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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개좆같다(迷宮クソたわけ)」
제 55화 마네 가


한번 더 잠든 다음, 다시 눈을 뜨니 기와 메리아는 벌써 일어나 있었다.

기는 일과처럼 일광욕을 하고 있었다. 한편 메리아는 방구석을 차지하고 있던 장작을 높게 쌓는데 열중해 있었다. 헛간이기도 한 이 오두막에는 잡다한 물건들이 가득 들어차 있었지만, 그것들은 생활을 윤택하게 해줄만한 부류와는 거리가 멀었다. 저택 물건이 아니라 내 사유물이라고 하면 침구와 옷가지 정도 밖엔 없었다.

그렇게 되면, 아직 작은 그녀에게 가능한 심심풀이는 기와 대화를 하거나 장작을 쌓는 게 고작이겠지. 그것도 전자를 택하지 않은 이유는 기가 아침에 약하기 때문이었을까? 메리아를 데리고 오기는 했지만, 나나 기가 모험을 떠나 집을 비우게 되면 그녀는 혼자 지내게 된다. 

「저기, 메리아. 앞으로 여기에 있어도 되긴 한데, 나중에 다른 아이들이랑 같이 루가무네 집에 가지 않을래?」

「싫어」

장작을 쌓아올리면서 그녀는 쌀쌀맞게 대답했다. 장작의 높이는 이미 그녀의 키를 훌쩍 넘긴 상태여서, 의자에 올라선 상태로 작업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치면 심심하잖아. 저쪽에는 다른 애들도 있고. 우리들도 집에 안오는 날도 있어」

「......내 부모님은『황야의 집』의 사교도 사냥으로 돌아가셨어. 내가 어릴 때 말야. 그 뒤로 나랑 오빠는『은혜의 열매 교회』의 고아원에서 자랐지만, 오빠가 교회 일을 시작하면서 고아원을 나가게 될 때까지 정말 안좋은 일들이 많았어」

뭐, 아이들이 모여 살게 되면 그건 그럴거다. 그것보다도 스테아에게 맡긴 아이들이 걱정스러워졌다. 갈곳 없는 그들을 교회가 멋대로 암살자 같은 걸로 키워내지 않도록 약속을 받아내지 않으면 안된다.

「어차피 잠시 동안은 쉰ㄷㅏ. 그때까지 느긋하게 생각하면 도ㅐ」

기가 옆에서 참견해왔다. 나도 메리아의 의향을 존중하고 싶은 이상, 그녀의 심경의 변화를 기다릴 수밖엔 없었다.



늦은 아침식사를 마친 다음, 우리들은 저택의 하인들에게 인사하러 돌아다녔다. 그렇다고 해도 저택 내를 들락거릴 수 있는 허가를 받은 건 아니었기에, 정원이나 부엌, 부엌문 같은 곳 주위에 있던 사람들에게 두 사람을 소개했을 뿐이었다.

사용인, 요리인, 메이드나 식모, 경비원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기를 보고 놀라워했다. 대강의 주요 인물들은 이미 주인에게서 언질을 들은 모양으로, 화를 내거나하는 극단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없었다는 점이 다행이었다.

「잠깐 당신, 저 리자드맨이 날뛰기라도 하면 제대로 마법으로 처치해 달라고」

살찐 청소부 아줌마가 내게 건넨 귓속말이 웃겼다. 기가 그럴 마음만 든다면 나 같은 건 한방에 죽어버리는데. 기와는 대조적으로, 평범한 인간인 메리아는 몹시나 좋은 인상을 남겼는지 모두가 메리아에 대해 상냥한 말을 건네주었다.

그렇게 인사를 끝낸 후에는 산책이다. 우리는 저택을 나와, 도시의 주요 거리들을 순서대로 걸었다. 농촌이나 교회본부가 있던 마을에서 나고 자라, 이곳에는 처음와보는 메리아에게 길을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우리가 집을 비우게 되면 메리아는 혼자서 식료품 같은 걸 사러 나와야만 하니까.

시장이나 잡화점, 식료품, 노점상 등을 돌아다니며 눈요기를 하고 있자니, 무표정이었던 소녀의 얼굴은 나이대에 걸맞는 표정을 조금씩 되찾고 있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절망이라 할지라도, 인간의 감정을 고착시키는 일은 적다. 결국 그 절망의 발생지에서 벗어나 잠들고, 밥을 먹다보면 아무리 괴로운 일이라도 마음은 진정된다.

분노든 슬픔이든 간에 그런 감정을 지닌채 계속 살아가는 데에는 의외로 상당한 자질이 요구된다. 그런 의미에서, 그녀가 뼛속 깊은 복수자에는 걸맞지 않다 사실을 알고, 약간 안심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렇게 데리고 시가지를 걷는 것은 처음이지만 기도 때때로 ㅋㅑㅋㅑ거리면서 웃는 걸로 봐서는 기분이 좋아보였다. 그대로 번화가에 있는 시가플 가에 도착할 무렵에는 이미 해가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모험에 나갈 때는 도시 입구를 집합장소로 지정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모험을 안 나가는 날에는 시그의 집에서 집합하여 술집으로 가는 경우가 많았다.

「아, 노예 형이랑 도마뱀 누나다!」

2층 창문에서 우리를 발견한 시그의 동생이 손을 흔들었다. 그는 쿵쾅거리며 아래층으로 달려내려와 기의 꼬리를 끌어안는다.

아이들은 적응하는게 정말 빠르다. 처음 기를 봤을 때는 무서워서 울어버렸던 주제에, 기가 꼬리로 놀아준 이후부턴 완전히 기에게 푹 빠져서 이젠 보자마자 날아올 정도다. 눈썹을 찌푸리고 얼굴조차 내밀려 하지 않는 어른들과는 매우 다르다.

「여어, 사우제. 시그는 있어?」

「없어~ 손님이 왔으니까 아마 저기 공원에 있지 않아?」

기가 좌우로 흔드는 꼬리에 달려들어선 큰 소리로 웃는 사우제・마네 소년은 메리아와 비슷한 연령이지만, 두 사람의 인상이 이렇게나 다른 건 가정환경 때문이겠지. 가능하다면, 우리가 거두어들인 13명의 아이들도 사우제처럼 자연스럽게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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