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

반응형

「미궁 개좆같다(迷宮クソたわけ)」
제 62화 바구니


다행히 얼마안가 스테아가 돌아왔기에, 로옴 선생은 졸도하지 않을 수 있었다. 로옴 선생은 스테아가 기쁜듯이 웃는 모습을 보더니, 절도있는 교제를 운운하며 뭔가를 중얼거리다가 곧 방에서 나갔다.

「그래서, 오늘의 용건은요?」

깊숙히 머리를 숙이며, 엄숙한 얼굴로 로옴 선생을 배웅한 스테아가, 그 얼굴을 들 타이밍에는 이미 만면에 미소가 띄워져 있었다.

아름다운 용모의 소녀인데다, 북방계 특유의 색소가 옅은 점도 어우러져, 동화 속 여신이란 이런 얼굴인가 하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녀의 미소를 앞에 두고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남자는 그리 많지 않겠지. 겉으로는 표현하고 있지 않지만, 나도 내심으로는 야단법석이었다.

「아이들이 어떻게 지내나 보러 왔는데......」

시가플 대가 사교도 집단『은혜의 열매 교회』로부터 거두어들인 13명의 아이들 중, 갓난아이와 어린아이들 6명을 이곳 숙소에서 맡기고 있었다. 나 자신도 노예로서의 생활기반이 제대로 확립되어 있지 않은데다, 일적으로도 집을 빈번하게 비우기 때문에 스테아가 이 6명을 보살펴준다고 말했을 때는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감사와는 별개로 확인해야만 하는 것이 많았다.

「뭐에요? 틀림없이 프로포즈라도 하러 온거라고 생각해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스테아는 장난스럽게 웃었다. 예리하고 뾰족한 손톱으로 심장 안쪽이 부드럽게 쓰다듬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사교도 집단의 지도자, 미의 화신과도 같은 테리오프레프와 대화해본 경험 덕분에 어느 정도 면역이 생겼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그녀의 말대로 나도모르게 프로포즈해버렸을 지도 몰랐다.

「농담은 그쯤 해줘. 심장에 안 좋으니까. 그것보다 애들은 잘 지내?」

환경을 생각하면 확신은 못하지만, 적어도 우리는 아이들을『황야의 집 교회』의 교의에 물들이게 하고 싶진 않았다. 

아이들을 고아로 만들어버린 최후의 일격은 우리 시가플 대가 내리쳤지만, 그 이전에『은혜의 열매 교회』를 사교집단이라 정의하고 적극적으로 공격을 가해온 것은『황야의 집 교회』이다.

서로를 불구대천의 원수라고 증오하며 항쟁을 거듭하여 유혈이 흐르고 흐르던 역사 속에서, 로비 활동에 능숙한『황야의 집 교회』가 우세를 취하게 되었고, 결국은 나라 전체를 동원해『은혜의 열매 교회』를 토벌한 것이다.

교단 간부 입장에서야 숙원을 달성해서 득의양양하시겠지만, 죽음에 직면한 테리오프레프는 스테아에게 이렇게 말했다. 다음은『황야의 집』의 차례라고. 그리고, 나도 그 가능성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게다가『은혜의 열매 교회』의 집단 자살에서 종이 한장 차이로 살아남은 아이들이, 언젠가『황야의 집 교회』교단의 중심에 서게 되는건 너무나도 심한 처사였다. 그것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농담은 아닌데요? 아이들은 잘 지내고 있어요. 조금 있다가 면회하고 갈 거죠?」

「조금 있다가 랄까, 지금 바로 볼 수 있으면......」

내 말에, 스테아는 고개를 흔들었다.

「안타깝지만 이제 조금 있으면 저녁식사 시간이에요. 하루 중에서도 제일 바쁜 시간대니까, 조금 기다린 후에 식사 끝나면 면회해 주세요」

그런 건가? 평소부터 배가 고파지면 밥을 먹고, 잠이 오면 잠을 자는 무사태평한 생활을 보내다 보니까 잘 몰랐는데, 스테아가 소속된 교회에서는 하루하루의 생활이 엄격하게 시간표대로 진행되는 탓에, 식사 시간이 되어도 식당에 오지 않으면 밥을 못 먹게 된다고 한다.

「그럼, 밖에서 시간 좀 죽이다가 다시 올께」

그렇게 말하며 나는 일어섰다. 하지만, 스테아는 작게 손을 들며 나를 멈춰 세웠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잠깐 상담하고 싶은 게 있어요」

스테아의 말이 끝나자마자, 복도에서 짤랑 짤랑 하는 종소리가 들려왔다. 식사시간을 알리는 거겠지. 방 밖에는 여러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어, 저기. 스테아도 안가면 저녁밥 못 먹게 되지 않아?」

나는 말했지만 스테아는 아무말 없이 고개를 흔들었다. 어찌할 바를 몰라서 그냥 침묵하고 있자니 이내 복도의 인기척이 사라졌다.

「오늘 저녁 식사는 주점에서 하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부디 함께해 주세요」

스테아의 눈은, 어딘지 모르게 진지한 열기를 품고 있었다. 어지간히도 중요한 일인듯 했다.

「괜찮은데, 거기에 루가무도 동석하면 안될까?」

진지한 열기가 사라지고 노골적으로 실망한 표정의 스테아가 드러나자, 역시 별일 아니지 않나 하고 생각했다.



밤의 술집에서 재회한 나와 스테아, 거기에 루가무는 싸구려 알코올과 익숙한 조림요리로 식사를 했다. 어느 정도 식사가 진행될 때까지 우리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결국 루가무가 입을 열었다.

「이봐, 스테아. 용건이 대체 뭐야? 내 약혼자랑 둘이서만 식사하고 싶었다, 따위였다면 화낼거야」

그 태도는 이미 충분할 정도로 불쾌해보였다. 큰 체구의 여전사 루가무는 내 연인이다. 게다가 이미 결혼도 약속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호의를 표하는 스테아가, 그녀의 불쾌함의 원인이라는 점은 틀림없겠지.

만약 오늘 밤 주점에서 스테아와 둘이서만 왔다면 그리고 그 사실을 루가무에게 들키기라도 했다면 그녀는 화를 냈겠지. 울었을까? 어느 쪽이든 간에 지켜야할 여성에게 그런 표정을 짓게 하고 싶지 않았다.

참고로 현재 상태로도 화는 내고 있었지만, 이 정도라면 충분히 허용범위 내다.

반응형
▲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