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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개좆같다(迷宮クソたわけ)」
제 59화 은행


「그럼, 돌아갈까?」

내 말에, 모두가 놀라고 있다.

「에? 좀 더 쉴래?」

내가 보기엔 전위들의 호흡도 정리되어 있어서, 이 이상의 휴식은 필요없어 보였다.

「아뇨, 그런게 아니라 아직 더 할 수 있어요. 퇴각하기엔 아직 이르지 않습니까?」

전사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피코'라는 이름의 남자였다. 큰 체구에, 의지가 강해보이는 눈매의 우락부락한 남자였다. 이 연습대에서도 잠정적인 리더를 맡고 있었다.

「이르지는 않지 않을까? 회복마법이 바닥나면 바로 귀환하는 게 모험의 기본이야」

「그치만, 상처도 나아서 만전이고, 조금만 더 실전경험을 쌓고 싶달까......」

신중하게 가자는 내 의견에 반해, 피코는 성장 기회를 확보하자고 주장했다. 그것도 일리가 있다. 뭣보다 그들은 돈을 지불한 것이다. 기왕 지도원의 비호 아래에서 경험을 쌓는 것이니만큼 가능한한 많은 경험을 쌓고 싶은 거겠지. 하지만 그건 그들의 문제다.

「응, 안돼, 돌아갑니다. 이건 지도원으로서의 지도에요. 거스르는 건 안됩니다. 반대하는 사람은 손을 드세요」

명확하게 딱 잘라 말해버렸으니 손을 들 사람은 거의 없겠지. 피코 역시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반대의견을 표명하지는 않았다.

「돌아가는 도중에도 마물과 조우하는 경우가 있으니까. 긴장을 늦추지 말라고」

주의를 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만스러워하던 피코는 결국, 귀로길에 기습을 가해온 고블린에 의해 복부를 찢겼다.



「거봐, 출구가 가까워서 다행이었지?」

두명의 전사에게 질질 끌린 채 미궁 밖으로 나온 피코의 얼굴색은 흙빛이 되어 있었고, 복부에서 흘러내린 내장을 감싸고 있을 여유조차 없었다. 미궁에서 나왔다고 한들 상처가 자동으로 치유될 리도 없었기에, 조속히 회복마법을 걸어주지 않으면 그는 죽어버리고 만다.

「저기 음, 아무나 대기소에 가서 귀환보고를 해줘」

내 지시에, 시프 여자애가 달려나갔다. 다른 파티 멤버들은 피코를 둘러싼 채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그런 고로, 나는 이제 돌아갈 테니까. 이 다음은 니들끼리 자체적으로 해산하라고」

그렇게 말하며 손을 흔들자, 모두 입을 벌린 채 놀라 멍때리는 와중에 피코만이 쓰러진 상태임에도 손을 흔들어 회답해주었다. 다 죽어가는 주제에 참 성실한 녀석이네, 라고 생각했지만 곰곰히 따져보니 그는 아마 나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손을 흔든 게 아니었을까?

입술도 메말라 있었고 눈도 잘 보이지 않는 듯 했다. 방치해두면 얼마안가 죽는다. 미궁에 들어선 자가 죽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수익이 짭짤한 일거리가 줄어드는 것은 좀 곤란하다.

「기!」

나는 모험자 대기소에 있을 터인 동료를 불렀다. 지도원으로 고용되어 일시적으로 소속하게 된 팀의 일원이 아니라, 내가 원래 소속되어 있었던 시가플 대의 멤버다. 대기소의 문이 열리고 그곳에서 얼굴을 내민 것은, 짙은 초록색 리자드맨이었다.

브론・기.

내 동거인이자, 창을 다루는 전사이다. 그녀는 남방에 있는 리자드맨 왕국 아놀 족의 전(戦)처녀이기도 하며 회복마법을 구사할 수 있다.

「이 사람한테 회복마법을 걸어줘」

「음」

기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피코를 향해 회복마법을 영창한다. 튀어나온 내장이 복부에 수습되며, 순식간에 상처가 봉합되어간다. 완치까지는 아니더라도 지금 당장의 위기는 모면한 모양이었다.

「도시에 돌아가면 사원에라도 가서 회복마법을 한번 더 걸어달라고 해. 그럼, 난 이제 돌아갈테니까!」

「괜찮은ㄱㅏ?」

기는 아직 쓰러져 있는 피코에게 시선을 보냈다. 완치될 때까지 회복마법을 걸어주지 않아도 되는지에 대해 묻고 있는 것이다.

「괜찮아. 미궁의 무서움을 알게 될 좋은 기회야」

내가 처음으로 미궁에 들어갔을 때는 시프가 죽었다. 그 후에도 동료를 잃었고, 적대하는 인간도 잔뜩 죽였다.

미궁은 무시무시한 곳이다. 횟수를 거듭하다보면 익숙해진다고는 해도, 미궁에 들어가 있는 시간은 지금도 무섭다. 그래도, 나는 살아 있다. 살아남고 싶다면 조금 겁이 있는 편이 낫다.

「메리아, 돌아간다!」

큰 소리로 부르니, 대기소에서 10살 정도의 소녀가 달려나왔다. 여동생인 메리아다. 나와 기, 그리고 메리아는 셋이서 함께 살고 있다. 도시로 이어지는 길 위, 우리는 메리아를 정중앙에 낀 채 셋이서 손을 잡고 귀로에 올랐다.



도시에 돌아온 뒤, 저녁거리를 사서 저택으로 돌아가려는 두 사람과 헤어진 후, 나는 해질녘의 거리를 걸었다. 모험자 조합에서 보수를 수령하고는 그 길로 은행에 향한다.

「변제를 부탁드립니다」

금화 1닢을 접수처에 내밀자, 접수를 담당하는 남성행원이 입급증명서 2부와 채권 잔액이 기재된 종이를 건네왔다.

「그건 그렇고, 벌이가 좋으시네요. 부럽군요」

은행원은 종이를 건네준 다음, 장부에 뭔가를 기입하더니 중얼거렸다. 은행 직원 정도면 자유시민인데다, 그것도 나름대로 높은 계층일 테지만 하루에 금화 1닢을 버는 수준의 고소득자는 아니었다. 제대로 된 생활기반을 갖춘 자신보다, 외지에서 굴러들어온 노예 따위가 돈을 더 잘 번다는 사실이 프라이드를 자극하는 것일까?

나는 쓴웃음을 띄웠다. 이런 경우, 굳이 반론해서 말싸움을 벌여봐야 좋을 일은 하나도 없었다.

「결국 주인님의 돈입니다. 저 따위야, 도저히...」

호들갑스럽게 스스로를 비하해본다. 그리고 그건 사실이기도 했다. 나 개인으로서 쓸 수 있는 현금은 생활비로서 남겨 놓는 얼마 안되는 푼돈뿐이고, 그것말고는 은행이 설정한 거액의 빚을 갚기 위해 존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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