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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개좆같다(迷宮クソたわけ)」
제 52화 값어치
우리는 힘없이 도시를 향한 귀로에 올랐다.
동행하긴 싫다고 말하던 시그도 그 주장을 관철할 만한 기력이 바닥난 모양인지, 가르다와 노라도 우리와 함께 걷고 있었다. 육체적인 피로는 두말할 것도 없었고, 정신적으로도 왠지 모르게 답답한 무언가가 주위를 맴돌고 있는 듯 했다. 내가 보기엔 휘청거리지 않고 똑바로 걷고 있는 건 노라뿐이었다.
도시에 도착한 후, 모험자 조합의 사무실로 향한다. 문을 열자, 사무실내에는 젊은 남성 사무원이 의자에 앉은 채 선잠을 자고 있었다. 다른 인적은 없었기에 방문자가 아무도 없어 한가해 보였다. 가르다는 가까이 가서 의자를 걷어차버렸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사무원이 쓰러졌다.
「잘 쉬고 있는데 미안하네 형씨. 세수할 정도의 시간은 기다려 줄 테니까, 눈이 뜨이면 달려서 높으신 분 좀 불러줘」
사무원은 불만스럽게 일어서며 뭔가 불평을 내뱉으려 했지만, 기의 모습을 발견하더니 작은 비명을 남긴 채 어딘가로 달려나갔다. 그때 시끄러운 소리를 들은 모험자 조합의 간부 하나가 안쪽 문에서 얼굴을 내밀었기에, 우리는 그리 오랜 시간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다.
✴
모험자 조합 건물 2층에 설치된 회의실에, 모험자 조합의 조합장과 술집 주인장, 그 외의 5명이 우리 반대편에 포진했다. 이쪽은 시가플 대가 한 줄로 앉아 있었고, 가르다와 노라가 좌우로 나뉘어 서 있었다. 의자가 부족한 건 아니었지만, 필요없다며 굳이 사양했다. 아이들은 구석에 설치된 긴 의자에 앉아 이쪽을 보고 있다.
회의실은 어색한 침묵으로 충만해 있었다.
「돌아왔습니다」
안으로 들어온 것은 조합의 사무원과 주점의 허드레꾼, 영주부의 잡역부 이 세 사람이었다.
「미궁 입구를 확인하고 왔습니다만, 확실히 대량의 사체가 줄지어 있었습니다」
도시의 유력자들은 우리의 실적보고를 의심한 나머지 그들을 보내 확인한 것이었다.
「하지만 아직 다른 모험자들의 귀환도 보고받지 못했네. 자네들의 공적을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지금 당장 보상금을 지불할 수는 없네」
영주부의, 뭐시기라는 잘나보이는 직함을 가진 관료가 기분 나쁜 듯이 입을 열었다. 어째서 자신이 이런 자리에 불려와 있는지 납득하지 못한 것일지도 모른다.
「흥, 멍청한 소리 마! 우리가 부탁받은 건 지하 4층과 5층을 잇는 계단의 해방이고 그걸 완수하고 돌아온 거다. 의심 안한다면 지금 바로 지불해!」
가르다는 그들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앉아서 말하는 것보단 훨씬 위압감이 있다. 그는 그걸 위해 자리에 앉지 않은 거겠지.
그들은 우리의 임무가 달성되면 곧바로 금화 600닢을 지불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불쾌해 보이는 얼굴의 관료와 새파란 얼굴을 하고 있는 술집 주인장을 제외하면, 이 자리에 있는 놈들은 하나같이 히죽히죽하고 천한 웃음을 띄우고 있었다. 분명, 이놈들은 이제부터 온갖 생트집을 잡아 지불할 보수를 흐지부지되게 하거나 깎으려 들겠지.
「주인장,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은혜의 열매 교실』은 확실히 붕괴했고 계단 봉쇄도 풀었다. 이건 내 명예를 걸고 맹세할 수 있다」
시그의 시선을 받고, 술집 주인은 당황하며 눈을 돌렸다.
「아니......나는」
주인장은 이마에서 흘러넘치는 땀을 닦으면 말을 더듬었다. 가르다는 성큼성큼 발소리를 내면서 유력자들이 있는 쪽으로 이동했다. 그는 원래 걸을 때 발소리를 전혀내지 않기 때문에, 지금 이건 일부러 그러는 것이다. 유력자들의 시선이 그쪽으로 끌려갔다.
「왼쪽 귀」
가르다가 선언하자, 귀 7개가 바닥에 떨어졌다. 그들은 아픔보다도 경악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가르다가 발소리를 내며 테이블 빙 둘러 이동하는 것에 맞춰, 노라가 반대 측에서 빙 둘러 온 것이었지만, 그 순간의 발도는 나 따위에겐 전혀 보이지 않았다. 유력자들이 그제야 노라를 눈치채고 당황하기 시작했지만, 가르다의 선언에 용서는 없었다.
「오른손 손가락 날려」
노라의 기술은 간단히 말해 마법 같았다.
유력자들의 오른손은 각자 허벅지 위에 있거나, 테이블 위에 있거나, 없어진 귀를 확인하는 중이거나, 쥐었다 폈다하는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지에서 새끼손가락에 이르기까지, 전원의 손가락이 한순간에 잘려 허공에서 춤을 췄다. 그런 주제에 다른 부위에는 긁힌 자국 하나 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 이르러, 그들은 이제 겨우 폭력의 존재와 아픔을 떠올려낸 듯이, 일부는 신음했고 다른 일부는 숨을 죽였다.
「왼쪽 손모가지」
바닥을 구르는 7개의 손.
「알았다. 미안했다. 돈은 바로 지불할 테니까 용서해 주게!」
술집 주인장이 애원하는 듯한 목소리를 쥐어짰다. 한박자 늦게, 각자의 손목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응? 뭐야. 당신네들 가격 교섭하려던 거 아니었음? OK, 좀 깎아줄게. 목 하나에 금화 3닢, 10명 있으니까 금화 30닢 깎아줄게. 당신네 다음에 오는 놈들한테 그만큼 공제해서 청구하면 되잖? 뒷일은 걱정 안해도 돼」
잡역부들은 가르다의 계산에 자신들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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