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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지터는 오공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했다.
순간적으로 기를 2배까지 증폭시킨 계왕권조차,
그에게는 미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오공의 입가에 머금어진 미소를
베지터는 놓치지 않았다.
명백하게 열세에 몰린 주제에 웃는다니.
상궤를 벗어난 그 모습을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비웃는다.
"웃기는... 자포자기해서 맛이 간 거냐? 아니면 전투력을 더욱 업시킬 여유라도 있다는 거냐!?"
오공이 엄청난 위기에 직면해있다는 것은 자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왜 그렇게까지
가슴이 두근거리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것은 사실 손오공의 몸속에도 흐르는,
전투를 좋아하는 사이어인의 천성 탓이었다.
"거기까지가 한계인 것 같군... 네놈의 황천길 선물로 보여주마. 초엘리트 사이어인의 압도적인 파워를!"
그리고 전투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대기가 떤다.
마치 베지터의 의사에 순응하는 것처럼
조용히, 차츰 거세게 흔들려온다.
그리고,

"하-앗!!"
포효하듯 흉맹한 기의 분류가 베지터를 중심으로 소용돌이쳤다.
폭발에 가까운 바람의 흐름이었다.
내뿜어지는 풍압은 보통이 아니다.
지근거리에는 스파크가 미쳐 날뛰며,
격렬하게 치솟아오른 난기류에 먹구름마저 형성된다.
대지가 떨며 삐걱댄다.
지구를 감싼 대기 전체가 명동(鳴動)하는 듯한 착각.

"!!"
적란운이 꿈틀대며 낙뢰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지나칠 정도로 거센 기의 압력에 풍경마저 깎여나간다.
거암의 외연이 이지러지며
고온 건조하고 황량한 황무지가 지옥처럼 어두워졌다.
"어, 엄청난 기다. 마...마치, 지구 전체가 흔들리는 것 같아!"
하지만 그것은 전주곡에 지나지 않았다.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라는 듯이
베지터의 기가 더욱 거세게 폭증했다.
그를 중심으로 세계가 일그러졌다.
아니, 베지터의 주위만 공기의 밀도가 변화했다.

쿠아아앙, 하며 진동하는 굉음.
지금까지 이상으로 무시무시한 폭압에
지면에 선이 달리고 대기가 찢긴다.
모든 것을 파괴하려는 듯한 기세로
주위를 삼키는 기의 격류.
그것이 한 사람의 인간에게서 발해지는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마치...
"거대한 태풍이다...!!"
조각처럼 비산하는 파편과 육중한 풍압에 삼켜지면서도,
그래도 손오공은 적의 모습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모든 것이 한계까지 끌어올려진 순간.
"하앗-!!"
카랑카랑한 기합성.
동시에, 인정사정없이 명동하던 대기가,
한순간에 잠잠해졌다.
어두컴컴하게 일대를 물들였던 암운(暗雲)도
자취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것은...!!

"!!"
가시덩굴 같은 오한이 손오공의 시야를 유린했다.
겉보기로는 베지터에게 이변은 없었다.
오만한 안광은 어디까지나 그대로였고
입가에 걸린 비웃음도 변함없었다.
"끝이다! 카카로트!!"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지터의 전신에 빈틈없이 걸쳐져 있는 막강한 기운은,
도저히 잘못 볼수가 없었다.
그 모습에 전율이 이는 찰나,
번개같은 속도로 베지터가 돌진해왔다.

"!!"
손오공은 전혀 반응할 수 없었다.
포탄처럼 맹렬한 기세의 박치기에
두개골이 사정없이 흔들렸다.
이마가 깨진 듯 핏물을 쏟으며
그대로 무너져내리는 오공.
베지터는 그것을 용서없이 뒤쫓으며 추가타를 먹인다.

저항할 틈도 없이 명치를 가격당하고,
그 충격에 그대로 지면에 낙하하면서도
"큭!!"
마지막 순간 자세를 잡아 어떻게든 착지했다.
으득, 이를 악물며 베지터의 움직임을 뒤쫓으려 하지만
"뒤다, 이 멍청아!"
베지터는 이미 오공의 배후에 나타나

대퇴부에 용서없는 발차기를 때려 넣고 있었다.
그 일격에 바위산에 직격할 듯 꽂히면서도
직전에 공중제비를 돌아 추력을 상쇄한다.
절벽 정상에 착지해서야 일그러진 베지터의 기를 눈치챘다.
그의 모습을 시야에 포착하자마자

이글거리는 듯한 기탄이 내쏘였다.
이젠 여유가 없다.
"계왕권 2배!!"
폭심지로 화한 발밑.

고열이 피어오르는 폭연 속을 순간적인 가속만으로 이탈한다.
그러나 그 움직임을 이미 예상했다는 듯
차탄이 오공의 진로를 덮쳐왔다.
피할 겨를도 없이
그것이 오공의 가슴팍에 착탄하기 일보 직전
거세게 몸을 비틀어 아슬아슬하게 빗겨냈다.

빗나간 기탄은 길게 꼬리를 그으며
오공의 도복을 녹여발기고
피부에 불에 댄 듯한 화상을 남겼다.
"후후후... 좋아, 아주 잘했어. 잘도 피했구나!"
필사적으로 발버둥치는 모습을 감상하며
조소하듯 비웃음을 흩뿌리는 베지터.
그에 반해 오공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베지터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오공은 일단 지면에 착지했다.
"젠장!! 엄청난 스피드와 파워다... 2배의 계왕권조차도 상대가 안 돼..."
압도적인 수준을 넘어서,
불합리하기까지한 난적의 존재에 손오공은 혀를 내두른다.
몸의 부담을 생각해서
계왕권 2배로 어떻게든 대처할 생각이었는데,
그건 너무나도 무른 생각이었다.
오공은 자신의 어설픔을 끊어내듯,

기탄으로 넝마가 된 도복 상의를 찢어 던졌다.
"할 수 없지... 몸이 박살나도 죽기보단 낫다! 계왕권을 3배로 올릴 수밖에 없어!"
그렇게 마음을 정했다.
"후후훗... 이번 건 일부러 피하기 쉽게 해준거야. 너무 쉽게 죽어 버리면 재미없으니깐."
희롱하는 듯한 베지터의 말투.
안타깝지만 그것에 과장이 섞여 있지 않다는 것을
오공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되돌려줄 말은 없다.
그저 담담하게 시선으로 되받아칠 뿐.
손오공의 머릿속은 계왕권 3배를
과연 자신의 몸이 견뎌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으로 집약되어 있었다.
확신은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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