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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개좆같다(迷宮クソたわけ)」
제 26화 동양방주Ⅱ
'악마족'이라 불리우는 마물이 있다. 원래라면 마계라고 불리우는 이계에 살며 왠만해서는 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조차 없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미궁의 깊은 계층에서는 공기 중에 감도는 마력이 충분할 정도로 농후해진 나머지, 그것을 촉매로 악마가 현현한다.
손발짓만으로도 강력한 마법을 쓰는데다 그 체액이나 손톱에는 맹독이 깃든다. 또 괴력을 지니며 몸은 바위처럼 단단하다. 그것만으로도 평범한 모험자들에겐 악몽이나 다름없지만, 더 끔찍한 사실은 이 악마족은 인간을 생포하려 든다는 점이었다.
악마족에게 사로잡힌 불쌍한 피해자는 악마족의 기쁨을 위해 죽을 때까지 계속 고문을 당하게 된다. 악마족에게 인간은, 결국 약간의 오락을 안겨주기 위한 싸구려 장난감이나 불량식품 같은 존재였다.
그런 악마의 두개골을 밟아 부수며, 동양방주는 웃었다. 즐거워서 미칠 것 같았다. 주위에 동시에 현현한 악마는 8체. 악마들은 한마리도 빠짐없이 몸의 일부가 결손된 채 절명해 있었다.
동양방주는 원래 아득히 먼 동쪽 끝의 섬나라에서 태어났다.
날 때부터 괴력을 지니고 있었고 무술같은 것에 심취해 있었지만, 신앙의 길에 들어선 이래 학문에 힘쓴 결과, 주위 신도들에게 의지가 되는 성직자로서 흠모의 대상이 되었다. 허나 어느 날, 영주 일당이 농민의 딸을 범하려 하는 장면을 맞닥뜨리고는, 폭발했다.
동양방주 자신은 선천적으로 자기 마음에 수라가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것을 길들이기 위해 신앙의 길에 귀의한 것이었으나, 신도를 지키기 위함이라는 대의명분을 내세우고 뛰쳐나온 수라를 억누르지 못했던 것이다.
순식간에 그 자리에 있던 무사들을 몰살시키고 후환을 없애기 위해 영주의 집을 찾아갔다.
그 시점까지는 확실히, 자신의 죄를 사과하고 목을 바쳐, 농민들이 영주에게 화를 입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굳어야 했을 결의는 칼날이 드리밀어진 순간 증발했고, 결국 그 자리에서 자신에게 덤벼드는 자들 모두를 완전히 죽여버렸다. 무기를 손에 들고 다가온 자는 여자 아이 할것 없이 모두 다.
잠시 생각한 후, 동양방주는 그 날 안에 여행길에 오르기로 했다. 그 후,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돌아간 적이 없었다.
사실, 동양방주는 그의 신앙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진 않았고 또 그것이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단지, 자신에게는 살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똑같이 알고 있었을 뿐이었다.
바다를 건너, 기왕이면 성지에라도 가자. 그런 심정에 서쪽으로 향하는 여정에 올랐고 그 와중에 때때로 수라를 날뛰게 했다. 더이상 스스로의 본성을 억누르는 것도 무의미하다는 걸 깨달은 동양방주는, 수라가 징조를 보일 때마다 상대를 찾아내 자신을 위로했다.
여행 도중에도, 방랑자의 상대를 해주는 자는 의외로 많았다.
산적, 해적, 강이나 호수의 도적들, 식인 호랑이에 압정을 펼치는 폭군, 그 폭군의 위세를 믿고 횡포를 부리는 군인이나 관리들. 그 모두를 맨손으로 죽였고, 죽인 자들은 하나하나 전부 다 기억하고 있다.
결국 원래 목적지에 도달하기는 했으나 성지에서는 이미 자신이 믿는 종교의 명맥이 끊겨버렸다는 사실을 알았고, 뒤이어 서쪽에는 괴물들이 도사리고 있는 미궁이 존재함을 알았다.
설레는 마음으로 산과 들을 가로지르고, 바다를 건너, 그리하여 지금 여기에 서 있다.
방금 막 때려죽인 악마들의 혼이 자신에게 흘러들어옴을 지각(知覚)하면서, 동양방주는 가슴이 가득 차는 것을 느꼈다.
그가 미궁에 들어온 이후, 수개월. 그 동안 물도 음식도 수면도 취하지 않았다. 그의 뇌는 일어나 있으면서도 잠들어 있었고, 격렬하면서도 냉정했다. 그는 미궁에 들어오기 전부터 이미 신앙의 궁극에 도달한 초인에 가까웠다. 그 결과, 흘러들어오는 혼은 그 자리에서 동양방주를 변질시켜 간다.
체내에서 흘러넘치는 에너지는 그에게 깃들어 있는 수라를 만족시켰고, 수라는 몸을 멋대로 움직여 더욱 더 새로운 혼을 갈망한다. 계속 죽여나가는 이상, 배고픔도 목마름도 피로도 아무 상관 없었다.
그는 이미 물 대신 다른 이를 죽이고, 밥 대신 다른 이를 죽였다.
이 혈관 속에 흐르는 것이 혈액이 아니라 파괴충동으로 바뀌어 버린 건 대체 언젯적 이야기였을까? 미궁에 들어온 뒤였나? 고국에서 도망쳤을 때였나? 그것도 아니면 애초에, 처음부터였을까? 동양방주는 아주 잠깐 생각했지만 이내 그건 어찌됐든 좋은 일이라고 코웃음 쳤다.
동양방주는 만족하고는 손발을 흔들어 그곳에 묻은 악마의 체액을 떨쳐냈다. 악마의 체액은 강한 산성을 지닌 독으로, 체액이 묻은 부분은 무참하게 헐어버린다. 다만 동양방주는 신경조차 쓰지 않고 걷기 시작했고 상처는 눈깜짝할 새에 치유되어 간다.
이 미궁에서 습득한 회복마법의 응용이었다. 작은 상처 정도라면 가만히 놔둬도 자연적으로 낫고 만다. 얼마 동안 걸으니 다음 상대가 발견되었다. 미궁은 이런 점이 좋다. 동양방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속세에서는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상대가 나타나주지 않는다. 간신히 쓸만한 놈을 발견해도 대다수는 곧장 도망가버리고 만다. 역시나, 덤벼오는 상대가 아니면 어쩔 수 없이 흥이 식고 만다.
그곳에 서 있었던 것은 4체의 거인이었다. 그 모두가 거한인 동양방주보다도 배는 더 컸고, 가슴이나 다리 근육도 잘 발달되어 있었다. 얼굴에 4개의 안구가 불규칙적으로 배열된 괴상한 용모였지만, 무엇보다도 동양방주의 이목을 사로잡은 부분은 좌우로 3개씩 돋아있는 6개의 팔이었다.
그는 고국에서 비슷한 모양의 조각을 본 적이 있었다.
「흠, 아수라 귀신까지 있는가?」
빙그레 하고 웃었다. 설령 앞에 서 있는 마물의 외견이 부처 그 자체라고 할지라도, 그것은 그가 싸움을 피할 이유는 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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