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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이전화 세줄요약>-----------------------------------------
근육단련 덕분에 신체능력이 상당히 높아짐.
엘프마을을 습격한 용병들의 행방 수소문.
용병길드 지부장이 안다는 말에, 그곳으로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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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약재상을 방문했다. 표정을 잘 읽기 힘든 노파 약재상으로부터 2실버 어치의 진통잎을 샀다. 그것이 든 보자기를 튜닉의 허리끈에 단단히 동여맨 후, 나는 그 주정뱅이-케레스가 말한 용병 길드의 지부를 찾았다. 여관이나 음식점이 몰려있는 상점가로부터 그리 떨어지지 않은 위치였다. 용병길드 블루워터 지부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크고 훌륭했다. 부지만으로도 거의 유치원 수준의 넓이였고 반듯하게 조성된 석조 단층 건물은 약간 낡았지만 그래도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뽐내고 있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돌로 된 바닥과 카운터에 앉은 젊은 여성이 눈에 띄였다.
"어서오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접수원으로 짐작되는 여자가 빙그레 웃으면서 인사를 건네왔다. 주변에는 배치된 여러 개의 나무 의자에는 척봐도 용병스러운 인물들이 무리지어 모여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주의깊게 관찰하면서 카운터에 다가갔다. 귀여운 아가씨였다. 짧은 갈색 단발 아래에서 싹싹한 미소가 반짝였다.
"중요한 사업 이야기가 있어서 말인데요. 길드 지부장님을 만나뵙고 싶습니다만."
나는 그렇게 운을 뗐다. 완전한 거짓도 아니었다. 그러나 접수원 아가씨의 얼굴에는 곤혹스러운 빛이 스쳤다.
"아, 저희 지부장님은 기본적으로 외부인과 만나지 않으세요. 굳이 만나고 싶으시다면 약식으로나마 임시 길드원이 되어주셔야 하는데..."
"알겠습니다. 그럼 길드에 입단할게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조금 묘한 규칙에 약간의 의문을 품으면서도 나는 일단 그렇게 말했다. 목적은 어디까지나 지부장과 만나는 것이다. 만나서 협박을 하든 뇌물로 구슬리든 간에 그 여자에 관련된 정보를 이끌어내기만 한다면 그것으로 족했다.
"길드 가입 신청은 이쪽으로 오셔서 서류를 좀 작성해주시면 됩니다."
안내받은 곳으로 걸음을 옮긴 후, 종이를 한 장 받았다. 기본적인 인적사항을 기재하고 서류를 제출했다. 잠시 후 그녀가 나를 부르면서,
"제이님! 제이님의 경우, 길드 가입수수료는 10실버입니다. 참고로 연회비는 2실버이오니 도합 12실버되겠습니다."
느닷없이 가입료를 청구당했다. 12실버면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었다. 지금 체류하고 있는 여관의 40박에 해당하는 비용이다. 나중에 알게된 이야기였지만 일반 노동자들의 평균 월급은 20실버 안쪽으로, 그것의 절반을 넘는 금액이 나에게 청구되어진 것이었다.
"또 종군경험이나 기사경험이 없으시니 입단테스트가 따로 있으십니다. 테스트 불합격시, 연회비는 반환되나 가입수수료는 반환해드리지 않사오니 이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게다가 입단테스트도 따로 있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피같은 돈을 지불했다.
"자, 그럼 잠시 기다려 주시면 입단테스트 안내드릴테니 지금은 조금 기다려주세요."
나는 근처에 있던 의자에 앉아 이름이 불리기를 기다렸다.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그녀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제이님! 기쁜 소식이 있어요. 이번 입단 테스트, 무려 지부장님께서 직접 나서주신다고 합니다. 후회가 남지 않도록 모쪼록 분발해주세요."
지부장이 직접 나오는 게 좋은 일인가? 어차피 언젠가 만나야할 상대이긴 하니 딱히 상관은 없었다. 게다가 그것보다도 먼저 물어봐야할 것이 있었다.
"저기, 아까 묻는 걸 깜빡했는데요... 그 입단 테스트는 뭘 시험하는 건가요?"
"아... 말씀드리는 걸 잊었네요. 물론 전투력이죠. 여긴 용병길드니까요!"
내 표정이 살짝 심각해지는 걸 캐치했는지 접수원양은 위로하듯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걱정하진 마세요, 무기는 공짜로 빌려드려요. ...그리고 여기서만 하는 말인데요, 대련에서 지셔도 테스트 결과를 구입하실 수 있으세요."
테스트 결과도 돈으로 산다니. 놀라울 만큼 뼛속 깊은 장삿속이다. 용병 길드가 아니라 거의 상인 길드 수준 아니냐?
"얼만데요?"
나는 혀를 내두르며 한숨이 새어나오려는 것을 참고 일단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녀는 빙그레 미소지으며 방점 찍듯, 10실버요. 라고 대답해왔다.
・ ・ ・
긴 복도를 지나 건물 내부로 조금 더 진입하니, 연무장이 나왔다. 구조상 귀족 저택이였다면 으레 중정이 자리할 테지만, 그곳에 정원수나 화단의 자취는 없었다. 조경화되어 있기는커녕 삭막했다. 잔디는 오래 전에 벌거벗겨진 채 그대로 노출되어 있고, 외곽에는 궁시용 표적과 병구 거치대가 배열을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시야의 끝은 길드 건물의 하얀 석벽들로 둘러싸여 있어, 고대 로마의 콜로세움을 연상케했다.
