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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개좆같다(迷宮クソたわけ)」
제 49화 상실
웃으면서 발을 바둥바둥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견딜 수 없을 만큼 그녀를 끌어안고 싶어졌다. 손톱을 뽑은 손가락을 쎄게 쥐어 간신히 제정신을 유지했다.
「안되겠네. 여러모로 각오하고 여기까지 왔는데, 당신이랑 대화하고 있으면 각오가 무뎌져 버려」
너무 웃어서 흘러버린 눈물을 손가락 끝으로 닦는다. 하지만, 곧바로 미소를 지으며 말을 계속했다.
「그래도 어려울지도. 아이들이라면 옛신앙을 버릴 수 있을 지도 모르겠지만, 부모를 버릴 수 있을 지가 문제네. 부모들도 각오를 하고 여기까지 온 거니까, 아이들을 포기하지 않을지도」
대체 무슨 각오인가? 당연히, 자살이다.
아름다운 부모자식 간의 사랑에 의한 자살이나 숭고한 신앙심의 표현으로서의 순교보다도, 삶을 선택해 주었으면 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내가 냉혈하고 박정한 인간이기 때문일까?
「일단, 동료들을 불러오면 이런저런 제안이 나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불러와도 될까요?」
「그런 건, 다른 사람한테 부탁하죠」
테리오프레프는 그렇게 말하며 천막을 들추더니 밖에 있던 신관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대로 내 곁에 온 그녀는 뽑혀진 손톱을 치료해주기 위해 회복주문을 영창했다.
「이런 짓 안해도 돼. 당신을 이용해서 뭘 하고 싶은 것도 아니니까」
나는, 그 난처해하는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
많은 이야기를 했다.
드래곤의 이름이 리픽이라던가, 리픽은 독가스를 뿜을 수 있다던가. 그녀의 출생이나 좋아하는 꽃에 대한 이야기라던가. 조금 무섭고 슬프다며 흔들리고 있던 그녀를 위로해주기도 했다.
*
그녀와의 대화는 20분 정도였다고 생각하지만, 실로, 아주 짧은 순간이었다고 느껴졌다. 너무나도 즐거워서, 헤어지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회담 준비가 완료되었다는 말에, 우리들은 어쩔 수 없이 서둘러 밖에 나갔다.
물자를 놓아두던 장소에 나무 상자를 배치하여 간이 책상이 만들어져 있었다. 한쪽에는 이미 시그를 시작으로 5명이 약간 작은 상자를 의자삼아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 반대쪽에는 교단 간부로 보이는 남자들이 4명, 앉아 있었다.
시그 일행은 테리오프레프가 데리고 온 드래곤을 보고 경계 태세를 취했지만, 괜찮다고 내가 설명한 끝에 겨우겨우 진정해주었다. 나는 코를 실룩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기나, 아무래도 얼굴을 마주보기 힘든 루가무와 스테아를 피해, 시그와 가르다 사이에 억지로 자리 잡았다. 테리오프레프는 스테아의 정면에 앉았기에, 나는 약간 실망한 것인지 안심한 것인지 알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그 밖의 사교도들은 리픽을 두려워한 나머지 모두 멀리 떨어져 있었기에, 사람을 물릴 필요도 없이 회담은 그대로 시작되었다.
「제일 먼저, 이곳에 모인 교단의 최고위 지도자로서 선언합니다. 저희들『은혜의 열매 교회』는 당신들 시가플 대에게 전면적으로 항복합니다」
테리오프레프는 일어서면서 가슴에 손을 대고 낭랑하게 패배선언을 실시했다. 다른 4명도 똑같이 일어서며, 가슴에 손을 댔다. 불필요한 유혈을 피하기 위해, 이 이상은 저항하지 않겠다고 확실한 의사표명을 하고 싶었던 것이겠지. 이에 대해 시그도 명예를 걸고 그것을 받아들인다고 선언했다. 스테아는 복잡해보이는 표정을 띄우고 있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노신관은 지하 5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의 봉쇄를 신속히 풀 것을 약속했다. 이것으로 우리 임무는 성공했다.
「그래서, 당신네들은 이제부터 어떻게 할 생각? 결국 죽는거지?」
가르다가 홀 전체를 둘러보며 말했다. 그 어조에는, 이제 더이상 희망이 없는 집단에 대한 동정은 없었다.
「그 말대로 입니다. 원래 계획으로는 조금 더 신도들이 모일 때까지 기다린 후에 모두 함께 여행을 떠나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이젠 다른 사람들도 오지 않을테고 물자도 부족하니 시기를 봐서 조만간......」
「뭐, 이런 곳까지 와버린 이상, 다른 결말은 없을 테니까. 이 다음부턴 하고 싶은 만큼 기도하고, 조용히 죽어줘」
테리오프레프를 향해 던져진 가르다의 말은, 지나치다면 너무 지나칠 만큼 가혹한 내용이라서, 단순한 루가무를 화나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너, 그런 식으로 말할 것까진 없잖아!」
그 호통에 가르다는 어깨를 움츠렸지만, 반성은 하지 않은 듯 이야기를 계속한다.
「루가무 누님, 당신이야말로 뭘 잘못 알고 있는거 아냐? 붙잡힌 사교도에게 어떤 말로가 기다리고 있는지, 마침 저기『황야의 집 교회』님네 아가씨가 있잖? 가르쳐 달라고 해. 왠만한 뱃사람이라면 모두 안다고, 아무튼 특산품 중에......」
「닥쳐!」
나를 밀어젖히며, 시그가 가르다의 멱살을 잡았다. 겨우 수초, 두 사람은 서로를 노려보았지만 결국 가르다가 사죄하고 시그는 손을 놓았다. 두 사람 모두 신경이 곤두서 있다. 아마, 부조리함에 대해서다.
「우리들은 무슨 말을 듣든 상관 없습니다」
테리오프레프는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것보단 아까 저쪽 마법사 분과 말씀을 나눴습니다만, 그 이야기를 마무리 짓고 싶네요」
*
교단간부와 가르다의 연설에 의해, 다시금 집단자결이 선고되었다.
어른들은 입술을 깨물었고, 작은 아이들은 무슨 말인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가르다에 의한, 물어뜯을 듯이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설명이 여러차례 반복되었다. 어른들도 아이들도, 공포에 질려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속출했다. 우리는 쓸데없는 짓을 하고 말았던 것인가?
*
최종적으로 우리는 아이들 중 12명을 데려가게 되었다.
그 12명은, 가르다의 표현을 빌리자면「같이 천국에 가자고 꼬시는 부모를 발로 까서라도 살고 싶은 애새끼」들 중에서도 3명의 젖먹이를 제외하면「부모에 대해 완전히 잊고, 지금까지의 개같은 생활보다도 훨씬 더 지독한 지옥같은 생활을 각오할 수 있냐?」라는 물음에도 고개를 끄덕인 아이들 뿐이었다.
다른 아이들은 부모 품으로 돌아갔다. 본인의 행복을 존중하는 것이다, 라고 무심결에 중얼거리고 만 자신을 패버리고 싶어졌다. 나와 비슷한 연령대의 소년들도, 약간 어린 소녀들도, 각자 떨면서 믿고 있는 신의 곁으로 여행을 떠날 결의를 굳히고 있었다.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모든 부조리함을 걷어차버릴 수 있을 만큼의 힘이 지금, 이 순간에야말로 필요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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