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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개좆같다(迷宮クソたわけ)」
제 19화 노상강도
앞서 걷는 세 사람은 가능한 한 발소리를 죽이면서 전진하려 노력했다. 문제는 후위 중, 보다 구체적으로는 스테아가 내고 있는 소음에 의해, 전위들의 노력이 완전히 헛일이 되어 있었다는 점이었다.
「힉......에긋......!」
눈물을 펑펑 흘리면서 입에 밀어넣은 천쪼가리를 물고 필사적으로 참고는 있었지만, 그녀가 흐느끼는 소리는 미궁내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고상하게 자랑하던 지팡이도 땅에 질질 끌면서 내 손에 이끌려 걷고 있는 그 모습은 그야말로 어린아이 그 자체였다.
정신적으로 한계에 도달해 있었다. 당장에라도 입에 문 천조각을 뱉어내고 큰 소리로 울어제끼기 시작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전위에 세워져서 죽을 위험이 현저히 높아진 파라고조차 걱정스러운듯 이쪽을 돌아볼 정도였다.
갑자기, 시그가 멈춰서서 한 손을 올렸다. 우리는 그 신호에 숨을 죽이고 근처의 바위그늘에 몸을 숨겼다. 스테아는 헤이모스의 시체에서 벗겨낸 상의를 덮어서 가려둔다. 아주 약간 흐느끼는 소리가 나아졌다.
미궁 통로와 통로가 모이는 세갈래 길. 그 한 쪽에서 여러명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아인종 아니면 인간이다. 얼마안가 통로 깊은 곳에서 불빛이 보였다. 걸어오고 있는 것은 인간, 그것도 조합에 소속되지 않은 비조합원이 확실했다.
미궁에는 보물이 잠든다, 라고 소문을 들으면 뒷일은 생각하지 않고 모여들기 시작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고는 생각한다. 또 위험이 있어도 이익은 창출해내는 미궁을, 권력자가 관리하려 드는 것 또한 인간의 본성이다. 그렇기에 도시의 관리들은 모험자 조합을 설립하여 침입자를 선별하고 관리를 하고 있지만, 그 관리라는 것이 조금 허술하다.
물론 허가없이 미궁에 들어가려고 하면, 미궁 앞을 지키고 있는 경비병이 저지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들도 원래 목적인『실수로 미궁에 들어가 버리는』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존재라서, 강한 제지는 하지 않는다.
때문에 복수의 인원이 한번에 들이닥치면, 그들 중 한 두사람 쯤은 잡힐 테지만 그런 와중에도 남은 인원들이 경비병을 따돌리고 억지로 미궁 안으로 뛰어들어가는 일도 가끔씩 벌어진다고 한다.
미궁에 대해 아무런 지식도 없이 뛰어든다, 라는 말은 그대로 괴물들의 뱃속으로 직행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적성이 있는 자들은 꽤나 미궁 깊숙히까지 들어가기도 하며, 그런 녀석들 중에 거금을 손에 넣는 케이스도 아주 적긴 하지만 있기는 있다고 한다.
정규 조합원이라면 들고 다닐 일이 없는 횃불을 한 손에 들고, 벌벌 떨면서 걸어오는 일당이 시야에 들어왔다.
7명.
그 모두가 허름한 옷을 입고 조악한 사슬갑옷을 착용하고 있다.
농민이다.
도시 주위의 농촌마을에서, 농민이 받는 대접은 극도로 나쁘다. 무거운 세금, 과중한 노역 때문에 입에 풀칠하는 것이 고작이다. 원래라면 농한기에 돈벌이와 먹일 입을 줄이기를 위해, 농가의 차남이나 삼남은 용병단에 소속되어 전장으로 향하는 일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미궁에서 경험을 쌓은 모험자 출신 정예병들의 존재로 왕국의 국력이 강화되자, 그 결과로 전선이 점점 더 멀어지고 말았던 까닭에 용병으로서의 일거리도 덩달아 줄어들고 말았다. 그렇다고 도둑질을 하자니 원래 있던 도적단 입장에서도 영역 다툼이나 성가신 관례 문제를 우려해 신규 참가자들을 허용하지 않았다.
도시의 뒷골목에서 거렁뱅이가 되어 흙탕물을 들이킬지, 모험자가 되어 인생역전의 꿈을 꿀지, 라는 양자 택일이다. 물론 후자를 선택한 자가 훨씬 많았기에 모험자 길드에는 농민출신자가 늘어나고 있었다.
그래도 학비를 내지 못하는 다수의 빈농들은 바로 미궁에 직행할 수밖에 없었다. 그 밖에도 귀찮은 수속이나 관리 받는 걸 싫어하는 무식이들이나 범죄자, 호적이 없는 유랑민 등도 제도를 무시하고 직접 미궁에 들어오는 경우가 있었다.
모험자 조합은 공개적으로 그러한 불법침입자를 적대시하고 있었으며, 마물의 일종으로서 취급하도록 모험자들에게 통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실제로 이 비조합원들이 주 목표는 미궁에 살고 있는 마물들이 아니라, 신출내기 모험자들이었다. 그리고 그런 인식에 틀린 부분은 거의 없었다.
「그냥 지나간다면, 그대로 통과시킨다. 눈치채인다면 죽일 수밖에 없겠지.」
시그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우리도 작게 끄덕이고는 시그를 본다. 농민 일행, 아니 농민 출신의 노상강도 일당은 세갈래길에 접어든 후, 결국 우리들이 숨어있는 쪽으로 전진해왔다.
아아, 각오를 해야 한다.
나는 헤이모스의 상의를 덮어쓴 스테아를 가볍게 끌어안은 후, 귀라고 짐작되는 곳에 대고 속삭였다.
「움직이지 마. 숨어 있으면 괜찮을 테니까.」
만약 우리가 졌을 때에 대비한 말이다. 도상강도들은 우리를 죽인 후 시체를 뒤지겠지만 암시(暗視)는 못하기 때문에, 움직이지 않고 숨어 있는 인간을 바위라고 착각해줄 지도 몰랐다. 나의 스테아를 향한 마음씀씀이에, 루가무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띄웠지만 나는 그것을 눈치채지 못한 척을 했다.
이윽고 횃불의 불빛이 가까이에 왔다.
일당의 선두가 바로 한 걸음 앞까지 다가온 순간, 시그가 뛰쳐나갔다. 선두에 섰던 노상강도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영문을 모른 채 베어져 쓰러졌다. 계속해서 루가무가 곤봉으로 두개골을 하나, 때려부쉈다. 좀 전까지만 해도 여기에 헤이모스가 따라붙어왔을 테지만, 그는 지금 배낭 속에 들어 있다. 그러니 그에겐 그다지 많은 것을 바랄 순 없었다.
『잠들어라!』
회심의 마법을 발동시키자 남는 건 이제 한발 뿐이었다. 그것마저 써버린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내 마법은 다섯 명 중 세 사람의 의식을 날려버렸다.
「에이!」
튀어나온 파라고가 기절한 노상강도에게 나이프를 내리쳤지만, 조악한 쇠사슬 갑옷에 튕겨져 버려 데미지를 주지 못했다. 우리는 이 일련의 과정을 통해 횃불을 들고 있는 노상강도들을 모두 처치하고 싶었지만, 기절하지 않은 한 녀석이 망설이지도 않고 뒤로 도망쳤다.
이것도 저것도 예상이 틀어진다.
나는 초조함을 억누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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