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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개좆같다(迷宮クソたわけ)」
제 37화 불덩어리
불길은 핥는 것처럼 가슴부터 머리를 감싸왔다. 화염구의 불이 연소하는 시간은 겨우 수초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 수초가 나에게는 영원처럼 느껴졌다. 피부와 털을 태우는 냄새를 맹렬한 이취(異臭)라고 느낀 것은 오직 처음 한순간 뿐이었다.
떨쳐내려 해도 떨쳐낼 수 없고, 피부가 불타는 격통에 절규하려 했지만 코와 폐까지도 불타버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눈을 뜨고 있어도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것은 아마, 안구마저 타버리고 말았기 때문이겠지.
오감은 고통만을 남기고 재빨리 없어져 버렸다. 나는 제정신도 뭣도 다 잃어버리고 마구 몸부림치기만 했다. 불은, 바로 꺼지기에 그 피해자도 즉사하진 않는다. 하지만, 그것은 얼마안가 확실히 목숨을 빼앗는다. 그런 손상이었다.
격통에 의해, 시간의 개념조차 알수 없게 되었을 즈음이 되자, 전신의 아픔이 급속도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피부도 털도, 안구도 고막도, 내장조차도 원래대로 돌아간다고 하는 기묘한 감각이었다. 타서 숯덩이가 되어버린 의복과 경종을 울리는 듯한 고동만을 남긴 채, 내 몸은 원상복구되었다.
눈물에 젖은 시야 중앙에는 스테아가 있었고 걱정스러워보이는 얼굴로 나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내 얼굴과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필요한 것은 일단 전부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그것도 모자라 노예상이 깨부순 어금니조차 새로 나 있었다.
과연, 이게 회복마법인가.
요 근래 모험자로서 미궁에 여러차례 들락날락해왔지만, 직접적인 공격을 받는 것은 사실 이번이 처음이었다. 당연히 회복마법을 경험한 것도 처음이어서 그 감사함에는 나도 모르게 믿지도 않는 신에게 기도를 올리고 싶어질 정도였다.
「적은?」
나는 몸을 일으키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전투가 계속중이라면 바로 적을 전멸시켜야만 한다. 얼타다가 다시 한번 불구슬을 맛보게 되는 건 죽어도 싫었다. 하지만 고개를 드니, 사교도들은 이미 전부 쓰러져 있었고 로브를 입은 남자에게는 기가 창을 꽂아 넣고 있었다. 전투는 말 그대로 지금 막 끝난 참이었다.
「괜찮아요?」
스테아가 내 얼굴에 손을 댄다. 사고가 포화된 채 멍해져 있는 나를 보더니, 스테아가 울기 시작했다.
「죽으신 줄로만 알았어요......」
모험자들 중에서도 회복술사가 제일 인기 쩐다는데, 역시. 이거면 반해버린다. 죽기 일보 직전 상황에서 목숨을 구해주는 역할이니만큼, 누구나 절로 안고 싶어지는 것이다.
내가 죽음의 문턱에서 부활한 후, 조용히 회복마법의 고마움과 스테아의 매력에 대해 절감하고 있는 와중에도, 가르다는 개의치 않고 전후처리를 하고 있었다. 애초에 이번 적은 마물이 아니었고 목적도 보물상자가 아니라 정보였다. 가르다는 쓰러져버린 사교도들과 마법을 쓰던 로브남을 잽싸게 조사했다.
「특별히 재밌어 보이는 건 없네. 작전계획서라도 갖고 있었다면 대박인데......」
그렇게 말하면서 루가무가 처치했다고 예상되는 시체에서 셔츠를 벗겨내어 나에게 던져 주었다. 약간 피 같은 게 묻어서 더럽혀져 있긴 했지만, 둔기로 처치된 자의 옷이라, 창이나 장검으로 끝장난 사교도들의 옷보다는 상태가 좋았다. 내 셔츠는 당연히 숯검댕이 되어버렸기에 가르다 나름대로의 배려인듯 했다.
...라고 생각하고 있자니, 사교도의 바지와 그들이 착용했던 듯한 목걸이형 부적, 거기에 철제 지팡이까지 계속해서 사정없이 던져온다.
「입어. 그럼 겉으론 백퍼 사교도처럼 보이지. 아니 뭐, 차피 어두워서 구분도 못할껄?」
......가르다 나름대로의 배려겠지?
자신을 그렇게 납득시키며 그가 말한 대로 옷을 갈아입는다. 스테아는 내가 사교도 차림을 하는 게 싫은 눈치였지만 나는 쓸 수 있는 건 뭐든지 쓴다, 라는 가르다의 생존철학을 존중했다. 그건 그렇고, 내 배낭 역시 나처럼 그을려졌지만 그래도 매고 다니는데 지장은 없다는 점이 불행 중 다행이었다.
「마법을 쓰던ㄷㅔ?」
기가 찔러 죽인 남자의 옷으로 창 끝에 눌러붙은 피를 닦았다.
「모험자 출신이겠지」
루가무가 대답했다. 모험자를 지망하다가 좌절한 자는 많다. 그리고 그런 자들은 미궁에서 얻은 능력을 활용하여 산적이나 경호원 일을 하기도 하며, 타국 군대에 입대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아마 저 남자도 도중에 모험가 일을 그만두고 경호 마법사로서 사교단에게 고용된 거겠지. 그게 아니면 사회에 불만을 품고 사교단의 교의에 심취하고 말았을 가능성도 있었다.
어느 쪽이건 간에 화염구 밖에 쓸 수 없는 수준이면, 상당히 초장부터 좌절하신듯 했다. 그런데도 굳이 이 미궁에 일부러 되돌아와 죽어버린 거니까, 어찌보면 의리가 두터운 남자였다. 한물 간 집단을 향해 비상한 충심을 발휘하여, 이렇게 위험한 곳까지 따라온다는 것은 나같은 인간에겐 불가능했다.
「어느 정도 수준의 경호원이, 얼마나 많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가능하다면 경호원 쪽부터 처치하도록 하자」
시그는 모두를 돌아보며 말했지만 그 발언의 목적은 파티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함이었을까? 아니면 자기가 불구슬을 얻어맞고 바닥을 뒹굴뒹굴 구르고 싶지 않아서일까? 아마 전자겠지. 이 녀석은 좋은 녀석이다. 나는 그저, 두번 다시 불태워지지 않겠다고 강하게 마음 먹었다.
*
전진을 재개하자, 척후로 예상되는 남녀 3인방과 얼굴을 천으로 가린 3개의 인영(人影)을 발견했다. 척후들은 아마 우리같은 침입자를 막기 위해 함정을 설치한다거나 하는게 임무일 테지만, 천으로 얼굴을 가린 녀석들은 우리를 더욱더 긴장하게 만들었다.
『은혜의 열매 교회』에는 여러 부문이 있는 듯 하지만, 타인을 억압하기 위한 폭력기관 역시 존재했다. 그게, 천으로 얼굴을 가린 채 행동하는 암살자집단이라고 스테아는 말했었다. 이 암살자들은 교회의 반대세력에 잠입하여 주요 인물을 암살하는 것이 주된 임무였기에,『황야의 집 교회』의 유력자들도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단, 스테아의 말에 의하면 아무래도『황야의 집 교회』측에도 비슷한 기관이 있는 듯 하다. 그렇다는 말은 사교도 특유의 발상으로 암살자 집단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그저 인간이기에 그런 생각이 자연스레 떠올라 버린거라고 볼 수 있겠지.
어쨌든 저쨌든, 암살자들과의 전투는 조우하자마자 거침없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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