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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개좆같다(迷宮クソたわけ)」
제 66화 2마리의 슬라임과


일단 뭔가를 죽이는 행위에 익숙해져야만 했다. 후위인 클레릭이나 시프라면 또 모를까, 전위 역할을 수행하는 전사들은 당연히 가장 많은 적을 죽이게 되니까. 그리고 이런 건 익숙해지는 게 중요한 만큼 어쨌든 간에 경험을 쌓는게 제일이었다.

『잠들라!』

내 마법은 노상강도 4명의 정신을 날려버렸다.

「이봐, 지금이야」

세 사람은 검을 겨누고 자세만 취했을 뿐, 꽁무니를 뺀 채 그대로 멈춰 서 있었다. 아무리 지시해도 말을 안들어서 결국 내가 마법으로 강도들을 불태워 전투를 종료시켰다.

「갑자기 인간을 죽이는 건 힘듬돠!」

처기가 애원하는 듯이 말했다. 다른 두 사람도 대충 동의하는 눈치였다.

「그럼 처기 씨는 물러나 있으세요. 대신 기, 전위로 올라와 줄래?」

내가 지시하자 기는 끄덕이며 처기를 뒤로 물렸다. 한 명쯤은 싸울 수 있는 전위가 있어야 마법이 바닥나더라도 사망자가 나오지 않는다. 

당연히 지하 1층이라고 해서 방심은 금물이다. 지하 1층에서도 신인 파티를 중심으로 꽤 많은 수의 사망자가 나온다. 그건 그렇고 원래 이 3인방은 조기 졸업을 목표로 하는 맹자들 아닌가? 그런 3인방을 데리고 지도원이 3명이나 따라붙은 상황에서 이렇게까지 신경을 써야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지만. 스테아 역시 저자들이 이리도 처참하게 무능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듯, 부끄러운 듯이 입을 다물고 있었다.

다시 전진하자 오크 3마리가 습격해왔다. 전위인 베리코가와 토웨가 비명을 지르며 검을 뽑았다.

『멈추세요!』

스테아의 마법에 붙잡힌 오크들은 움직임을 멈추었다.

「이것들이라면 괜찮겠죠? 속박이 풀리기 전에 해치워 주세요」

재촉했지만 동작이 굼떴다.

「형상이 거의 인간이자나아......」

장신의 토웨가 울어버릴 듯한 목소리로 호소한다. 그것을 보고 포기한 것인지, 기가 일찌감찌 3마리의 오크를 찔러 죽였다. 하지만 형상이 인간이니까 공격할 수 없다는 건 대체 무슨 참신한 발상일까? 예전에 시그도 말했었다. 검술이란 건 대인전을 상정한 기술이라고. 역시 빡이 안칠 수가 없었다.

「그럼 반대로 뭐라면 가능한가요? 해골전사도 안돼, 오크도 안돼. 그럼 박쥐나 거대 지네나 거대 쥐 같은 거면 괜찮나요?」

내 물음에, 베리코가는 내키지 않은 듯이 대답했다.

「발이 잔뜩 달린 것은 안됀다. 쥐는 좀 기분 나빠. 박쥐도 좀 봐주게」

울고 싶어진다. 대체 무슨 근자감으로 자신들을 전사단이라고 주장하고 다니는 거지? 전사란, 싸움을 통해 살아가는 인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들과는 아무래도 인연이 없어보였다.

「그럼 남는 건 슬라임 정도 밖에 없어요」

그냥 대화를 했을 뿐인데도 후줄근하게 지쳐버렸다. 나는 대체 무슨 짓을 강요당하고 있는 것일까?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고 막상 찾으려고 하니 잘 나오지 않았기에, 우리는 슬라임과 만날 때까지 도합 15회나 전투를 벌이고 말았다. 물론 그동안 그들이 한 역할은 벌벌 떨면서 추세를 지켜보는 것뿐이었다. 이제 슬슬 마법도 바닥이 보일 때라 귀환을 마음먹은 시점에 이르러 겨우 슬라임과 조우했다.

