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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개좆같다(迷宮クソたわけ)」
제 56화 시그

 

「저기, 사우제. 이 아이는 '메리아'라고 하는데, 잠시 이 주변을 안내해주지 않을래?」

내 부탁에 사우제는 쾌활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 분위기는 시그와 많이 닮아있었다. 한편 메리아는 노골적으로 싫은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우리들에게도 볼일이 있었기에 반강제적으로 다녀오게 했다. 눈을 반짝이며 뒷골목을 달려나가는 사우제를 쫓아 메리아는 허둥지둥 따라 달려나갔다.

아이들이 보이지 않게 될때까지 배웅한 후, 나와 기는 근처에 있는 공원으로 향했다. 그리고 공원 벤치에는 시그가 피곤해보이는 얼굴로 앉아 있었다. 피곤 따위 그 존재조차 모를 듯한 사우제와는 대조적이다.

「여, 시그」

「으응」

내가 부르자, 그는 미적지근하게 대답해왔다.

「사우제한테 듣고 왔는데, 손님이 왔었다고?」

「아침부터였어.『은혜의 열매』때문에 발이 묶여 있었던 녀석들이 하나 둘씩 귀환해서, 그녀석들이 감사를 표하고 싶다고 온 거야. 교대로 번갈아가면서, 끝도 없이 말야」

「헤에, 완전 영웅이네」

「바보같은 소리마. 이놈도 저놈도 지하 5층보다 더 아래에서 노는 실력자들이라구? 바톤터치하듯 다가와서는 내 얼굴을 보곤 실망해서 돌아가. 그런 걸 반복하다보니 아무리 나라도 마음이 꺾일 것 같다고」

시그는 상당히 난처해하고 있었다.

「그거 말고도 말야, 지원자가 6명이나 왔다구? 전사가 2명, 시프가 2명. 이번 서포터가 각자 시프랑 전사니까, 아마 그 직종이 부족하리라고 지레짐작하고 온 거겠지. 거기에다『은혜의 열매』를 궤멸시켰다는 이야기를 듣고『황야의 집』의 신관이 2명. 그냥 너네들끼리 파티 짜라고 받아쳐줬어」

그 언동에서 추측하자면 시그도 기를 다른 전사와 교체할 생각은 없는 듯해 보여서 안심했다.

「시프는 어떡할거야? 파라고가 돌아올 때까지는 시프 없이 가?」

시그는 힘없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미안하지만 조금 쉴려고. 대충 파라고가 돌아올 때까지 10일이나 20일 정도......넌 어떻게 생각해?」

이렇게 물어올 때, 그는 긍정해주길 원하는 것이다. 씩씩한 괴력남이라도 피로가 쌓이면 마음이 약해진다. 나는 조금 산만해져 있는 그의 심경을 자극하지 않도록 신경써서 대답했다. 무엇보다 나에게도 그에게도, 스테아에게도 루가무에게도 이런저런 이유로 시간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었다.

「파라고가 돌아오기 전에 모험에 나가고 싶을 때는, 다른 파티의 서포터로 응모하면 돼. 현역 영웅 시가플 대 출신이라면 어디서도 분명 환영받을거고. 그럼, 파라고가 돌아오면 새롭게 모이자. 아아, 그 전에 루가무가 이사할 때 모두 모이게 될 것같지만」

내가 그렇게 말하자 시그는 힘없이 웃었다. 그 후에도 짧은 대화를 교환한 후, 나와 기는 공원을 나왔다. 잠깐 걷더니, 지금까지 잠자코 있었던 기가 입을 열었다.

「ㄱㅣ도 다른 파티에 환영받을ㄲㅏ?」

시그는 휴양을 필요로 하고 있고, 루가무는 아이들을 거둘 준비라던가 이사 때문에 바쁘다. 스테아도 아이들에 관해 이런저런 볼일이 있겠지. 나 역시 메리아가 도시에 익숙해질 때까지는 모험에 나서기 힘들다. 하지만, 기에게는 아무런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그녀는 수련을 위해 미궁을 계속 다니고 싶을 것이다.

「괜찮아. 내가 어떻게든 찾아볼게」

기가 죽어버리면 곤란하다. 충분히 신중하게, 제대로 된 파티를 찾아야만 한다.

「부탁ㅎㅐ. 너와 메리아의 식비 정도는 벌지 않으면 안되니ㄲㅏ」

그렇게 말하며 ㅋㅑㅋㅑ웃는다. 그녀의 표정은 여전히 읽을 수 없었지만, 어쩌면 믿음직스러운 표정으로 웃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주점 구석에 설치된 2인용 자리에 앉은 루가무의 얼굴에는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테이블에 놓여진 조림요리를 입으로 가져가면서, 묵묵히 항의의 시선을 보내온다.

「왜 그래?」

나는 참지 못하고, 당연한 것을 질문하고 말았다. 둘이서 식사하자고 초대해 놓고서 기와 메리아를 데리고 나타난 나에게 화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도 제대로 된 이유가 있었다. 사우제를 따라 놀러간 메리아를 찾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버렸다. 도시 반대편에서 겨우 발견한 녀석들은 수많은 아이들 속에 섞여, 똑같이 웃고 있었다.

거기까지는 나쁘지 않았지만 시간적으로 너무 늦어서 노점상들도 이미 철수해버린 탓에, 기와 메리아의 저녁식사를 해결하기 위해선 술집까지 데리고 올 수밖엔 없었다. 그래도 일단 신경 써서 두 사람은 가게 반대쪽에 앉게 하고 식사를 하고 있는데......따위의 변명을 해도 어쩔 수 없기에, 나는 계속해서 사과했다.

「......나도 말야, 둘이서 식사하는 거라고 들었으니까 조금 기대했다고」

루가무는 입술을 부루퉁하게 만들며 중얼거린다. 그 기대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정말로 죄송스럽다. 그치만, 그렇다고 해서 두 사람을 방치해버렸다면 그녀는 분명 화를 냈을 것이다. 그것도 심하게.

그런 부분 덕분에 나는 그녀를 사랑스럽다고 생각하는 거지만, 그 감정이 이 사태를 호전시켜줄 리는 만무하다. 이렇게 된 이상, 식사를 끝낸 두 사람은 일찍 귀가하게 한 뒤, 그녀의 손을 잡고 달달한 말을 백개나 이백개쯤 늘어놓을 수 밖엔 없다.

...라는 내 허술한 계획은, 스테아의 등장으로 인해 산산조각으로 박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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