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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개좆같다(迷宮クソたわけ)」
제 65화 성가신 놈들
비전의 검술 운운하고, 전장에서의 각오와 명예가 어쩌니 저쩌니. 그들은 분명, 미궁에 들어오기 전부터 호언장담을 늘어놓고 있었다.
설마 그렇게 고매하신 검사님들이 3명이나 나란히, 두 마리의 해골전사 따위를 상대로 밀릴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거창하게 '해골전사' 같은 이름이 붙어 있긴 하지만, 그 실체는 코볼트나 고블린 같은 작은 아인계 마물의 백골시체에 잡령이 들러붙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미약한 마법으로 어찌어찌 구동하고 있을 뿐이라 약간 공격을 받으면 잡령은 도망쳐 버리고 해골은 그냥 시체로 되돌아간다. 유능한 클레릭이라면 기도 한방으로 잡령 째 소멸시킬 수도 있다. 아마 미궁에서도 최약의 좌를 두고 경쟁할 만한, 그런 마물이다.
모험자로서는 제일 처음 조우하게 되는게 해골전사라면 재수가 좋다. 그런 말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그들은 모른다. 미궁의 기본적인 상식을 설명하는 강의조차 수강하지 않았으니까.
해골전사를 보자마자 겁을 집어 먹고, 해골전사가 단검을 휘둘러오자 비명을 지르며 몸을 움츠렸다. 적어도 그냥 도망가면 될텐데, 죽여달라는 식으로 굳어있는건 우리 보고 엿먹어보라는 의도였을까? 확실히, 꼴랑 해골전사 두 마리를 상대로 사망자가 나오면, 얼간이라는 꼬리표가 앞으로 우리를 따라다닐 것이다.
『없어지세요』
내 마법에 앞서 스테아가 선언했다. 신의 위광을 언어로 표현하여 방출하는 것뿐이라 마법도 아니다. 단순히 신에 대한 기도의 념에 지나지 않았지만, 해골전사는 두 마리 모두 부서져 떨어졌다.
검사들은 눈을 감고 떨고 있었으므로 위험이 사라진 것을 깨달을 때까지 한참동안 시간이 걸렸다. 이윽고 눈을 뜨고 머쓱해하면서 일어서고는 엉덩이에 묻은 진흙을 털었다. 세명 모두 똑같은 타이밍에.
이들이 소속된 전사단에는 겸연쩍음을 감추는 형식조차 정해져 있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세 사람의 동작은 완벽하게 일치했다. 심지어 마지막 헛기침 소리마저 겹쳐졌다. 백댄서나 개그맨이라면 꽤나 적성이 맞을 듯했다. 너무나도 심각하게 개그라서, 아까까지 강렬하게 품고 있었던 살의조차 사라지고 있었다.
뭐냐, 이 새끼들은.
적어도, 내가 평소에 접하는 모험자들 중에는 이런 부류의 인간은 없었다. 굳이 따지면 내 주인과 살짝 닮아 있는 걸지도 모른다.
「해골 전사 따위에게 풀죽지 마ㄹㅏ」
기의 표정은 평소나 다름없었지만 내심으론 낙담으로 가득할 지도 몰랐다. 이들은 자기 입으로 자화자찬을 떠벌이며 이곳까지 왔다. 인간성이 최악이라도, 떨어대던 허풍의 절반만큼이나마 실력이 갖추어져 있었다면 단기간 내에 졸업시키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실제로 도시에 모여들고 있는 자들 중 원래부터 기술이나 능력을 갖춘 자들은 빠르면 5일 늦으면 한달 안에 졸업 인정을 받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놈들은 아니다.
정직하게 학과를 수강하라, 라고 말하는 수준을 넘어 그냥 전장에 나오지 않는 편이 낫다. 단기간 내에 그들을 속성 졸업시켜서 보수를 받는게 짭짤하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보는 눈이 한스러워진다.
반개월만에 전원을 졸업시키면 금화 60닢이라고 했지만, 이들 중 누구도 조기 졸업을 하지 못하면 2개월간 보수로 금화 45닢이다. 거기에 한 명만 죽어도 10닢씩 깎여서 35닢. 그걸 셋이서 나누면 내 빚의 이자조차 메꾸지 못한다.
「아니, 우리들의 검술은 비전이고, 남들 앞에서 펼치면 안된다랄까......」
토웨가 억지로 강한 척 주장했다. 물론 궤변으로, 해골전사 따위에게 비전의 검술은 필요없다. 무기로 강하게 쳐서 맞으면 그걸로 끝이고, 그런 적조차 쓰러뜨리지 못한다면 전위 역할은 수행할 수 없다.
「저기, 좀 엉뚱한 걸 묻겠는데요, 그 검술로 적과 싸운 적은 있나요?」
내 물음에 베리코가가 손을 들었다.
「도적 퇴치할 때 댕겅 베어줬지」
가슴을 펴며 말하고는 있지만 아무래도 수상하다. 산골짜기에 숨어든 도적들이 전원 해골전사보다 약하리라고는 생각하긴 어렵고, 귀족이 부하 전사들을 동원해서까지 토벌할만한 산적이니만큼 나름대로 실력이 있었을 것이다.
「그건 무기를 든 상대와 대치한 상태에서 벤 겁니까?」
그 물음에는 응답하지 않은 채 베리코가는 몸을 돌렸다. 그 태도에서 추측하기로, 무기를 지니지 않은 도적을 벴거나 아니면 여자나 아이 같은 비전투원을 벤 거겠지. 그거라면 그나마 낫지만, 어쩌면 그는 생물을 베어본 적이 단 한번도 없는건 아닐까? 뒤에 서 있던 후배 2명에게 이미 허풍을 떨어놓은 상태라 지금와선 정직하게 말할수 없다, 라는 거면 진짜 최악의 상황이다.
「그쪽 두 사람은?」
「저는 사람을 베어본 적이 없슴돠」
처기가 대답했다. 아까 불태워준 것이 효과가 있었던 것인지, 저자세가 되어 있었다. 토웨는 침묵하고 있었지만 별 차이는 없겠지. 라는 것은, 세 사람 모두 전투 자체가 처음이란 소리가 된다. 그러니 심각하게 겁을 먹은 것이다. 어쩌면 오만방자하던 태도나 음주도 공포를 얼버무리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실례지만, 검술은 정말 하고 계셨던 거 맞죠?」
이게 거짓말이라면 모든 게 끝장이다. 반대로, 검술 실력만큼은 있다고 하면 경험여하에 따라 전투를 소화할 수도 있겠지.
「바보취급하지 마십쇼. 전통있는 노쿠토 검술의 베리코가 씨가 총수, 토웨 씨가 사범, 그리고 제가 수석문하생입돠」
「다른 문하생은?」
「그건 없슴돠만」
나와 처기가 주고받는 대화를 들으며 스테아는 얼굴을 손으로 감싸고 있었다. 그저, 이 한심한 삼인방이『뛰어난 기량을 인정받아서 조기 졸업』같은 건 체면치레고 실제로는 고향에서 추방당한게 아닐까 싶은 느낌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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