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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개좆같다(迷宮クソたわけ)」
제109화 외딴집
「도와줘서 고마워, 지도원」
교회를 나와 돌아가는 길에 베리코가가 말했다. 로옴 선생은 곧바로 각종 공작 준비에 착수했고 우리와 어느 정도 협의를 마친 참이었다. 코사메를 수배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듯 로옴 선생에게는 생각보다 권력이 있었다. 그렇지 않다면 중요도시의 책임자 역할에 임명될 리는 없었을 테니까.
「아뇨, 그저 임시방편이니까요. 그 다음은 저도 몰라요」
베리코가가 가족을 불러온다고 해도 이쪽에 그의 생활기반은 없었다. 지금까지의 수입은 사라졌고, 거기다 가족들도 부양해야 하니까 힘들겠지. 또 앞으로는『황야의 집 교회』에 입교해서 이런저런 교의를 따라야만 했다.
「그래도 죽는 것보단 훨씬 나아」
베리코가는 의외로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북방 영주부와『황야의 집 교회』간의 협의에 따라서는 쌍방으로부터 목숨을 위협받을 수도 있는 상황인데도 참 태평해 보였다.
「앞으로 베리코가 씨는 어쩔 겁니까?」
「글쎄, 학비는 벌써 냈으니까 제대로 학교에 다녀서 모험자라도 될까나?」
터무니 없는 말을 입에 담았지만 어조로 봐서는 농담같았다. 모험자로서의 적성이 없다는 건 본인 스스로도 눈치채고 있겠지.
「아니면 여기에 노쿠토 검술도장을 연다던가. 이 도시라면 배우고 싶어하는 아이들도 많을 테니까」
이쪽은 꽤 자신있는 계획인 듯, 가슴을 펴고 말했다. 저 검술을 배울 바에야 밭이라도 일구는 편이 좀 더 강해지지 않을까하고 생각했지만, 겉으로는 그냥 미소지으며 넘겼다. 어쨌든 그는 삶에 집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잘 되어도, 잘 되지 않더라도 그는 이 도시에서 살아가겠지. 나로서는 앞으로의 행운을 빌어줄 따름이었다.
❇
베리코가와 헤어진 후, 나는 멈춰섰다. 맹렬한 졸음기가 나를 감싸왔다. 지금은 한시라도 빨리 잠들고 싶었다. 저택에 돌아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지만, 그건 꽤 멀었다. 여기에서 가까운 곳이라면, 루가무의 집이다. 잠시 쉬다가려고 나는 그녀의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거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세워져 있는 낡은 외딴집에 루가무는 6명의 아이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정원은 그다지 정리되어 있지 않았고, 구석에 있는 우물 주변과 빨랫감을 널어놓는 공간에만 풀이 깎여 있었다. 그 세탁물 건조장에서 빨래를 널어놓던 소년은 나를 발견하자마자 일을 중단하고 집까지 한달음에 달려갔다.
「루가무 누나, 마법사 형이 왔어!」
그 목소리는 밖에서도 잘 들렸다. 이내 우당탕탕 발소리가 들리더니 3명의 소년소녀와 루가무가 현관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다른 아이들은 일하러 갔거나 놀러가 있는 거겠지.
「여어, 잘 왔어」
아이들 앞에서 조금 부끄러워하는 듯이 루가무가 말했다. 그녀와 지내는 시간은 대부분이 어두운 미궁이나 밤의 술집이었기에, 태양 아래에서 보는 그녀는 또 각별하게 아름다웠다.
「엄청 잠이 와. 괜찮다면 잠시만 쉬다가면 안될까? 그리고 우물도 좀 빌릴게」
「아아, 사양하지 마. 내 방 써도 되니까」
우리의 대화를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던 아이들을 쫓아내듯 집안에 들인 후, 루가무는 내 목욕을 도와주었다. 알몸이 된 채 머리부터 발끝까지 차가운 우물물로 몸을 씻었다. 루가무는 조금 부끄러워하면서도 차례차례 우물물을 푼 양동이를 건네왔다. 나는 그녀와 이야기해야할 것들이 잔뜩 있었다. 게다가 묻고 싶은 것도 산더미였다. 하지만 그것들 전부를 뒷전으로 돌리고, 둘이서만 지내는 지금 이 시간에 행복을 느꼈다.
목욕을 끝마친 후, 돌아오던 도중에 산 옷으로 갈아입자 꽤나 상쾌해졌다. 우리는 집안으로 들어온 뒤 루가무의 방으로 향했다. 집은 낡아서 빈말로라도 좋은 집이라고는 말할 수 없었지만, 예전에는 꽤 훌륭했었다는 듯 방 개수는 많았다. 아이용 방이 4개에 루가무의 침실이 하나. 그 밖에도 넓은 거실과 부엌이 딸려 있었다. 많은 인원이 함께 살기엔 딱 좋은 집이었다.
「비가 오면 비가 새고, 벌레나 쥐도 많지만 말야」
내가 침대 위로 올라가자, 옆에 있는 의자에서 그녀가 자조하듯 중얼거렸다.
「그래도 요즘에 좀 진정되어서 말야, 생활도 잘 굴러가고 있어. 이제 슬슬 나도 모험으로 돌아가야지」
루가무는 무척이나 온화해져 있었다. 아마 고향에서 벗어난 이래, 얻을 수 없었던 안식의 나날이 그녀를 치유한 것이다. 할 수 있다면 그녀는 이대로 평온한 나날을 보내주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말은 나오지 않았다. 루가무를 향해 손을 뻗자, 그녀도 그걸을 잡아 주었다.
이번 모험은 적도 아군도 강했다. 그 와중에 다행히 죽지 않을 수가 있었지만, 고통을 맛보았고 죽음을 바로 옆에서 느꼈다. 그걸 떠올리자 이런저런 감정이 같이 일어났다.
공포, 안도, 쓸쓸함, 후회, 성욕
나는 그녀의 팔을 잡아 끌면서 입을 맞췄다. 저항당한다면 나같은 건 그녀를 이길 수 없다. 하지만 받아들여주는 것은 아마, 그런 의미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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