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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개좆같다(迷宮クソたわけ)」
제 54화 여동생

 

「저기, 네 이름은?」

「메리아」

바짝 움츠려들어 있는 주인을 못본체하고, 나는 여동생에게 이름을 물었다. 주인은 실내 가장자리에 처박혀 떨고 있었으므로, 이런 명백한 부자연스러움을 눈치챌 리가 없었다. 도량이 작다고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저기, 메리아. 일단 너는 괜찮은가봐. 아래로 내려가서 빵이라서 사먹고 있어」

나는 메리아에게 동전을 주고 아래층으로 내려가게 했다. 주인은 겨우 실신을 모면했을 뿐 심하게 동요하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런건 아이에겐 보여줄 수 없는데다, 조금 정도는 주인의 위엄을 지켜주고 싶었다.

「ㄱㅣ는 물어뜯거나 하지 않는ㄷㅏ」

「힉! 말했다!」

그거야, 말은 하지요. 랄까, 주인은 교역상이기도 하니까 리자드맨에 대한 지식 정도는 있을 것이다.

「부탁합니다, 주인. 그녀는 중요한 동료입니다. 부디 잘곳을 제공해 주세요」

하지만 주인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집에는 아내도 아이들도 있다고. 그런 곳에 리자드맨 따위!」

기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은 난처하기 때문인까, 슬퍼하고 있기 때문일까.

「그래도 그녀가 없었으면 저희 파티는 미궁에 못 들어갑니다. 그렇게되면 저의 채무변제도 늦어지고 맙니다」

「리자드맨 따위 빼고 다른 전사를 넣으라고!」

확실히, 이제 와선 술집 주인도 우리들을 괴롭히지는 못하겠지. 기를 쫓아내는 것도 한가지 방법일 지도 몰랐다. 하지만 안된다. 나는 기의 옆에 서서 그 어깨에 손을 올렸다. 비늘에 덮힌 피부의 감촉이 셔츠의 천을 넘어 손바닥에 전해진다.

「그녀는 단순히 실력있는 전사일 뿐만 아니라 회복마법도 쓸 수 있습니다. 이번 임무에서 금화 30닢을 얻을 수 있었던 것도, 그녀가 있어준 덕분입니다」

즉, 그녀의 존재는 내 일을 돕고 결과적으로 주인의 지갑을 두둑하게 하는 거라고 설득해 본다. 하지만 그런 정도로는 의미불명의 리자드맨을 집안에서 살게할 만큼 취향이 독특한 사람은 아닐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녀는 리자드맨의 국가인 아놀 족의 왕족과 가까운 사이입니다. 잘 되면 남방국가들과의 교역을 독점하는 것도 가능하겠지요」

거짓말은 안했다. 주인이 다른 교역상들을 몰살시키는 등의 수단을 취한다면, 분명 가능할 것이다. 하고 싶은 만큼 열심히 하면 된다. 단, 주인의 머릿속에 눈 앞에 있는 리자드맨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인식하게 하는 걸로 충분했다.

이리하여, 주인은 기가 저택의 헛간에 체재하는 것을 정식으로 허용했다.



물건을 좀 산 후, 우리들은 저택으로 돌아왔다. 수돗가에서 몸과 더러워진 옷을 씻는다. 기도 메리아도, 알몸이 된 채 목욕을 했다. 세탁한 의복을 널고 새로 사온 옷으로 갈아입은 후, 나는 냉큼 자신의 이불 속에 파고들었다. 다행히 전에 사온 침구가 한 세트 있었다. 강아지라도 주워와서 기랑 같이 자게할 생각이었지만, 뭐 이것도 딱 좋지 아니한가.

「메리아는 거기서 기랑 같이 자」

강아지를 주워올 수고를 덜었다. 메리아는 깜짝 놀라워했지만 어쩔 수 없다. 내가 푹 자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괜찮아. 물어 뜯지도 않고, 털도 안 떨어져. 밤에 울부짖는 일도 없어. 땀도 안흘리니까 위생적이기도 해」

잠잘 때의 숨결이 그으그으 하고 들려와서, 인면묘가 내는 소리와 완전 똑같다는 사실은 일단 덮어놓자. 어쨌든 졸렸다. 미궁의 저주가 내 혼을 붙잡으려고 재촉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메리아와 기의 반응을 들을 새도 없이 깊은 수면에 빠져버렸다.



눈을 떴다. 혼의 변질이 느껴졌고, 머릿속 선반이 증설되어 있었다. 새로운 마법을 쓸 수 있게 된 듯하다.

어제, 메리아가 할퀸 오른팔이 욱신욱신 아프다. 기가 일어나면 회복마법을 걸어달라고 해야지. 회복마법의 사용자와 같이 살면 이럴 때 편리하다.

기와 메리아는 아직 자고 있었다. 기분 좋아보이는 듯이 자고 있는 기의 모습에 반해, 명백하게 험악한 표정인 메리아. 악몽을 꾸는 원인은 아마 어제 잃어버린 가족이나 동료들 때문일까, 아니면 몸에 달라붙어 있는 기 때문일까. 아마 양쪽 다겠지.

이상한 시간에 자버렸기에 밖은 아직 밤이었다. 나는 훌쩍 헛간을 벗어났다. 하늘에는 반달에 가까운 초승달이 떠 있었다. 저택이 소등되어 있는 걸로 봐선 지금은 심야겠지. 어쩌면 새벽녘일수도 있겠지만, 정확한 시간대는 알수 없었다. 주위는 어둡지만 나는 모험자라서 밤눈이 밝기에, 그다지 곤란할 건 없었다. 오히려 전보다 어둠 속이 훨씬 더 잘 보인다고 실감했다. 

정원을 걸으면서, 테리오프레프에 대해 떠올렸다. 그녀가 건 저주다. 

그녀 일행은 벌써 여행을 떠났을까?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사교도로 치부되어, 저항 못하고 구축당한 집단.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도시의 이익이라고 하는 사소한 이유로, 500명 이상을 죽여버린 것이다. 임무 달성을 보고하기 위해 대면한 유력자들과 그들이 띄우고 있던 비열한 웃음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저런 놈들을 기쁘게 하려고!

나는 테리오프레프 일행에게 기도를 바치려 했지만, 제대로 된 기도 방법도 예절도 몰랐기에 그만두기로 했다. 그저 그들을 잊지 않는 것이 약간이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하고 바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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