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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개좆같다(迷宮クソたわけ)」
제86화 원숭이 딩키
심층을 활동영역으로 삼고 있는 상급 모험가 나프로이와 우르에게 지하 1층 따윈 위협조차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들은 결코 방심하지 않았다. 아니, 두 사람에게만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라 브란트나 노라 역시 항상 주위를 경계하면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미궁에 익숙해지기 시작한 나머지 얕은 층을 진행하는 건 산책 수준이라고 떠벌리고 다니다가, 얼마안가 죽고 마는 모험자들과는 천양지차였다.
과연, 실력자라는 건 이런 존재인가. 같은 생각을 하면서 나는 파티를 따라 이동했다. 게다가 그들은 과도하게 긴장하고 있지도 않았다. 경계를 풀지 않고 언제라도 전투에 돌입할 수 있게 신경쓰면서도 필요 이상으로 어깨에 힘을 주는 일은 없었다. 횟수를 거듭하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는 것일까? 아니면, 처음부터 그럴 수 있었으니 횟수를 거듭하며 생존해올 수 있었던 것일까?
나는 미궁 경험이 어느 정도일지 알 수 없는 코사메를 봤다. 그녀는 지상에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왼쪽 눈을 제외하면 전신을 검은 천으로 숨기고 있었기 때문에, 눈을 감으면 어둠 속에 녹아버릴 듯했다. 코사메는 걸어다니면서 무심한 동작으로 돌을 주웠다. 그대로 오른손이 지워지듯 사라졌다.
「꺙!」
통로 건너편에서 비명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코사메는 천천히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가리켰다. 그 손에는 방금 전에 주웠던 돌이 없었다. 그걸 보고 나서야 겨우, 그녀가 돌을 던졌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적」
코사메는 명료하면서도 종잡을 수 없는 목소리로 고했다. 나를 제외한 전원은 이미 눈치채고 있었던 모양으로, 전위들은 벌써 무기를 겨누고 있었다. 그대로 천천히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향해 이동하니, 짙은 어둠 속에 한 마리의 마물이 쓰러져 있었다. 전신을 긴털로 감싼 원숭이 같은 마물로, 안면이 함몰되어 있어 한눈에 절명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신장은 나보다 작은 편이었지만 손발은 비정상적으로 길었다. 그 양손에는 각각 나이프가 쥐여져 있었다. 지금까지 내가 조우해본 적 없는 마물이었다.
「'딩키'네」
원숭이를 본 우르가 중얼거렸다. 그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었다. 지하 깊숙한 곳에 서식하는 마수로, 모험자의 허를 찔러 기습해오며 불리해지면 곧장 도망치는 것이 특징이었다. 어쨌든 간에 이렇게 상층에 있을 리가 없는 존재이고 이런 마물과 조우했다간 신인 모험자들 따위 순식간에 전멸당하고 한끼 식사로 전락하고 만다.
「그 밖에는 없어 보이는군」
나프로이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용케 알아챘네...」
나는 코사메에게 말을 걸었다. 코사메는 잠시 내 쪽을 향하더니 이윽고 홱, 하고 쌀쌀맞게 외면해 버렸다. 미궁에 오게된 원인을 제공한 나를 원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니, 그렇다기 단 원래부터 나를 좋아하지 않았기에 어쩔 수 없는 걸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이런 마물이 상층에, 그것도 지하 1층까지 올라와 있는 원인을 조사하라는 것이네」
브란트는 세검을 검집에 되돌리면서 나프로이에게 말했다. 나프로이도 대형 철퇴를 어깨에 메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딩키 같은 건 지하 7층 정도에는 가야 볼 수 있으니 말이지. 좀 더 돌아다니면서 이런 놈들을 구제해 갈까?」
「아니, 우리 임무는 어디까지나 원인의 규명. 이번에는 병사를 2반 정도 차출해서 마물을 지하 2층까지는 구제할 예정이니 만큼 신경 안써도 되네」
브란트가 나프로이에게 대답했다. 모험자 출신으로 병사가 된 자들은 전원이 이샤르 토벌에 성공한 정예들이다. 그들이라면 딩키 정도야 손쉽게 쓰러뜨릴 수 있겠지.
「글쎄, 어떨까. 몇년이나 미궁에서 멀어져 있던 녀석들인데 도움이 되나?」
나프로이는 납득이 안가는 듯했다. 이샤르를 쓰러뜨린 뒤에도, 질리지도 않고 계속 미궁에 발을 담궈오던 대장부 입장에서 보면 모험자 일을 접고 병사가 되어버린 자들이 믿음직스럽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미궁에서 단련된 병사들은 압도적인 정예로 간주되어 호전적인 국왕에게 중용받고 있었다.
「적이다!」
노라는 짧게 말하고는 내 몸을 날려버렸다.
방금 전, 내가 있었던 공간을 찢으며 무언가가 스쳐 지나쳐갔다. 그 물체는 어마어마한 소리를 내며 벽에 꽂혔다. 창이다. 두껍고 긴 자루는 금속제로 창끝은 둘로 갈라져 있었다. 창이 날아온 방향을 보니 남자 몇명이 줄줄이 걸어오고 있었다. 3명은 창을 들었고, 5명은 장검을 들고 있었다. 모두 다 눈매가 이상했다. 아마 제정신이 아닌 것이다. 게다가 명백히 강하다.
「어이, 농담하지 말라고. 병사 놈들 수준으로는 아무리 머릿수 모아도 이놈들한테 걸리면 그냥 개죽음이잖아」
말과는 반대로 나프로이는 즐거운 듯한 표정을 띄우고 있었다. 전위가 무기를 겨눈 순간, 코사메가 돌을 투척했다. 한번에 동시에 던져진 3개의 돌은 선두에 서 있던 한 사람을 쓰러뜨렸다. 적과 아군이 발하는 흥분이 공기의 점도를 올려간다. 한 순간 뒤, 액체와도 같은 긴장을 떨쳐버리려는 듯이 각자가 눈앞의 먹잇감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잠들라!』
내 마법은, 눈앞의 상대에게 몰두한 나머지 주변에 대한 경계가 소홀해졌던 검사들의 정신적 허점을 포착해, 의식을 날려버렸다. 기절한 자는 5명, 저항한 자는 2명.
브란트는 재빠르게 파고들어 기절한 두 명의 안구와 목을 꿰뚫었다. 노라는 베어들어온 검사와 정면에서 칼날을 맞부딪혔고, 그 옆에서 나프로이가 기절하지 않은 창잡이를 대형 철퇴로 산산히 분쇄했다. 코사메의 투척이 적의 머리통 중 하나를 꿰뚫었다.
정면에서 격돌하는 형세에 있었던 노라는 몸을 움직여 상대와 한순간 교차했다. 적은 그것만으로도 토혈하며 쓰러졌다. 무슨 일을 벌어졌는지 나는 짐작조차 못했다. 나프로이가 또 한 사람을 때려눕혔고 마지막 남은 검사의 수족은 노라에게 절단당했다.
분명 이상하리만치 강력한 적들이었지만 이상성(異常性)에서는 이쪽이 훨씬 우위였던듯, 전투는 우리의 승리로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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