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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개좆같다(迷宮クソたわけ)」
제81화 주점Ⅳ


시그가 두 사람의 목덜미를 덥썩 잡고 밖으로 나가버렸기에, 주점의 주인장과는 1대1로 면회하게 되었다. 이걸로 저 두 사람의 근성이 고쳐지면 좋았고 우리가 싫어져서 제발로 멀어지고 싶어진다면 더더욱 좋았다.

「안녕하세요?」

주점 2층에 위치한 사무실에는 몇명의 모험자들이 점주와 회의를 하고 있었지만, 내가 온 것을 눈치챈 점주는 다른 사람들을 전부 밖으로 쫓아내버렸다. 사람을 완전히 물린 다음 실내로 초대받았고 저번처럼 소파에 걸터앉았다.

「저 놈들한테 지불할 사례금만으로도 손해가 엄청나다」

투덜거리면서 점주는 종이 다발을 테이블 위에 놓았다. 20매 정도 분량의 종이로 제일 위에 쓰인 내용으로 봐서는 보고서겠지. 하지만 그런 걸 불평해봐도 나는 그저 난처할 뿐이다. 조사를 하라고 명령을 내린 사람은 내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내 부추김에 넘어간 그가 멋대로 벌인 일이다. 상인이라면 속아넘어간 쪽이 잘못이라는 것쯤은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간다만, 요 근래 북방에서 온 인간들을 조사해봤다. 신원을 숨긴 전사단원이 3명, 영주부의 관리가 2명, 평소에는 이쪽으로 오지도 않는 상인이 몇명. 어느 놈이건 뭔가 꿍꿍이가 있어보였다」

나는 점주에게 미리 양해를 구하고 보고서를 집어들었다. 인명이 나열되어 있었고 특징이나 파악된 정보들이 적혀 있었다.

「굉장하네요. 이렇게 단시간에, 어떻게 조사한 겁니까?」

나는 솔직히 감탄하고 있었다. 조사 기간은 짧았을 터였지만 그런 것치곤 이상할 정도로 자세하게 정보가 수집되어 있었다.

「어떻게 라니, 손봐주면서지」

당연한 것을 물어보는게 우스꽝스러웠는지, 점주는 코웃음쳤다.

「납치하고 손봐줘서 있는 대로 불게 했다」

「그 다음엔 어떻게 했습니까?」

「글쎄? 나중에 문제 생기는 것도 귀찮으니까 업자에게 의뢰했지. 도시 밖으로 운반되서 교외의 양돈장에서 돼지 사료라도 되어 있겠지」

당연한 얼굴을 하며 점주는 말했다. 말투로 봐서는 북방에서 왔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을 모조리 붙잡아 처분했겠지. 보고서에 나열되어 있는 수상한 인물들의 명단은 그 일부에 불과하고, 피해자의 총수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을 터였다. 아무리 북방에서 찾아온 인간들이 많다고 해도 이건 너무 터무니없다.

그 행위는 틀림없이 중대한 범죄행위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이 처벌되지 않으리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건 그렇겠지. 그에게 이의를 제기할만한 자들은 이미 해체당했을 테니까. 누군가가 고발한다고해도 증거가 없는데다 그 역시 이 도시에서는 나름대로 유력자였다. 타지에서 흘러들어온 이방인의 권리 따위, 그가 지닌 힘에 비하면 먼지 수준으로 가볍겠지.

솔직히, 주인장이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이건 꽤나 도움이 될거다.

「근데 놓친 자식도 있어서 말이지. 그럭저럭 괜찮은 모험자가 4명이서 달려들었는데도 그 중 3명이 반격당해 죽어버렸다. 자그마한 몸집의 여자인것 같던데, 겉보기로도 북방 출신의......」

「아, 그건『황야의 집 교회』쪽 암살자에요. 손 안 대는게 좋을 겁니다」

내 말에 점주는 벌레 씹은 듯이 얼굴을 찡그렸다.

「그런 건 빨리 말하라구. 자칫하면 미친 놈들이랑 싸울 뻔했잖아!」

초조한듯 내뱉으며 머리를 벅벅 긁는다. 눈 밑에 생긴 다크써클이나 후줄근한 옷차림을 보면, 주인장은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듯 했다. 그만큼 내가 말한 북방위협론을 믿고 겁내고 있는 거겠지.

「뭐, 됐어. 어쨌든 모은 정보를 종합해보니 다소 수상쩍은 기색은 있었지만, 도시 전체를 뒤흔들 정도의 음모가 준동하고 있는 것처럼은 안 보였다. 그럼 뭐냐? 먼 지방의 문관과 무관 나리가 쌍으로 여기까지 와서 뭔 짓을 하고 있는가? 그런 이야기다」

점주는 거드름을 피우며 팔짱을 꼈다. 여유가 생긴 것인지 평소의 위세가 되돌아와 있었다.

「이건 너랑 상관있는 이야기다. 나한테는 비교적 어찌됬든 좋은 이야기지만」

「뭡니까? 가르쳐 주세요」

나는 살짝 안달이 나서 이야기를 계속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 이상 듣고 싶다면 유료다. 돈을 지불할 용의는 있나?」

「얼마입니까?」

「금화로 200닢」

주인장은 나를 향해 손가락 두 개를 세워 보였다. 

농담이지? 

일반적인 금액도 아니고, 채권노예인 나에게 그런 거금이 있을 리가 없다는 사실은 당연히 점주도 알고 있을 터였다. 그렇다는 말은 모종의 조건을 붙이고 싶다거나, 그게 아니면 애초부터 알려줄 마음이 없다거나 둘 중 하나였다. 돈은 없다, 고 내가 말하자 주인장은 만족스러운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지. 일개 노예가 쥐고 있을 만한 액수가 아니니까. 그래도 내가 이번 조사에 들인 액수에 비하면 싸. 양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한다구」

점주는 불쾌한 소리를 늘어놓았다.

「하지만, 이다. 기왕 손에 넣은 정보를 썩게 방치하는 건 아깝지. 게다가 너는『은혜의 열매 교회』로부터 도시를 구한 시가플 대의 일원이기도 하다. 어떠냐? 의뢰를 하나 맡아주기만 하면 무료로 가르쳐주마」

의뢰. 지금 수행 중인 북방전사의 육성 의뢰는 이런저런 이유로 잘 굴러가고 있지 못했다. 욕심내지 말고 지하 1층에서 푼돈 줍기에나 열을 올렸으면 이런 상황에는 처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조금 욕심을 내자마자 더럽게 수지 안맞는 일에 발목 잡혀, 강대한 마물과 대적하는 상황에 처했던데다 암살자에게 폭행까지 당했다.

개같이 짜증이 난다.

「의뢰 내용에 따라 다릅니다만」

그 순간, 점주의 얼굴이 천박한 웃음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미궁에 이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건 너도 잘 알고 있을테지. 유난히도 강한 괴물들이 하층 깊은 곳에서부터 차례차례 위쪽으로 올라오고 있다. 모험자 조합의 의뢰로 이 사태의 조사와 해결을 청부받은 남자가 파티 멤버를 모집하고 있다. 너는 마법사로서 그 파티에 참가해라」

「거절하겠습니다」

나는 곧바로 거절했다. 

인사자(人獅子)와 대치했을 때의 공포는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저것과 다시 한번 맞서고 싶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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