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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개좆같다(迷宮クソたわけ)」
제112화 코사메
저녁 식사비 명목으로 브란트로부터 동전을 몇개 받은 후 나는 방을 나섰다. 주점으로 돌아가 때늦은 저녁을 먹을까도 생각해봤지만, 피로가 먼저 왔다. 한시라도 빨리 루가무의 집에 돌아가자. 그렇게 마음먹고 걷고 있자니, 통 하고 어깨를 두들겨졌다. 돌아보니 그곳에는 낯익은 암살자가 서 있었다.
시장에 적당한 물건이 없었는지, 새롭게 조달한 복면은 명백히 구멍을 뚫어놓은 장바구니용 봉지 그 자체였다. 그녀는 그걸 억지로 뒤집어 써서 얼굴을 감추고 있었다. 너무 심각하게 개그라서 웃음이 터질 뻔했지만 간신히 직전에 참았다. 눈앞의 소녀는 위험인물이니까.
「지금, 웃었습니까?」
밖으로는 거의 드러나지 않았을 내 표정을 읽어버린 듯이 코사메가 물었다. 헛기침을 해서 얼버무리니 그녀는 포대 하나를 내밀어왔다.
「당신에게 빌린 옷입니다. 한 벌은 불타버렸기에 새것을 샀습니다. 마음이 들면 좋겠습니다만」
「가, 감사합니다」
나는 고개를 숙이면서 그것을 받아들었다.
「저기, 아 그래! 코사메 씨는 모험자가 될 마음은 없습니까?」
아까 방에서 우르 스승님이 한 말이 있었다. 그녀왈, 지금 현재 코사메같은 인재가 부족하니 모험자가 되어주지 않겠냐고.
「흥미는 없습니다. 저는 정의를 수호하고 진실을 널리 알리기 위해 복무할 뿐입니다」
깨끗하게 대답하는 걸보니, 이건 교단에서 준비한 모범해답이겠지. 타인을 공격하여 파멸시키는 정의란 대체 뭔가에 대해 생각해봤지만, 적어도 그녀 마음 속엔 사리사욕 따위 한조각도 들어 있지 않을 것이다. 순수한 날붙이처럼, 그녀는 누군가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휘둘러지는 존재나 다름없었다. 거기에 그녀의 의지는 개입되지 않는다.
「로옴 선생님께선 분명 모험자가 되라고 말씀해주실 겁니다」
코사메를 호위로서 쓰기보다는 미궁에 가게한 후 일당을 가로채는 편이 더 벌이가 좋을 테니까.
「......그렇습니까?」
미리 준비한 대답이 없는 질문에 대해, 코사메는 말문이 막힌 듯했다.
「스테아가 그렇습니다만, 미궁에서 강해지는 편이 신앙이나 포교에 좀 더 유리하죠. 여하튼 상식을 뛰어넘는 능력을 체득할 수 있으니까요」
신앙과는 상관없이 손에 넣은 힘으로 신앙을 과시하는 행동은 엄청나게 수상쩍고, 뭣보다 그녀는 이미 상식을 초월한 전투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하찮은 이야기에조차 매우 열심히 고민해버리고 만다. 솔직하고 순수하다는 점은 때로는 치명적인 결점을 낳는다.
「어떻습니까? 체득한 기술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고 또 찬사도 받을 수 있는 모험자 일은 결코 나쁘지 않아요」
그녀의 손이 꿈틀 하고 움직였다.
「어, 어찌됐건 로옴 스승님의 방침에 따를 겁니다. 모험자가 되라고 말씀해 주신다면 좋겠지만, 그것 말고도 제겐 할 일이 있으니까......」
혹시? 아니, 혹시가 아니더라도 그녀는 강한 억압을 받고 있는 게 아닐까? 내심으로 욕구를 간직하고 있지만 이성인지 세뇌인지 뭔지로 그걸 봉인하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이번 모험은 어땠습니까?」
「너무나도 멋졌습니다!」
내 질문에, 그녀는 즉답했다. 불길에 휩싸이고 죽기 직전에까지 이르렀음에도 그녀는 만족한 듯했다. 목숨을 빼앗는 게 좋았던 건지, 아니면 목숨을 건 스릴이 좋았던 건지, 그게 아니면 지상과는 달리 진정한 의미에서 자유가 넘치고 있어서 좋았던 걸지도 몰랐다.
「특히 그 '노라'라는 남성분이 멋졌습니다. 강렬한 기술, 불가사의한 동작, 뒤에 눈이 달린 듯이 예리한 감. 또 다시 만나뵙고, 가능하다면 시합이라도 부탁하고 싶습니다」
평소에는 감정을 보이지 않고 온화한 어조로만 말하던 그녀의 말이, 갑자기 빨라졌다. 아마 그런 짓을 하면 그녀는 두동강이 날테지. 저 노라가 망설이며 칼을 휘두른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가령 그 상대가 지인이라 할지라도.
「저기, 시합이라면 잘 모르겠지만 식사 정도라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죽고 죽이기 전에 먼저 대화로 만족해주었으면 했다. 내 제안에 코사메는 기뻐했다. 봉지를 뒤집어 쓴 상태였지만 신기하게도 그 기분이 전해져왔다.
「꼭 부탁드립니다. 그럼 지금부터 가시죠」
말하자마자 코사메는 내 팔을 잡더니 주점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자, 잠깐 기다려......오늘은 이미 늦었으니까 내일하죠. 노라 씨도 숙소에 돌아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럼 그 숙소로 가죠. 안내해 주십시오」
그녀는 발언에 망설임은 없었다. 그녀를 속박하는 규칙은 어디까지나 신앙과 교단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기에, 일반적인 상식은 그 안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은 듯했다.
「안됩니다. 코사메 씨, 내일합시다」
나는 걸어가려는 코사메를 만류했다. 아니 그보다도 노라와 가르다가 어디에 체류하고 있는 지도 몰랐다. 그들은 특정한 숙소에 머무르지 않고 도시 안에 있는 숙박시설에 랜덤하게 투숙하고 있었다. 그건 아마 적이 생겼을 때 습격을 피하기 위함이리라. 그러나 덕분에 이쪽에서 연락을 취하는 것은 어려웠다. 저녁 무렵의 주점에 가면 대체로 둘이서 식사를 하고 있으니, 용건이 있으면 그 때 말을 건네야했다.
「내일 저녁, 주점에서 만나죠」
코사메는 만족스럽게 끄덕이고는 깜깜한 밤에 녹아버리듯 없어졌다. 1호의 그림자 넘기와도 닮아있었지만, 이쪽은 그냥 모습을 감춘 것뿐이었다. 코사메의 기척이 사라지자 나는 무거운 피로감을 느꼈다.
1호나 나프로이 일행과도 그랬지만, 정도를 벗어난 강자들과 대면하는 것은 편하지 않았다. 아마 내 마음 속 겁쟁이가 스트레스를 느끼는 거겠지. 터벅터벅 루가무의 집으로 향하면서 나는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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