그곳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어제 여관에서 봤던 척안의 남자였다. "당신이 지부장이었나?" 척보기에도 강해보이는 인상이었다. 철못을 박아 보강한 그의 가죽 갑옷은 안그래도 용병스러운 인상을 한층 더 진하게 했다. 그는 내 물음에 인상을 쓰더니 예상밖의 대답을 늘어놓았다. "내가 지부장이라고? 그럴리가."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젓는 남자. 그리고는 말없이 손짓으로 그의 뒤쪽에 선 사람을 가라킨다. 그곳에는 안면 있는 얼굴이, 한껏 해이해진 표정을 띄우고 있었다. 얼굴에는 취기가 감돌아 살짝 상기된 상태로 자신만만하게 하얀 이를 번뜩였다.
"주정뱅이?!"
케레스였다.
"말이 너무 심한걸? 이 녀석, 상관능멸죄로 불합격시켜도 되지?"
"안됩니다. 아직 정식 멤버가 아니니 상관능멸죄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제이님의 테스트는 이대로 진행됩니다."
접수원양은 딱잘라 말했다. 그 단호한 태도는 약간 의외였다.
"딱딱한걸~ 뭐, 어쩔 수 없나. 자, 받아라."
야무지지 못한 웃음이 그의 얼굴에 머금어졌다. 그와 동시에 검집에 거두어져 있는 장검 하나를 이쪽에 던졌다. 나는 약간 혼란스러운 머리를 진정시키며 그것을 받아들었다. 케레스는 모든 것을 알면서도 일부러 모르는 척을 했던 것이다. 완전히 속아버렸다는 점에서 아주 약간이지만 약이 올랐다. 뭐가 지부장 클래스는 되어야 안다는 거냐. 그는 내 반응을 한참 동안 여유롭게 지켜보았다. 내 동요가 완전히 가라앉고 진지한 눈빛을 내보이자, 그는 흡족한 듯 눈을 살짝 감았다. 그리고
"전력을 다해라."
입가를 밀어올리며 순식간에 기색을 달리했다.
나는 천천히 장검을 빼어 들었다. 생전 처음 느끼는 싸늘한 철의 감촉을 느끼며, 검집을 땅에 버렸다. 그리고 중단의 자세를 고수한 채 상대의 눈동자를 엿보았다. 표표한 빛을 발하는 갈색 눈동자에는 그 어떤 표정을 엿볼 수 없었다. 조금씩 두려움이 고개를 들었다. 실전은 분명 처음이 아니었다. 예의 용병 삼인방과 죽고 죽이는 검극을 나누었다. 8클래스의 마력도 손에 넣었고 육체도 단련할만큼 단련했다. 기껏해야 견제에 머무르는 위력이었지만, '피어' 라고 이름붙인 공격수단도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전 처음 손에 쥔 롱소드는 무성의할 정도로 길고 무거웠다. 간격을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때 깨달았다. 삼인방과 벌인 그것은, 실은 전투 따위가 아니었다. 일방적으로 목숨을 빼앗으러 오는 적들에 대항해, 살기 위해 본능적으로 단검을 뽑아 마구잡이로 휘두른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것도 꼴사나운 추태를 보이며 도망치려다 등뒤에서 도끼를 맞았다. 그런 건 전투가 아니라 단순한 살육이었다. 그렇다. 나에게 있어서 첫 싸움은, 바로 지금 이 순간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설령 그것이 입단 시험이라는 형식을 갖추고 있을지언정, 대등한 조건을 갖춘 양자의 대결이라는 점에서는 그렇게 말할 수 있었다.
긴장에, 온몸이 불타오른다. 천천히 호흡을 고르면서 필사적으로 흥분을 억눌렀다. 그러나 완전히 억눌러지지는 못했다. 고조된 열기가 어느틈에 새어나가 손바닥에 고였고, 검끝이 미동쳤다. 동요를 놓치지 않고 그 찰나, 은광이 눈앞을 달렸다. 정확히 미간을 향해 쏘아져오는 용서없는 번뜩임. 보다 점에 가까운 섬광을,
"윽!?"
목을 한계까지 비틀어 아슬아슬하게 피해낸다. 한박자 늦게, 살갗을 여풍이 거칠게 헤집었다. 경악한 두 다리가 제멋대로 움직여져 뒤늦게 거리가 벌어졌다. 느리고 궁색한 대응. 의지와는 상관없이 노골적인 공포가 마음 속에 스며들어왔다. 이를 악물고 그것을 버티며, 칼날을 부여잡은 두손에 힘을 보탰다. 여전히 간격을 알수 없다. 나는 그저 모든 것이 어설펐던 것이다.
후회스런 마음이 치밀어올랐다. 강해졌다고 제멋대로 착각하고 있었던 것은 나 하나 뿐이었다. 실상은 검 하나 제대로 쥘 줄 모른다. 밀려오는 자기혐오를 억누르며 가까스로 마음을 다잡았다. 검에는 전혀 익숙하지 않았다. 겨누고 있어봐야 방해만 될 뿐이다. 엄습하는 불안감과 격투한 끝에 나는 투지과 각오를 벼려냈다. 그리고 그 결과, 손에 쥐고 있던 검을 버렸다. 흙바닥이 새하얀 검날을 맞이하며 둔탁한 소리가 흘렀다. 다음 순간, 멀리서 숨을 삼키는 소리. 놀라움과 의문이 술렁거렸다. 양손은 철저하게 비워놓은 상태로 나는 대지에 우두커니 섰다. 적수공권이지만 간격조차 파악되지 않은 장검보다는 차라리 이게 나았다. 그리고 보란듯이, 질주를 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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