응에 낯간지러움을 느끼면서 방안으로 들어갔다. 실내의 침대에는 나프로이가 걸터앉아 있었고 응접 테이블에는 우르 스승님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우르 스승님의 반대편에는 또 한 명.

「여어, 이제 겨우 왔군. 꽤나 기다렸네」

선생기사 브란트가 그곳에 앉아 있었다. 확실히 죽었을 터인 브란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움직이고 있었다. 이것이 소생인가? 나는 놀라서 입을 뻐끔뻐끔 움직였지만, 브란트가 앉으라고 권했기에 나는 우르 스승님 옆에 가 앉았다. 나프로이는 불쾌한 듯한 표정을 띄우고 있었다. 우르 스승님의 표정도 결코 유쾌하진 않았다. 산뜻한 표정을 하고 있는 건 브란트 뿐이었다.

「내가 죽은 뒤에 벌어진 일은 두 사람에게 들었네. 자네가 그 마물과 교섭해서 모두를 구했다면서? 게다가 마물의 이상행동도 멈추도록 설득했다지 않은가? 나같은 건 제일 먼저 죽어버렸는데 말이지」

브란트는 과장되게 칭찬의 말을 쏟아낸 후, 깊이 머리를 숙였다.

「한심한 모습을 보인 것도 모자라, 자네에게 부담을 지우게 된 점에 대해 사과하겠네」

유명 모험자의 사과에, 나는 이 자리가 불편해졌다. 나 역시 아무 것도 한게 없었다. 우왕좌왕했을 뿐이었다.

「브란트 씨, 고개를 들어 주세요. 저 같은 노예에게 그런 행동을 하면 안돼요」

거물이 노예에게 머리를 숙인다니, 들어본 적도 없었다. 일반 시민들조차 노예에게 사죄한다는 건 농담으로도 흘려듣지 못할 사람이 많았다.

「아니, 괜찮아. 나도 당신에게 스승이라고 부르게 했던 주제에 저 마물과 교섭해서 당신을 제물로 바친 셈이니. 정말 미안해」

우르 스승님도 머리를 숙였다. 그만해 줘, 이게 대체 어찌된 영문인가?

「아무튼 고개를 들어 주세요. 계속 그러시면 저는 버틸 수가 없어요!」

반쯤 애원해서 어떻게든 두 사람의 머리를 들게 했다.

「저 마물에게 끌려가서 지독한 꼴을 당하지 않았니?」

우르 스승님의 말에 1호와 함께한 시간을 떠올렸다.

「......당했습니다. 그것도 잔뜩」

뇌리에는 격통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역자왈)

111~113화는 11월 5일(내일) 게재 예정입니다.

참고로 113화로 2부는 완결이고,  주정도 쉬었다가 3부 재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만화 2부도 11월 중에 연재 시작된다고 하니 소설 3부도 그 타이밍에 맞춰서 재개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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