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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개좆같다(迷宮クソたわけ)」
제108화 로옴 선생


마물의 영혼이 내 삼장을 움켜쥐고 잠에 빠져들도록 유혹하고 있었다. 눈을 비벼 버티면서 우리는『황야의 집 교회』에 찾아왔다. 교회 본당에서는 사람들이 모여들어 기도를 올리고 있었지만 내 목적은 숙소 쪽이었기에 그 앞을 지나쳤다. 돌이 날아오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순순히 문까지 도착했다.

「어이, 진짜 하는거냐?」

베리코가는 미간에 주름을 지으면서 내게 물어왔다. 내 작전에 불안함을 느끼고 있는 거겠지.

「베리코가 씨, 아까도 말했지만 안에 들어가선 그런 표정 지으면 안돼요」

베리코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실패해서 당연하고, 성공하면 대박인 사기를 치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패한다고해서 손실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마음은 가벼웠다.

「실례합니다, 로옴 선생님은 계십니까?」

문들 두들겨 호출한다. 얼마안가 숙소의 문이 열렸고 로옴 선생이 얼굴을 비추었다. 내 얼굴을 보더니 약간 표정을 흐렸다.

「어머, 마법사 씨. 모험에서 돌아오셨네요. 우리 시자(侍者)는 어디에 있습니까?」

「모르겠습니다. 그녀와는 미궁 출구에서 헤어졌으니까요. 옷이나 복면이 망가져버려서 시장에라도 들렸다 오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로옴 선생의 시선은 내 뒤쪽에 서 있는 베리코가에게 향해졌다.

「그쪽 분은 누구신가요?」

베리코가는 정중하고 예의바르게 인사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북방전사단의 '베리코가'라고 합니다」

당당하게, 절대로 위엄을 잃지 말라고 당부한 대로 베리코가는 그것을 실행하고 있었다. 인사 한번으로 분위기가 뒤바뀌는 모습을 보면, 더더욱 배우가 천직이 아닐까 싶을 만큼 훌륭한 허세였다. 나같은 노예와는 달리 제대로 된 신분을 지닌 베리코가에게, 로옴 선생은 당황해하며 인사를 돌려주었다.

「저, 베리코가 씨는 요즘 걱정거리 생기셔서, 번민을 떨치고자『황야의 집 교회』에 입교할 것을 검토하고 싶다고 하십니다」

사전에 약속해둔 것처럼, 베리코가는 약간 우울한 기색의 표정을 띄웠다. 토웨를 떠올리면 울어버리고, 마마에 대해 생각하면 슬퍼진다고 말하고 있었으니, 그의 머릿속에는 아마 마마를 떠올리고 있겠지.

「어머, 정말 잘 찾아오셨습니다. 구원의 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으니까요」

우리는 로옴 선생에게 안내받아 응접실로 향했다. 응접용 소파의 한편에는 로옴 선생이 앉았고 반대편에는 나와 베리코가가 나란히 앉았다.

「한심한 이야기지만, 지금 저는 굉장히 혼란해 있습니다. 그래서 사정을 알고 있는 데다 냉정한 그에게 동석을 청해 상황을 설명해주도록 부탁했습니다」

사전에 상의한 대사를 베리코가가 읊은 뒤, 그 다음은 나에게 바톤터치했다.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내가 로옴 선생에게 하는 말은 그럴싸해 보이는 부분뿐이었다.

그들은 북방에서 파견되어왔고, 세명 모두 노쿠토 검술이라고 하는 전통있는 무술문파의 소속원이라는 것. 베리코가는 총수의 자리에 군림하고 있으며 사범과 수석문하생까치 합해 셋이서 도시까지 찾아왔다는 것. 그 중에서도 수석문하생인 처기는 북방 최대의 상회장을 아버지로 둔, 막대한 자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까지. 

이처럼 상식을 벗어난 대부호가 귀의해오면『황야의 집 교회』은 큰 이익을 얻겠지. 게다가 로옴 선생 개인적으로도 교단에 막대한 공적을 세우게 된다.

