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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개좆같다(迷宮クソたわけ)」
제 2장
제 58화 쇼트 타이머


미궁은 어슴푸레하지만, 필사적으로 단련해온 덕분에 예전만큼의 답답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중장비를 갖춘 녀석들의 뒤를, 거의 평상복에 가까운 차림으로 걷는 것에도 완전히 익숙해진 까닭에 위화감도 없다. 숨을 들이 마시자, 공기중에 멤도는 옅은 마력이 느껴졌다. 

강력한 마물이나 모험자들에겐 말도 안되는 이야기겠지만, 나는 이 정도의 마력농도가 딱 기분 좋았다. 지하 1층의 익숙한 냄새에 마음이 진정된다. 그렇다곤 해도, 다른 녀석들은 긴장하고 있었다. 앞서 걷는 세 사람의 발걸음도 약간 어색하고, 옆에서 걷고 있는 클레릭 소년도, 시프 여자애도 어금니를 악물고 있다. 

「적이다!」

전위의 외침에 앞을 보니, 기묘하게도 세 마리의 거대 쥐가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그 시선을 우리를 완전히 포착하고 있었고, 곧바로 전위인 세 사람이 거리를 벌리고, 뒤로는 통과시키지 않겠다는 듯이 벽을 만들고 무기를 겨누었다. 

거대 쥐가 위협하고, 각자의 무기가 들어올려진다. 긴장하여 어쩔 줄 몰라하며 허둥대는 클레릭과 시프.

그리하여 그들의 모험은 시작을 고했다.



내가 시가플 파티를 벗어나서 모험을 하고 있는 것에 깊은 의미는 없었다. 시가플 파티는 휴면중이라, 임시고용 모험자 지도원 일을 맡았을 뿐이었다.

사교도 집단에 의한 미궁점거 사건에 의해 많은 수의 모험자가 희생되었고, 이에 따라 신인에서 중견에 이르기까지 모험자의 수가 격감했다. 이 도시의 경제가 미궁에서 건져오는 보물이나 힘에 의존하여 성립되고 있었던 만큼, 유력자들은 이 사태에 따른 수입 감소를 우려하여 모험자 견습생의 온실재배에 팔을 걷어붙였다.

즉, 원래라면 학과를 졸업한 뒤 각자가 도전하게 되는 미궁행을 학생인 동안에 경험하게 한다. 단, 선배 모험가를 동행시켜서 희생자 수를 억제함과 동시에, 졸업할 시점에 이르러서는 어느 정도의 경지에 도달한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다.

신인을 데리고 다니다가 달인이 될 때까지 키워내는 선생기사와 비슷하지만, 이쪽은 준 신인모험자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기껏해야 지하 1층에 관한 노하우를 가르쳐주는 수준이다. 그 교육방법 덕택에 은근히 짭짤한 보수가 약속되어 있어 나에게는 좋았지만, 학생들에게는 적지 않은 비용을 부담시키고 있었다.



그들이 벌이는 전투는 비교적 평범한 편으로, 어느 정도의 피해를 입으면서도 거대 쥐 토벌에 성공했다. 시가플 파티의 전신인 연습대 3이 거대 쥐 3마리를 상대로 거의 붕괴할 뻔했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당시의 우리들에 비하면 지금의 이들이 훨씬 더 믿음직스러웠다.

「저기, 회복마법을 걸어주라고」

어리버리하게 서 있던 클레릭 소년에게 말을 걸었다. 그는 그제서야 떠올린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전사들 쪽으로 달려나갔다.

「그리고 너는 마물의 둥지를 찾아. 아마 가까이에 있을 거야」

시프 소녀도 내 지시에 따라 바위 그늘을 조사한다.

응, 정말 고분고분해서 좋다.

지도원이라고 불려서 약간 낯간지러워지는 이유는, 그들이 나와 동세대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겨우 몇개월 전까지만해도 그들이랑 똑같은 학생이었다. 오히려 그들 중 절반 이상이 나보다도 연상처럼 보일 정도였지만, 나는 자신의 연령조차 제대로 모르기에 실제로는 어떤지 잘 몰랐다.

「있었습니다!」

시프 소녀가 손을 들고 나를 불렀다. 보니, 거대 쥐의 둥지에는 몇개의 은화 말고도 수수한 유리구슬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이놈들, 주제에 건방지게 보물상자도 있었어요!」

소녀는 대담스럽게 웃었다.

「그건 그냥 내버려 두자」

내 제지에, 그녀는 불만스러운 듯한 표정을 띄웠다.

「어째섭니까, 지도원. 다른 녀석들의 역할이 전투라면, 제 역할은 이거에요!」

「어째서냐니, 네가 아직 미궁에 순응하지 않아서지」

미궁에 순응하면 마법사나 클레릭을 마법을 쓸 수 있게 되며, 전사는 전투능력이 높아진다. 하지만 시프는 거의 강해지지 않는다. 마법은 쓸 수 없고, 힘도 일반인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그들은 감이 예민해진다.

마물의 기척을 감지하고 길에 설치된 함정을 간파한다. 보물상자도 마찬가지로, 충분히 성장한 시프는 함정을 작동시키지 않고도 내용물을 끄집어내는 일을 잘하게 된다. 그러니까, 아직 견습생인 그녀는 보물상자 같은 걸 상대해서는 안된다.

「거기다가, 이런 곳에 쥐들이 숨겨 놓을 정도의 보물이라면, 기껏해야 쓰레기 수준일테고」

게다가 거대 쥐 같은 잡몸이 가치 있는 물건을 입수했을 가능성은 적었다. 어딜봐도 목숨을 걸만큼 가치있는 보물은 들어가 있지 않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네가 죽으면 내가 곤란해」

그들을 죽게하지 않고 모험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내 임무다. 학생들을 죽게하면 보수를 받지 못하는 것뿐만 아니라, 앞으로 비슷한 종류의 일감을 얻지 못하게 되고 만다. 나의 진심과 타산을 잔뜩 함유한 설득에 의해, 그녀는 어떻게든 보물상자에 도전하는 것을 포기해 주었다.

한편 전사들에게 시선을 돌리자, 치료는 끝났고 호흡을 정돈하고 있었다. 난생처음 경험한 목숨을 건 전투. 그것을 지금 막 끝냈음에도 그들의 표정은 밝았다. 아마 내가 있으니까 죽을 일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어쨌든 간에, 나는 도시를 구한 시가플 파티의 일원으로서, 그들에게는 우상같은 존재라는 듯 했다.

역겨워서 구토감마저 드는 명예지만, 덕분에 그들이 내 말을 잘 따라주게 되었다는 점에서 굳이 부정할 필요는 없었다. 다만, 그들이 쓰러뜨린 거대쥐 한마리에게 조차 완력에서 뒤지는 내 연약함을 알게 되는 날에는, 그들의 생각이 조금 바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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