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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개좆같다(迷宮クソたわけ)」
제 80화 소유권
「그래서, 무슨 용건입니까?」
로옴 선생은 찌푸린 표정을 띄우며 나를 보았다. 장소는 응접실이 아니라 사감실이었다. 응접실만큼은 아니지만, 사감실에도 자그마한 응접용 가구 세트가 갖추어져 있었다.
「무슨, 이라니 로옴 선생님과 만나고 싶어서 찾아온 것인데 그럼 안되는 겁니까?」
붙임성 있게 웃어보인다. 물론, 비아냥을 잔뜩 담아서.
「저와 당신은 마음 편히 왕래하는 관계가 아니지 않습니까?」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하지만 꼭,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빈손이라 정말 죄송합니다만, 스테아의 경호 문제에 관해 신속하게 대응해주신 점 정말 감사합니다」
아아 그 문제 말이지, 하고 로옴 선생은 콧소리를 냈다.
「천만에요. 스테아는 저희 교회의 교인이니만큼 위험이 있다면 조치를 취하는 것이 감독자의 의무입니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거였으면 그런 조건 따윈 안 걸었겠지. 나는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감정을 무시하고 어디까지나 평정을 가장했다.
「또 속죄할 기회를 주신 점에 대해서도 정말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눈이 뜨였습니다」
로옴 선생은 의외라는 듯한 표정을 띄웠다. 내 입에서 원망 이외의 말이 나올거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던 듯했다.
「네에, 괜찮아요 마법사 씨. 사람은 누구나 죄를 짓고 사는 법입니다. 그것을 반성하고 정직하게 살아갈 권리는 누구에게든 준비되어 있으니까요」
그렇게 말하면서 로옴 선생은 무언가를 경계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내가 로옴 선생을 방문한 이유는 그냥 단순히 좋은 말로 치켜올려서 기분이 풀리게 하고 싶었을 뿐이지,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꾸미고 있지 않았다. 게다가 사실로서 로옴 선생은 이미 한가지 실책를 범한 상태였다. 그리고 그걸 일부러 지적해줄 만큼 나는 그녀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녀는 부하를 이용해 내게 위해를 가했다. 그것도 무법행위가 버젓이 통용되는 미궁내에서가 아니라 도시 바로 지척에서. 물론 로옴 선생으로서는 내가 원한 일이었다고 주장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노예를 부정하는 활동만 계속해왔던 덕분에 노예의 본질을 잊고 있다. 나에 대해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자는 애초부터 주인뿐이다.
말이나 소가 원했다고 해서, 그 가축에게 상처입히는 행위를 쾌히 허락해주는 소유권자가 과연 어디에 있을까?『황야의 집 교회』의 폭행은 라타톨 상회의 회장이 소유하는 개인재산을 일방적으로 침해한 것이다. 따라서 주인은 이에 상당한 액수의 배상금을 교회 측에 요구할 권리를 얻었다고 볼 수 있었다.
시그나 스테아는 파티 멤버이기에 제외한다고 쳐도, 베리코가와 처기도 내 부상을 목격했다. 저택의 문지기나 미가노 씨도 내가 폭행을 당한 흔적을 봤다. 내가 주인에게 사실을 전달하면, 주인은 배상금을 얻기 위해 영주부에 탄원하겠지. 그렇게 되면 영주부의 관리들이 조사를 실시하게 되고, 로옴 선생과 저 암살자에게 출두명령이 내려지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최종적으로는 사유재산에 대한 손해 배상금을 청구당해,『황야의 집 교회』가 주인에게 배상금을 지불하는 것으로 막이 내리게 된다. 게다가 애지중지하던 암살자의 존재 역시 조사당하면 드러나고 만다. 아무리 공공연연한 비밀이라고 해도 그건 절대 유쾌한 일이 아니겠지.
그걸 피하려면 상정된 배상액을 훨씬 넘는 액수의 현금을 여러 곳에 뿌릴 수밖에 없다. 로옴 선생 입장에선 실패다.『황야의 집 교회』내에서 어떤 평가가 내려지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핀잔 정도는 듣게 될 것이다.
만약 스테아의 경호를 푼다거나, 다른 조건을 들이밀어온다면 그때는 철저하게 진흙탕 싸움으로 끌고 가 주마. 더러운 일은 말쑥한 교인들보다는 노예의 주특기였다. 나는 그 밖에도 취할 수 있는 여러 수단을 떠올리면서, 득의양양해 있는 로옴 선생을 바라보았다.
*
시가플 가로 향하니, 시그는 웬일로 집안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어, 다친 데는 좀 어때?」
시그는 집에서 나왔다. 손에는 장검을 쥔 채 그대로 주점으로 향해 걷기 시작했다.
「응, 이제 괜찮아. 기의 회복마법이 잘 듣고 있으니까」
나도 대답하면서 따라 걸었다.
「너무 무리하진 말라구」
「이젠 무리 안해. 엄청 아팠고」
...라기 보단 애초에 무리하고 싶진 않았지만, 달리 괜찮은 수단이 없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 주점에 도착했다. 안으로 들어가서 점원에게 말을 건넨 후 점주의 사무실로 향했다. 아침이었지만 가게 안에는 취객 몇 팀들이 술기운에 흥겨워하고 있었다.
「아, 지도원. 좋은 아침임돠」
들은 적이 있는 목소리. 테이블 중 하나에 베리코가와 처기가 술을 마시고 있었다. 한 순간, 못들은 척하고 지나치고 싶다는 욕구가 치밀어 올랐지만 간신히 참아내고 인사를 받아주었다.
「같이 마실까?」
베리코가는 잔을 들어올리며 우리에게 권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냐? 학생이니까 미궁에 가지 않는 날에는 제대로 강의를 들으라고 지도했을 터였다. 그렇잖아도 전위 모험가라면 틈이 날 때마다 땀을 흘리며 무술을 연마하는 게 보통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곧바로 죽는다. 이 둘은 어지간히도 죽고 싶은 것 같았다.
「같이 마시죠, 지도원. 내가 쏘겠슴돠」
처기가 기분 좋게 익살을 떨었다. 이 두 사람을 다시 본 것은 아무래도 실수였었던 듯하다. 기가 막혀하고 있던 나와는 대조적으로, 시그는 이마에 핏줄을 세우며 조용히 화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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