「베리코가 씨와 처기 씨는 친형제처럼 서로를 아껴왔다고 합니다」

내 설명에 베리코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베리코가 씨는 처기 씨의 아버지로부터 후견인 같은 일을 맡게 되었습니다」

로옴 선생은 내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분명, 후견인을 붙잡으면 그 고삐로 처기까지 조종할 수 있으리라 판단하고 있겠지.

「하지만, 수석문하생을 역임할 정도로 재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처기 씨는 싸움에 맞지 않는 다정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삶의 태도를 고민하다, 전재산을『황야의 집 교회』에 기부한 뒤 신앙의 길을 걷기로 결심하신 겁니다. 처음에는 베리코가 씨도 반대하셨지만, 대화하는 도중에 스스로도 미혹을 끌어안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두분 모두 교회로 가자고 결론짓게 되었습니다」

로옴 선생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한 마음가짐입니다. 주님께 기도하는 화평한 나날들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지요」

화평하다면 어째서 나한테 폭행을 가한 걸까?

「그런데 처기 씨의 아버지께서 급사하셨다는 통지가 왔습니다. 그리하여 처기 씨는 북방 제일의 재벌 총수로서 군림해야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앙을 향한 길을 포기하고 싶지 않으니, 재택신자로서 재정적 지원을 실시하여『황야의 집 교회』의 고귀한 활동에 조력하고 싶으시다고 그는 저에게 열변을 토하셨지요」

사람을 속일 때는 그 사람이 믿고 싶은 사실을 말 속에 섞는 것이 유효했다. 그리고 진실을 섞으면서 가능한 한 극단적인 거짓말을 치면 사람들은 그걸 믿고 싶어지게 된다. 로옴 선생은 덩굴째 굴러들어온 행운을 놓치지 않으려고, 입맛을 다시는 여우보다 더 날카롭게 눈을 번뜩이고 있었다.

「한편, 이전부터 재정난에 처해 있었던 북방 영주부는 처기 씨가 물려받아야할 재산을 몰수한다고 발표하고 말았습니다」

「어머, 어찌 그리 심한 짓을......」

로옴 선생은 슬퍼보이는 표정으로 입을 가렸다.

「처기 씨는 막대한 재산을 교회에 기증해서, 주님의 가르침을 전파하는데 일조하고 싶어하셨지만 그 희망도 물거품처럼 사라져버려 지금은 분노하고 낙담해 계십니다」

「용서할 수 없네요」

조용한 어조로 화내는 로옴 선생은, 북방 영주의 행동에 화를 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자신들에게 들어올 예정이었던 돈을 가로채기 당해 화가 난 것일까?

「북방 영주에게는 교회로부터 정식으로 항의해서 재산 몰수 따위 철회시키죠. 필요하다면 실력을 행사해서라도 양보를 이끌어 내는 일도 가능합니다」

「든든한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

내 신호를 받고 베리코가가 고개를 숙였다. 로옴 선생은 영주의 폭거를 물리치고 성스러운 사도라도 될 셈인지, 그 표정은 자기도취로 가득 차 있었다.

「그건 그렇고 로옴 선생님. 이 이야기의 핵심인물은 정통한 상속인이신 처기 씨와 후견인이신 베리코가 씨입니다. 이 두 사람이 움직이지 못하게 되면 속수무책이 되니, 인질이 될만한 사람들을 미리 탈출시켜 이쪽에 불러오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이 제안까지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여기까지라면, 나는 그저 상황을 설명한 것뿐이었다. 구체적으로 행동을 지시하면 나중에 내가 문책당해 발뺌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었다. 어쨌든 로옴 선생은 베리코가와 처기의 가족들을 빼오기 위한 공작을 준비할 것을 약속해주었다. 그 다음은 북방 영주와『황야의 집 교회』가 처기가 포기한 재산을 놓고 멋대로 나누어 가지면 된다. 대화는 중단되고 피가 흐르게 될지도 몰랐지만, 그건 내 알 바가 아니었다.

「그래서 처기 씨는 지금 어디에 계신지요?」

「암살을 피하기 위해 도시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지금은 계신 곳을 말할 수 없어요」

이것도 사전에 상의한 대로 베리코가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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