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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개좆같다(迷宮クソたわけ)」
제 61화 노파


「신경 안쓰셔도 됩니다. 혼자서 기다릴게요」

나는 로옴 선생에게 고했다.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당신이 저를 싫어하시는 건 알고 있습니다만, 잠시만이라도 이야기를 합시다. 스테아에 대한 일이에요」

스테아는 시가플 파티에서 회복마법을 담당하는 아름다운 소녀다. 광신적인 성격을 가진『황야의 집 교회』에 소속되어 있는 선교사 견습생이라는 간판도 가지고 있다.

「스테아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며 저에게 밝혀주었습니다. 당신은 그녀를 어떻게 생각합니까?」

로옴 선생의 말에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확실히, 스테아는 나를 좋아한다고 말한 적이 있었지만, 그 때는 미궁에서 죽을 뻔하다 겨우 살아난 직후였다. 즉, 일시적인 착란이다. 언젠가 제정신을 차리고, 그 일은 그녀의 흑역사로서 기억 속에 고이 파묻혀야할 터였다.

「로옴 선생님, 저는 그녀의 혼란을 이용해 순결을 더럽힐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 안심해주세요. 게다가 저에겐 이미 약혼자도 있습니다」

「네에, 그것도 스테아로부터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문제가 아닙니다. 저희들의 교의로는 속세에서의 결혼도 금지되어 있지 않고, 복수의 상대를 지니는 것 또한 허용되어 있습니다」

......광신자 놈들. 나는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유감스럽지만 로옴 선생님, 저는 그쪽 신에 대한 신앙은 눈꼽만큼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제가 신경 쓰는 것은 세간의 일반 상식과 연인의 마음뿐입니다. 그러니까, 저한테 문제란 겁니다」

「네네, 그렇죠. 당신은 아직『황야의 집 교회』의 신자가 아니니까」

로옴 선생은 지겹다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

「네, 유감스럽게도」

내가 그녀들과 똑같은 교의를 짊어지게 될 날은 아마 영원히 오지않는다. 그 정도로『황야의 집 교회』라는 집단이 싫은 것이다.

「저는 스테아의 마음을 듣고, 많이 고민했습니다. 선교사 견습생이 노예와 밀통한다는 건 세간적으로도 체면상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런저런 손을 써 두었고, 어제 그 결과를 통지 받았습니다」

멋대로 날 싫어하는 건 상관없지만, 내가 모르는 사이에 일방적으로 뭔가를 당한다는 것은 민폐다.

「교단 본부에 신청한 결과, 노예의 매입 예산이 나왔습니다. 당신이 원한다면 채권을 우리 교단이 인수하고, 노예 신분에서 해방시켜드릴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노예 신분의 종료.『황야의 집 교회』에서는 노예 해방을 기치로 내걸고 있고, 그 일환으로서 채권 노예의 채권 인수 등을 실시하고 있다. 갑작스레 제시된 달콤한 유혹. 하지만, 그런 것에 앞뒤 안가리고 뛰어들만큼 순진하지는 않았다.

「거기엔 뭔가 조건이 있겠지요?」

「물론이죠. 먼저『황야의 집 교회』에 입교할 것. 그런 다음, 대여받은 금액의 상환을 승락해 주셔야 합니다」

노예 신분에서 해방되니 업신여김 받을 일이 없어지며,『황야의 집』의 교의에 따르게 되니 스테아와의 결혼에도 장해가 없어진다. 게다가 신규 신자가 획득되니 로옴 선생의 평가도 높아지겠지. 하지만, 그런 거면 아무 의미가 없다. 결국 내 목줄을 쥐고 있는 인간이 바뀔 뿐이다. 오히려 교회에 대한 충의가 필요해지는 만큼, 지금보다도 더 자유는 없어지겠지.

「마음은 감사합니다만, 그 제안은 받아드릴 수가 없습니다」

「정말 괜찮습니까? 한번 결정된 예산을 반환하게 되는 이상, 앞으로 저희 교회에서 당신을 해방시켜드릴 수가 없게 됩니다」

그녀가 말하는 해방과 내가 생각하는 해방이 어긋나 있는 이상, 대화를 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했다.

「괜찮습니다. 마음만 감사히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래요. 당신이라면 그렇게 말할 줄 알았습니다. 스테아에게는 당신이 교단의 도움을 거절했다고 전해 두겠습니다」

로옴 선생은 희미하게 미소를 띄웠다. 

이제 겨우 눈치챈 거지만 그녀가 손을 쓴 이유는, 내 신분을 상승시켜 스테아와의 교제나 결혼을 원만하게 해주기 위함이 아니었다. 그게 아니라 그들의 종교에 대한 나의 반감이나 언동을 이끌어내어 스테아를 실망시키는 것을 노린 거겠지.『황야의 집 교회』의 올바른 교의에 의거해 내밀어준 구원의 손길을, 오만하게도 뿌리친 무지몽매한 놈이라는 평가가 나에게 내려지게 될 테니까.

「당신이 저의 제자가 아니라서 다행입니다. 당신은 채찍이 꺾일 때까지 때려도 도저히 지도가 안될 것 같으니까요」

로옴 선생은 일어난 후, 실내 구석에 세워져 있던 교편을 잡았다. 그건 그녀가 자기 사람들을 지도하기 위해 쓰는 물건이겠지.

「우연이네요. 저도 당신의 제자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한 순간, 그녀의 눈이 크게 열렸고, 결국 분노의 표정이 얼굴을 지배했다.

「당신도 언젠가는 위대한 주님의 노함을 받을 날이 오겠지요. 그 때 기도해봐야 이미 늦을 겁니다」

「기분 나쁘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다만, 저는 이미 불행한 신분이니 주님의 노함 역시 이미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이제 와서 기도해봐야 늦은 셈이죠」

노령인 그녀가 졸도하지만 않은 뿐, 흥분한 상태라는 점은 손쉽게 알 수 있었다. 나는 행여 그녀가 쓰러지지나 않을까 걱정되었다. 로옴 선생이 죽어도 마음 아플 건 없었지만,『황야의 집 교회』가 억측한 끝에 키우던 암살자라도 보내온다면 성가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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