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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개좆같다(迷宮クソたわけ)」
제 21화 회복마법

길은 알고 있었다. 미궁의 출구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살아남을 수 있다. 하지만 이곳은 미궁이었다. 일이 그렇게 순조롭게 흘러갈 리가 없었다.

거대 쥐에 박쥐, 들개들이 유난히도 우리의 발목을 잡았다. 지금의 시그나 루가무에겐 위협조차 되지 않은 상대였지만, 처음으로 전위에 서는 파라고는 사정이 다르다.

딱 한번. 마물의 몸통박치기에 얻어맞아 쓰러졌을 때는 즉사한 줄 알았다. 시그가 다른 마물을 처리하자마자, 나는 당황하며 파라고에게 달려갔다.

슈우, 슈우 하고 입에서 소리를 흘리며 피거품을 토하고 있었다. 가죽갑옷을 벗겨 가슴에 손을 댄 나는 깜짝 놀랐다. 이질적일만큼 부드럽다. 원래라면 그곳에 있어야할 뼈가 없었던 것이다.

「아아, 이거야 갈비 뼈가 부러졌네. 그럼, 폐도 찢겨졌을 지도」

루가무도 내 뒤에서 파라고의 상태를 들여다 본다. 빈사의 중상이다. 평소부터 이런 위력의 공격을 당연한듯 마주하고 있는 전위들의 터프함에 새삼스레 감탄하고 싶어졌지만, 불행히도 그럴 여유는 없었다.

아무리 초짜인 나라도 그가 지금 죽음에 직면하고 있다는 건 알았다. 이미 파라고의 호흡은 띄엄 띄엄 중단되기 시작했고, 눈꺼풀도 움직이지 않은 채, 의식도 없다. 아무리 봐도 회복마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위험한 상태였다.

「스테아, 부탁해」

시그가 말했지만, 스테아는 마치 그 말을 듣지 못했던 것처럼 고개를 숙인 채 입을 닫고 있었다.

「바보냐?」

루가무는 초조한 기색으로 말하며 스테아의 멱살을 잡았다.

「니가 풀죽어 있는건 니 맘대로겠지만, 할때는 해주지 않으면 곤란해. 봐, 제대로 눈을 열고 보란 말야!」

멱살을 잡은 채, 남은 팔로 스테아의 고개를 잡고 파라고 쪽으로 억지로 향하게 했다.

「......읏!」

스테아가 작은 목소리로 뭔가를 투덜거렸다.

「뭐라고?」

루가무가 불안스럽게 고개에서 손을 뗀다.

「그만하라고 했잖아!」

스테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멱살을 쥔 루가무의 손을 때렸다. 그러나 완력차가 너무 컸기에 꿈쩍도 하지 않는다. 루가무는 혀를 차면서 파라고가 있는 쪽으로 스테아를 내던졌다.

「빨리 고쳐. 시간 없어」

확실히, 파라고에게 남은 시간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스테아는 지면에 얼굴을 처박은 채, 또 울기 시작했다. 루가무의 표정에 분노의 기색이 짙어졌다.

말려야 할까? 나는 시그와 시선을 교환했지만, 결국 여기서 스테아에게 마법을 쓰게 하지 않으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어르고 달래며 당근과 채찍으로 스테아를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도, 이대로 루가무에게 채찍을 휘두르도록 내버려 두기로 했다.

루가무는 스테아의 머리카락을 잡고 억지로 얼굴을 들게 했다.

「저기 말야, 저 녀석이 죽으면 그 다음 앞에 나오는 건 너나 아니면 아 둘 중 하나야. 너, 앞에 나와서 저렇게 되고 싶어?」

스테아의 시선이 다 죽어가는 파라고에게 향한다.

「싫어요오오오......우으으으」

「너보다 먼저 아가 전위에 서서, 그래서 아가 죽으면 내가 널 죽일거야. 이걸로. 이해가 가지?」

루가무는 곤봉을 스테아의 뺨에 들이밀었다. 농담이 아니다. 다만, 사실만을 그대로 들이미는 듯한 어조였다. 피투성이가 된 곤봉에, 스테아의 머릿속에는 여러 장면들이 스쳐지나갔을 지도 모른다. 갑자기 스테아가 구토했다.

「......싫,어요. 죽고 싶지 않아요오오. 살려 주세요.....」

피와 눈물과 콧물과 토사물로 얼굴을 질척질척하게 만들면서, 스테아는 애원했다.

「그럼, 빨리 낫게해」

말하며 루가무는 스테아의 머리카락을 놓았다. 스테아의 얼굴은 자기가 뱉어낸 토사물에 철퍽, 하고 떨어졌다. 얼굴을 들어올린 스테아는 비참한 표정을 지은 채 몸을 일으켜 기도의 말을 입에 담았다.

파라고의 부서진 가슴이, 눈깜짝할 새에 원래 형태로 돌아왔다. 열린 채 방치되어 있었던 눈동자에도 힘이 돌아왔으며 호흡도 안정되었다.

「우......앗, 파라라」

파라고는 가슴을 움켜쥐면서 상체를 일으킨 후, 입에서 핏덩어리를 토해냈다.

「쿨럭, 쿨럭......혹시 나 죽을뻔 했어?」

파라고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기색으로 주위를 둘러본다.

「왠지, 꿈에서 헤이모스랑 만났어」

그렇게 말하자, 파라고는 양손바닥으로 자기 뺨을 때리더니, 약간 울었다. 스테아는 그 모습을 초췌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그, 뭐야. 죽을 뻔했지만 살아나서 다행이네. 스테아가 고쳐줬지? 고마워」

「죽다 살아난 사람한테 이런 말을 하는건 미안한데 당신, 한번 더 전위에 올라와」

루가무의 한마디에, 파라고는 우는 듯 웃는 듯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 후, 마물과의 싸움을 수차례 거듭했지만 어찌어찌 위기를 넘긴 우리들은 이제야 겨우 미궁의 출구에 도착했다. 미궁을 나와, 주변에 있는 위사들 앞에서 5명 모두가 쓰러졌다.

지쳤다.

밖은 한밤중이었고 하늘에 떠 있는 별이 아름다웠다. 우리가 미궁에 들어간 이후로, 하루 하고도 한나절이 지나 있었다.

「우와, 괜찮냐 너희들?」

위사들이 피와 오물로 지독하게 더러워진 우리들을 보고 걱정스러워하며 말을 걸어왔다. 하지만 그 누구도, 심지어 체력에 자신이 있던 루가무조차도, 말대답할 여유가 없었다.

다만 그녀의 불만스러운 시선을 눈치챈 나는 잡고 있었던 스테아의 손을 허둥대며 놓았다. 위사들 중 한 명이 우리를 생각해서 가져와준 물통으로 입을 헹구고 얼굴을 씻고 나서야, 우리는 겨우 살아남았다는 실감이 들었다.

「어이, 잠시 쉬었다가 대기소에 보고하러 가라구」

위사가 옆에 있는 오두막집을 가리켰다. 그리운 대사였다. 처음 미궁에서 들어갔다가 나왔을 때도 똑같은 말을 들었다. 그러고보니 그 때도 지금처럼 내가 이렇게 먼저 일어났었던가? 나는 완전히 방전된 동료들의 모습을 곁눈질하며 대기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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