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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개좆같다(迷宮クソたわけ)」
제 63화 고해
언뜻 보면 서로 으르렁거리기만 하고 있는 이 두 사람 사이에도, 우정같은 것이 숨어있기는 했다.
파티를 맺은 당초에 비해 스테아는 언사에 좀 더 거침이 없어졌고, 스테아가 우울해 있을 때는 루가무가 정신적으로 서포트해주기도 했다. 내가 없을 때는 둘이서 외출하기도 한다고 들었다. 목숨을 맡겨야 할 동료이니만큼 사이가 좋은 것을 훌륭한 거지만, 내가 중간에 끼이는 날에는 서로 으르렁거리는 일이 잦아서 둘 사이의 친밀함을 내가 목격하기는 어려웠다.
「물론 모험자로서 중요한 상담을 하기 위해서죠. 그 다음엔 둘이서 로맨틱하게 꽁냥꽁냥할 예정이었지만」
스테아는 태연스럽게 말해버렸다.
「그니까, 그런 게......」
루가무의 항의를 손으로 제지하며, 스테아는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요전날 밤에 여기서 시가플 파티가 모였을 때 말이에요. 저는 너무 취한 나머지 다음날 아침, 기억이 없는 채로 예배당에 쓰러져 있었어요. 그거야 너무 많이 마신 제가 잘못한 거니 쪽팔린다거나 욕을 먹었다거나 버려질 때 든 멍이 아팠다거나 그런 건 별로 신경 안써요. 근데 그날 밤 당신네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루가무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 날, 나 역시 기억은 없지만 다음날 아침에 눈을 뜨자 루가무가 옆에 있었다. 차마 아무것도 물어볼 수가 없었지만, 무슨 일은 있었다고 생각한다. 조금 머쓱해져서 이쪽을 바라보는 스테아로부터 눈을 돌렸다. 루가무도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며 옆을 보고 있었다.
「너, 너랑은 관계 없잖아......」
루가무의 반론도 전례없이 기세가 약했다. 나도 뭔가 잘 수습해야지 하고 생각은 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흐응. 관계......없나요? 우리들, 몇번이고 모험에 나가서 같이 죽을 뻔한 적도 있었는데, 관계가 없는 거네요. 저는 사랑하는 동료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일방적인 짝사랑이었네요」
풀이 죽어, 슬픈 듯한 스테아의 목소리. 과장은 있지만 진실에는 가까웠다.
「바보, 그런 말은 한 적 없잖아!」
루가무는 곧장 정정한다. 그녀 역시 소중한 동료라고. 하지만 그건 궤변이고, 나와 루가무의 사적인 관계는 다른 일원들과는 당연히 사실상 아무 상관이 없었다. 그 부분을 논파해내지 못하는 루가무는 스테아에게 못 이긴다. 이긴다 하더라도 얻게 되는 경품이 나인지라, 나로서도 옆에서 참견하기 껄끄러웠다. 아마 그 부분도 스테아의 계산 속에 포함되어 있겠지.
「저기, 스테아......」
「당신은 조용히 해 주세요. 이건 저와 루가무 씨 사이의 이야기입니다」
절대로 아니다. 나와 루가무 사이의 이야기이고, 그걸 스테아가 옆에서 듣고 있었을 뿐, 일 터였다. 그래도 그렇게 딱 잘라 말해버리면, 처음부터 이 대화에 끼어들지 않고 있었던 나로서는 기가 죽고 만다.
결국, 루가무는 그날 나와 관계를 맺었음을 인정했다. 나에게는 기억이 없었기에 그런게 아닐까 하고 심증만 있었지만, 지금에 이르러서는 결국 사실을 알게 되었다. 딱히 후회는 없지만, 지금까지는 괜히 확인하기 어색해서 마음이 개운치 않았지만 그런 의미에서는 조금 좋은 일일지도 몰랐다.
사실을 고백한 루가무는 부끄러운 듯이 처져 있었지만, 한편 스테아는 당연한 일인양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신앙의 영향 때문인가, 아니면 단순한 호기심으로 추궁한 것뿐이었을까, 가슴 속에 맺힌 건 없어 보였다.
「서로를 원하는 사람끼리 정을 통하는 건 당연한 겁니다」
그만 둬. 그렇게 직격으로 말해버리면 나도 부끄러워서 버틸 수가 없다.
「저기, 스테아. 그래서 결국, 이야기란 게 뭐였어?」
엄청나게 피곤해서 재빨리 화제를 바꾸고 싶었다.
「네에, 잡담이 좀 지나쳤네요. 실은 제 고향에서 편지가 와서, 모험자를 소개해달라고 써져 있었는데요......」
스테아의 상담이란 것은 즉, 내가 모험자 조합으로부터 맡고 있는 일과 같은 종류의 것이었다.
일전에 우리들 시가플 파티가 휘말리고 만 사교도 집단과의 항쟁에는, '가르다' 라는 시프와 '노라' 라는 검사가 동행했다. 당시 그들은 모험자 견습생 신분이었지만 그 사건에서 자신들의 엄청난 실력을 알렸고, 즉시 졸업장을 따냈다.
이걸 계기로 모험자 견습생이라도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고 인정받게 되면, 학생기간이 만료되기 전이라도 정규 모험자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규정이 생겼다. 그리고 이를 목적으로 각지에서 실력에 자신있는 자들이 도시로 모여들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학비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기에, 당장에라도 폼 잡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면 기초부터 천천히 배워나가는 게 이득이라고 나는 생각하지만.
스테아에게 의뢰를 한 인물은 북방 영지의 귀족으로, 수하에 있는 전사에게 때깔 좋은 꼬리표를 달아주기 위해『뛰어난 기량을 인정받아서 조기 졸업』이라는 간판이 필요하다는 듯했다. 그들이 수강기간 내에 조기 졸업하는 것이 조건이며, 보수는 금화 60닢.
「의뢰 받은 건 전위 세 사람의 교육이니까, 필요한 건 후위 세 사람이네요. 마법사인 당신과 클레릭인 저, 거기에 회복마법을 쓸 수 있는 기 씨로요」
스테아는 손꼽으며 헤아렸다.
「에, 나는?」
「당연히 집보기에요. 전위는 부족하지 않으니 아이들이나 잘 돌봐주세요」
루가무의 물음에, 스테아는 가슴을 펴며 대답했다.
「실패 조건이나 벌칙은?」
이것은 확인해 두어야만 했다. 모험자 조합의 지도원 규정으로는 사망자가 생기면 보수는 없어지고, 앞으로의 지도원 위탁 일은 맡지 못하게 되는 벌칙이 있었다. 이걸 좀 더 과격하게 만들어서 예를 들면, 한 사람이라도 찰과상을 입으면 벌칙은 사형, 이런 식이라면 이 의뢰는 맡을 수가 없다. 내 질문에 스테아는 의뢰서를 가리켰다.
「읽을게요. 전원이 기한내에 합격하면 금화 60닢을 지불한다. 합격자가 한명이라도 줄어들면 보수로부터 금화 5닢씩 공제한다. 또한 사망자가 나온 경우, 한명이라면 보수로부터 금화 10닢을 뺀다. 두명 사망한 경우에는 보수는 지불되지 않는다. 세 사람 모두 사망한 경우, 수탁자에게 참수형을 부과한다」
한명 정도 죽어버려도 남은 두명을 기한내에 졸업시키면 금화 45닢을 받을 수 있다. 단기간 내에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 지도 대상이 어지간히도 얼간이가 아니라면, 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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