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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개좆같다(迷宮クソたわけ)」
제84화 여행 동료
베리코가와 처기의 여정은 시그가 준비를 해주기로 했기에, 나는 술집 주인장을 따라 주점 근처에 있는 작은 여관으로 향했다.
일반적인 모험자가 숙박하는 최하급 싸구려 여관이 아니었다. 바닥부터 조달품에 이르기까지 깔끔하게 관리되어 있어서, 먼지투성이 골목에서 한걸음 안으로 들어간 순간, 청정한 공기에 휩싸였다고 착각해버렸다. 그런 여관이었다.
「나프로이를 만나러 왔다」
주점 점주가 여관 종업원에게 고하자, 종업원은 정중한 태도로 우리 앞에 섰다. 여관에는 2층의 큰 방과 1층의 작은 방밖에 없었는데 우리는 2층으로 안내받았다.
「나프로이 님, 손님이 오셨습니다」
여관 종업원은 실내를 향해 공손하면서도 쩌렁쩌렁 잘 들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오우, 들어와라!』
문 건너편에서 사나이의 굵은 목소리가 되돌아 왔다.
「들어가십시오」
종업원은 문을 살짝 열고는 예의바르게 인사한 뒤 1층으로 내려갔다. 종업원의 등이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배웅하고는 주점 주인장은 문을 열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그곳은 볕이 잘드는 밝은 방이었다. 실내에는 두 개의 커다란 침대가 늘어서 있었고, 고급스런 소파와 테이블 세트가 갖추어져 있었다. 아마 전부 다 고가품이겠지만 그것들을 감상할만한 여유는 없었다. 방 한가운데에서 장승처럼 우뚝 버티고 서 있던 거한에게 시선을 빼앗겼기 때문이었다.
「여어, 아저씨. 저 삐약이 같은 녀석이 당신이 말한 그 마법사냐?」
크다. 시그나 루가무도 큰 체구였지만, 이 남자에 비하면 차원이 달랐다. 거대한 통나무같은 팔뚝과 다리, 강렬할 정도로 두꺼운 흉판을 지닌 대장부의 머리통은 천장에 닿을 듯했다. 아무리 작게 봐도 그의 키는 내 2배 정도로 컸다. 체중도 5배쯤은 되겠지.
대머리의 거한은 싱긋 하고 웃었다. 신화에 나오는 황신(荒神)이 실존한다면 이와 같은 존재겠지. 그 웃는 얼굴 한방만으로도 웬만한 마물들은 일격에 절명해버릴 듯했다.
「강철의 나프로이다」
점주는 그리 말하고는 소파에 걸터앉았다.
『강철』의 나프로이!
다른 모험자들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는 나조차도 그 이름은 잘 알고 있었다. 귀신같은 괴력에 마신조차도 깨부순다고도 평가받는 상급 모험자다. 한번 미궁에 진입하면 몇달은 돌아오지 않는다고 하며, 그 거체는 확실히 시그가 열띠게 칭송하던 이야기 그대로였다.
「그쪽 작은 녀석도 앉아라」
나프로이가 나에게 재촉해왔다. 나는 그를 보고 아연해져 있었지만 이내 허둥지둥 자리에 앉았다. 그에게 거역하는 일이 너무나도 무시무시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나프로이는 옆에 있던 침대에 걸터 앉았다. 고급스러우면서도 견고하게 만들어진 침대가 삐걱거리며 큰 소리를 냈다.
「브란트는 어떻게 됐나?」
점주가 나프로이에게 물었다. 그 태도에는 두려움이 내포되어 있지는 않아 보였다. 나는 내심, 점주를 다시 보고 말았다. 아무리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라고 해도 이런 괴물같은 남자와 태연하게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한 위업이었다.
「브란트는 '우르'를 부르러 갔다. 곧 돌아오겠지」
그 말대로, 선생기사는 얼마 지나지 않아 호리호리한 중년 여성과 함께 등장했다. 브란트와 그가 데려온 여성은 우리 건너편에 앉았다.
「자네가 마법사인 '아' 군인가?」
브란트는 나를 평가하듯이 응시하며 질문해왔다. 내가 그렇다고 대답하자, 침착한 말투로 옆에 앉은 여성과 침대에 걸터앉은 거한을 소개해 주었다. 그에 의하면, 중년 여성은 '우르'라는 이름의 마법사이며 '나프로이'는 역시 이미지대로 전사라는 듯했다.
「잘 부탁해, 아가야」
우르는 온화한 표정으로 미소지었다. 그녀에겐 고급스런 품격이 풍겼고, 수수하지만 비싸보이는 장식품들도 여러개 걸치고 있었다.
「에, 마법사이십니까?」
나는 놀랐다. 마법사가 부족하니까 차출당한게 아니었던가?
「그래, 마법사야. 당신이 쓸 수 있는 마법은 아마 전부 당신보다 더 잘 쓸 수 있고, 회복마법도 쓸 수 있어. 어느 쪽이든 간에 마법으로 싸우는 것만큼은 틀림없으니까 나는 스스로를 마법사라고 칭하고 있단다」
아니다. 마법사는 클레릭의 회복마법은 쓸 수 없을 터였다. 그런 거라고 배웠다. 만약 도중에 클레릭으로 전직하기라도 하면 그 때까지 배워왔던 마법은 클레릭의 마법과 반발하여, 머릿 속의 선반이 부서지고 만다. 그 결과, 거의 모든 마법을 쓸 수 없게 된다. 하지만 그걸 배웠 때는 예외도 있다는 사실 역시 배우지 않았던가?
고도로 미궁 순응이 진행된 마법사는, 그 때까지의 마법 기능을 유지한 채 추가적으로 회복마법을 쓸 수 있게 된다고 하는. 상급 모험자들 중에서도 오직 3명만이 존재하는 이례적인 양성(両性) 구사자들. 그 중에 여성은 한 사람뿐이었다.
「당신이 현자 '우르에리' 씨입니까?」
마법을 극한까지 갈고 닦은 대마법사와의 대면에, 나는 몸을 떨었다. 그녀는『현자』라는 칭호에 부끄러운 듯이 미소지었다.
*
나프로이와 우르는 같은 파티 소속의 동료였다. 이들은 수개월 만에 지상으로 귀환했지만 다른 파티 멤버들은 가족들로부터 관혼상제에 관련된 통지를 받고 말아서, 이후 잠시 동안은 모험을 휴식할 예정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지인인 브란트에게 그걸 들키는 바람에 이번 멤버로 소집당하고 말았다고 우르는 약간 투덜거렸다.
「휴식이라고 해도 매일 미궁에는 들어갈 거잖나? 그럴거면 흘러넘치는 그 힘을 도시를 위해 사용해 주게나」
브란트의 말에, 우르는 웃었다.
「그것도 그렇네. 상급 모험자라고 추켜세워지면서 이런저런 특권을 챙기는 주제에, 도시에는 아무런 공헌도 안하고 있으면 혼날지도 모르겠네」
「나도 우르도 브란트와 팀을 짜는 건 오랜만이다. 가끔씩은 옛정을 되새기자구」
그렇게 말하며 나프로이는 다리를 꼬았다. 그 움직임만으로도 침대는 비명을 울렸다. 선생기사에 전설적인 상급 모험자가 2명. 나는 자신이 어울리지도 않는 장소에 와 있다는 사실을 절감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울리지도 않게 흥분하고 있었다. 시그가 들었다면 울면서 부러워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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