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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개좆같다(迷宮クソたわけ)」
제 24화 귀택

​나는 거리로 돌아간 후, 개점시간이 된 은행에 들려 채무 변제 수속을 했다.

이번에는 벌이가 좀 괜찮다. 모험 한번으로 얻게 된 배분금이 일인당 금화 4닢이나 된다. 이건 이 마을에 사는 일반 노동자의 한달치 급여에 필적하는 거금이었다. 만약 모험자가 아니었다면, 나같은 노예가 하루동안 벌어들인 액수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였다.

접수처 아저씨는 내 더러운 모습과 금액의 크기에 놀란 듯 했지만, 그래도 프로답게 매뉴얼대로 확실히 대응해 주었다. 조합 대기소의 사무원 아줌마가 필히 배웠으면 하는 자세다, 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 뒤, 남은 동전으로 새로운――이라곤 해도 중고의 저가 옷을 산 후, 노점상에서 먹을 것을 좀 사서 저택으로 돌아왔다.

부지에 들어서니 정원에는 하인인 미가노 씨가 작업중이었지만, 나를 보더니 허둥대며 다가왔다.

「어이, 어떻게 된거냐? 괜찮나?」

내 모습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걱정스럽게 물어온다. 걱정해주는 건 고마웠지만, 나는 지금 당장 바로 자러 가고 싶다.

「괜찮아요. 철야해서 엄청 졸립기는 하지만, 다친 데는 없습니다」

「그런가, 그건 다행이구나. 어제 밤부터 니가 안 돌아오니까, 주인님도 걱정하고 계셨다. 나중에 네가 돌아왔다고 가게 쪽에도 알리러 가야겠구나」

미가노 씨는 그 자신도 안심했다는 듯이 웃었다. 그의 상냥함은 나에겐 기분이 좋았다. 나는 미가노 씨에게 머리를 숙인 후, 정원 가장자리에 설치된 세면장으로 향했다.

보통 시민이라면 공용 우물을 사용해 생활할 테지만, 귀족이나 부유층의 저택에는 수도가 설치되어 있었다. 수도꼭지를 열고 뿜어져 나오는 물에 머리를 씻고, 계속해서 옷을 벗어, 옷과 몸을 전부 씻었다.

진흙이나 피나 토사물 같은 오물이 씻겨져 배수로로 흘러든다. 분명 지금쯤이면 모두들 자기 보금자리로 돌아갔을 때였다. 배낭은, 사원에 간다고 하는 파라고에게 내용물 째로 줘버렸기에 새것을 찾아야만 했다. 그 밖에도 이것저것 귀찮은 일들이 있었지만, 일단 전부 한숨 잔 다음에 하자.

정원 구석에 위치한 내 방, 또 다른 이름으로는 헛간이라고도 불리우는 조잡한 건물. 나는 그곳에 놓여 있는 침구 속에 파고든 후 눈을 감았다.

크릉, 크릉 하고 세상이 회전하는 듯한 어지러움이 밀려왔다. 잠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빨리 잠들어 버리고 싶었지만 목욕을 했기 때문인지 잠이 잘 오지 않았다. 그 대신 떠오른 것은 죽은 헤이모스의 모습이었다.

참수 토끼의 귀에 목덜미를 허용하여, 높게 튀어오르고 만 헤이오스의 목은, 휙 하고 돌면서 떨어지기 직전, 나와 눈이 맞았다.

그 눈은 놀란 듯이 열려 있었고 자신이 죽었다는 것이 이해 안된다, 라는 듯이 주장하고 있었다. 마치, 곧바로 목을 몸에 붙이면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전투를 속행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로 다음 순간에는 지면에 내동댕이쳐져서, 그 시점에서는 이미, 어찌할 수 없는 죽은 사람의 눈이 되어 있었다.

만에 하나라도 잘못되었다면, 그건 내 모습이었다. 혹은, 언젠가 다가올, 미래의 내 모습이다.

안 좋아.

마음을 일부러 둔감하게 만들어, 필사적으로 긴장하고 있던 정신이 빛바래져 가는 것이 느껴졌다. 입을 꾹 닫아도 이빨은 딱딱딱 하는 소리를 냈고, 몸 중심에서 발생하는 듯한 진동에, 팔다리까지 떨려온다.

무서워.

우리는 몇번이나 죽을 뻔했다. 슝 하고 떨어진 밑에 선객이 없었더라면, 지금쯤 개구리 뱃속에 있었을 것이다. 헤이모스가 쓰러진 직후,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참수 토끼가 만약 나를 덮쳤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노상강도들이 도망치려들지 않았더라면? 인면묘의 배가 조금만 더 고팠었다면? 파라고가 즉사했다면? 스테아가 완전히 무너졌다면?

이번에는 운이 좋았다. 헤이모스는 죽었지만 우리는 살아 돌아왔다. 그저, 운이 좋았다.

이런 일을 반복하다간 머지 않아 나도 죽게 되겠지. 시그나 스테아나 루가무, 파라고도 머지 않아 죽는다. 이겨 나가고 있다고, 가진 돈을 있는 대로 다 걸면서 주사위를 연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언젠가는 지고, 모든 것을 빼앗긴다.

갑자기, 구멍 아래에서 내 몸을 받아준 마법사에 대해 떠올렸다. 마법사 교육기관에서 만난 동기였다. 색소가 옅은 갈색 머리카락의, 활발한 소녀였다. 얼굴 주근깨가 특징적이었지만 본인은 그걸 매우 신경쓰고 있었다. 농촌 출신으로 항상 헐렁헐렁한 로브를 몸에 걸치고 있었다. 눈이 나쁜 것인지 사물을 볼 때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기에, 그걸 농담삼아 놀리기도 했다.

마법 실습으로 두 차례 같은 반이 되었기에 몇번 정도 이야기한 적도 있었다. 점심시간에는 둘이서 밥을 같이 먹은 적도 있었다. 가족이나 좋아하는 과자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던 것 같다.

「돈을 많이 벌면, 내가 널 사줄께」

그렇게 가볍게 주고받은 약속은 영원히 이루어지지 못한 채, 그녀의 가족은 조합으로부터의 말소통지를 받고 그녀의 죽음에 대해 알게 되겠지.

나는, 그녀의 옷조각이라도 가져올걸 그랬다고 후회했다. 적어도 그녀가 사랑하던 가족들 품에, 유품이라도 건네주고 싶어졌기 때문이었다.

이제 와서?

나도 죽을 때는 버림받아서, 개구리나 쥐에게라도 먹혀버리고 말거다.

불안 때문에 무너져버릴 것만 같았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소리를 내어 울고 있었고,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어졌다. 루가무와 스테아의 심정을 이제야 알 것 같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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