하지만, 잘난 척 훈장질하다가 나 역시 완전히 잊어버리고 만 사실이 하나 있었다. 이곳이 악의가 흘러넘치는 미궁이라는 사실을.



고작 3마리의 슬라임에 관한 건 현시점에서 뭐 어쨌든 좋았다. 내 시선을 못박아 고정시킨 것은 그 건너편에 있던 맹수였다.

몸의 형태는 억세보이는 인간이었지만, 그 피부는 원숭이같은 체모로 뒤덮여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는 위풍당당한 사자 머리가 주위를 흘겨보고 있다. 아득한 하층에 서식한다고 하는 마물, 인사자(人獅子)였다.

포효.

온 세상에 울려퍼질 듯한 외침이 고막을 강타했다.

한 순간, 평형감각이 상실되어 넘어질 뻔한 것을 가까스로 버텨냈다. 시야의 끄트머리에는 이미 3인방이 쓰러져 있지만 그건 더이상 내 알 바가 아니었다. 인사자 같은 마물이 어째서 이렇게 얕은 층에 있는 지조차 알 바가 아니다. 

그저, 어떻게 하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그것만을 위해 두뇌를 회전시켰다.

『잠들라!』

내 마법은 인사자에겐 아무런 효과도 발휘하지 못했다.

『멈추세요!』

스테아의 마법도 인사자를 붙들어 놓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 순간에도 기는 지체없이 움직여, 공격을 가했다.

신속의 찌르기.

하지만 그 일격도 인사자는 팔을 뻗어 멈추어 냈다. 기가 창끝을 뽑아낸 순간, 역습하듯 인사자의 손바닥이 작렬해 기의 팔을 눌러 찌부러뜨렸다. 거리를 벌리려 하는 기를 놓치지 않고, 인사자는 힘만으로 주먹을 휘둘렀다. 엄청난 소리를 내며 기는 벽에 내동댕이쳐졌다. 그대로 주르륵 흘러내리며 피를 토한다.

『폭염(爆炎)!』

지금 현재 내가 쓸 수 있는 최강의 마법이, 충격을 동반하며 인사자를 불태웠다. 하지만 직격당하면서도 인사자의 전의는 쇠퇴하지 않았다.

『상처여 치유되라!』

스테아의 마법이 기를 감쌌지만, 효과는 옅었다. 그래도 의식을 되돌리는 데는 성공한 모양인지, 기는 스스로에게 회복마법을 걸었다.

「살려줘!」

돌진해온 인사자에게 붙잡힌 토웨가 외쳤다. 나는, 토웨를 향해 내리쳐지는 주먹을 바라보고 있을 수 밖에는 없었다. 세 차례의 공격으로, 머리가 납작해져버린 토웨가 아무렇게나 내팽겨쳐졌다.

『폭염(爆炎)!』

다시 한 번, 내 마법인 인사자를 습격한다. 다행히 효과가 있었는지, 인사자는 비틀거리면서 이쪽을 노려보았다.

『저주 있으라!』

스테아는 평소엔 거의 쓰지도 않았던 클레릭의 공격마법을 발동시켜, 인사자의 가슴을 짓눌렀다. 깎여지는 영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사자는 쓰러지지 않는다. 

나는 그 순간, 처음으로 베리코가를 다시 봤다. 벌벌 떨면서도, 인사자의 후방에서 베어들어온 것이었다. 그가 이제와서 선보인 비검은, 그러나 인사자의 두꺼운 피부에 손쉽게 튕겨났다. 

인사자가 베리코가 쪽을 향해 돌아보자 그 등에는 기의 창이 깊숙히 박혔다. 인사자는 최후의 포효를 내지르려 했지만, 입을 연 채 그대로 절명했다. 

토웨 대신 전위로 올라온 처기가, 마지막으로 남은 슬라임을 쓰러뜨린 후에야 전투는 간신히 종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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