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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개좆같다(迷宮クソたわけ)」
제 51화 마지막 모임

 

실력자 경호원들이 최전선을 지키고 시가플 대는 최후미를 지킨다. 이탈자 무리는 선두부터 홀을 빠져나왔고, 최후미의 우리들이 통과하자 문이 닫혔다.

테리오프레프는 마지막까지 우리를 향해 미소지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가슴이 쥐어짜듯 아팠지만, 함께 남는다는 선택만큼은 도저히 할 수 없었다. 그 순간까지 내 손에서 벗어나려 발악하던 소녀는, 문을 등지자 겨우 포기한 모양인지 소리죽여 울기 시작했다.

이젠, 이 13명의 아이들을 지키는 것만이 이 개좆같은 미궁에 남겨진, 최소한의 구원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원수가 늘어나면 그 기척에, 어쩔 수 없이 마물들이 꼬인다. 

우리는 거대한 하늘소나 독사 말고도 산 사람을 습격하는 시체인 리빙데드 등과 계속해서 조우했다. 이쪽은 과밀상태인 탓에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고, 아이들을 지켜야 했기에 불리한 싸움을 강요당하면서도, 어찌어찌 낙오자 없이 미궁 출구 부근까지 도달할 수가 있었다.

이제 다왔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선두가 갑자기 멈춰섰다. 무슨 일이 벌어졌나? 하고 의문을 품고 있자니, 깜짝 놀란 가르다가 허둥지둥 앞으로 앞으로 치달려나갔다. 나도 완전히 잊고 있었지만, 가르다는 미궁에 들어오는 자뿐만 아니라 나오려는 자까지도 베어버리라고 명령했었던 것이다.

잠시 선두에서 소란이 있기는 했지만, 결국 전진은 재개되었고 우리는 미궁 밖으로 나왔다. 밖은 한낮이어서 눈부신 햇빛 때문에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약간 텀을 두고 눈을 뜨자, 구름조차 없는 창공의 일면에는 무수한 사체들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미궁에 들어가기 전에도 이미 50명에 가까웠던 시체들이, 지금은 아무리 작게 견적 잡아도 5배 이상은 불어나 있었다. 미궁 입구 부근은 오히려 빨갛지 않은 지면을 찾는 편이 더 어려웠다. 당사자인 노라는, 우리가 미궁에 진입하기 전에 봤던 것과 똑같은 자세로 의자에 앉아 있었다.

거친 일에 익숙한 경호원들도 어린이들도, 그 광경에 쇼크를 받은 듯이 아무 말 없이 서 있었지만,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너무나도 지독한 참상에 무릎마저 떨려왔다.

「야, 이봐 다들 멍청히 서있지 마! 여기에 집합!」

노라 곁에 선 채, 가르다가 소리 질렀다. 그 재촉에, 함께 탈출한 모든 인원들이 줄줄이 가르다 주위로 모였다.

「근처에 숨어있는 사교도 놈들도 나와라, 전부 다 끝났다고!!」

저 작은 체구로는 믿겨지지 않을 만큼 큰 목소리로, 가르다는 주위를 향해 고함을 질렀다. 이윽고 근처 숲이나 오두막의 그늘에서 수십명의 얼굴이 슬쩍 비춰졌다. 메마른 지면 상태로 봐서는 늦어도 수시간 전에는 돌파를 포기하고, 멀리서 포위한 채 관찰하기로 한 무리들일 것이다. 이들은 적지 않은 수의 동료를 잃었던 까닭에 경계하는 기색을 거두지 않았다.

「일단 하나. 우리는 이미『은혜의 열매 교회』와는 적대하지 않는다. 따라서 너희들의 발을 묶는 건 이제 없다. 미궁에 들어가고 싶으면 좋을 대로 해라. 단, 테리오프레프는 얼마 안가 순교할 듯하니까, 따라가고 싶다면 서둘러라. 죽고 싶지 않은 무리들은 냉큼 꺼지고 살길을 찾아라. 붙잡히면 어차피 죽겠지만, 도망칠 거면 죽을 각오로 토끼라고!」

가르다는 일방적으로 전투의 종식을 선언했다. 그렇다고 해도 그걸로 쓰러져간 목숨들이 되돌아오는 건 아니었기에, 저들이 적반하장식으로 싸움을 걸어올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신도들은 그저 제대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을 뿐이었다.

「두번째, 이건 경호원 형씨들한테 하는 이야기. 우리는 당신네들을 모른다. 당신네들도 우리를 모르고. 서로 쌩판 남이니, 이제부턴 자유롭게 행동하시길」

체제와 대립한 집단에 고용되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누구에게도 고할 생각이 없었다. 우리들로서도 그들과 행동을 같이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건 곤란했다. 그런 약속에, 그 누구도 토를 달지 않았다. 단지 지하 5층을 향한 계단을 점거하고 있던 전사들 중 하나가 입을 열었다.

「우리도, 너희들 따윈 본 적 없다만. 근데 저 아이들은 어쩔거지? 버거울 것 같으면 몇명 정도는 돌봐 줄 수 있는데......」

세 명의 젖먹이, 아홉명의 소년소녀, 그리고 여동생이 한 명. 합계 13명의 아이들.

「아니, 그건 이쪽에서 어떻게든 한다」

가르다가 아니라 시그가 대답했다. 이에 대한 건 나중에 협의할 필요가 있겠지. 어느 쪽이건 간에 나름대로의 방향은 정해두어야 했다. 그런 약속을 그녀와 했다.

「그 밖엔 없냐? 없지? 마지막으로 또 하나. 살아남고 싶으면 사교도와 관련된 모든 것을 잊어라. 그리고 다른 사람을 원망하지 마라. 한방 먹여주고 싶다던가, 원수를 갚고 싶다던가 따위 실수로라도 생각하지 마라. 그럼, 해산!」

가르다의 말이 끝나자 경호원들은 떠나갔다. 주위를 포위하고 있던『은혜의 열매 교회』신도들 중 소수는 미궁 안으로 들어갔고, 남은 자들은 뿔뿔히 흩어져 어딘가로 향했다. 

아이들은 지쳐있었기에 우리는 그 자리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내려온 핏빛이 지면에 엉겨붙어 있는 상황을, 우리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지만 아이들 중 몇명은 냄새를 견디지 못하고 구토했다.

우물에서 물을 퍼오는 루가무를 보면서 나는, 미궁으로 들어가던 신도들이 테리오프레프 일행과 제때 합류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했다. 여럿이서 들어갔으니 마물들이 득실대며 몰려올테고, 그러면 그곳까지 무사히 도착할 확률조차 낮겠지.

하지만, 혹시라도 그 정도는 기다려 줄지도 몰랐다.

모두가 모인 어스푸레한 홀 안에서, 전원이 기도를 드리고, 시기를 봐서 리픽에게 독가스를 토하게 하겠지. 테리오프레프가 죽어버리면 제어의 주술도 풀린다고 했기에, 리픽도 분명 평범한 드래곤으로 돌아간다. 그렇게되면 늘어서 있던 사체를 남김없이 먹어치운 후에, 천천히 원래 둥지가 있었던 하층으로 내려갈 것이다.

「슬슬 좀, 놔달라고. 이제 도망 안 가니까」

내 손을 할퀴고 피투성이로 만든 여동생은, 이제야 겨우 체념한 듯했다. 나는 계속 붙잡고 있었던 팔을 살며시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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