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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개좆같다(迷宮クソたわけ)」
제 27화 친절한 가게
도시 중앙에서 약간 떨어진 길에『모험자의 친구』라는 약간 뻔뻔스러운 간판을 내걸고 있는 것이, 시그 말하길『바가지 상점』이었다. 손님을 봉으로 보고 모험에 필요한 도구를 높은 가격에 팔아치우는 것뿐만 아니라, 미궁에서 가지고 돌아온 이런저런 물건을 악랄하게 후려친 가격으로 매입하는 짓을 하고 있다.
손님 3명 중 2명은「뒤져버려!」라며 고함치며 가게를 뛰쳐 나오기 때문에, 가게 앞 거리가 일명『뒤져라거리』로 불릴 정도로, 어느 의미 모험자들에게 최적화된 가게였다.
그런데도 가게가 망하지 않는 건 점주가 조합이나 관료들에게 꾸준히 뒷돈을 건네주는 바람에, 모험자를 상대로 새롭게 잡화상 영업을 개시하려는 상인들에겐 절대로 허가가 나오지 않아 그런 것, 이라는 공공연연한 소문까지 있었다.
나는 그 바가지 상점(정식 상호명은『친절한 코튼 아저씨의 편리한 뭐든지 취급 상점』이라지만 더럽게 긴데다 기분도 나쁘기 때문에 누구도 그 이름으로 부르고 있지 않았다)에 들어선 후, 벽에 배낭이 걸려있는 모퉁이로 향했다.
가게 안쪽 카운터에는 심히 붙임성 없어보이는 중년 사내가 지그시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아마도 저게 친절한 코튼 아저씨겠지만 단 한순간도 손님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다. 마치 가게에 도둑질을 하러온 도둑을 주시하는 듯한 눈으로 이쪽을 보고 있지만, 이건 내가 노예라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저 모든 손님들을 대상으로 그렇게 지켜보고 있을 따름이어서, 어떤 의미로는 공평한 사나이였다.
참고로 손님이 늘어나면 안쪽에서 안주인을 일부로 불러 2명이서 점내를 감시한다. 거북하기 이를 데가 없다.
그래도 도구는 귀중하다.
나는 적당한 배낭을 골라 등에 매 보았다. 그리고는 다음, 그리고 다음 배낭을 매보면서 가장 상태가 좋은 물건을 찾고 있었다.
「어이, 형씨는 모험자야?」
그런 말에 돌아보니, 나와 비슷할 정도로 작은 체구의 청년이 그곳에 서 있었다. 그래도 나보단 훨씬 억세보였다. 붉은 빛이 도는 피부와 머리카락은 가끔씩 찾아오는 대상단의 일원처럼도 보였다. 하지만 피부가 태양에 그을러져 있었다. 대상단 쪽 사람들은 항상 로브를 걸치고 있기에, 보통, 얼굴을 빼면 피부가 까맣게 타지 않는다.
「네, 모험자인데요.」
「헤에, 그 얼굴로 봐선 서방이민족 출신이지?」
으음, 확실히 노예상이 나를 팔아 넘길 적에 그런 식으로 둘러대던 것 같기도 했다.
「......아마 그럴 거에요.」
자신 없이 대답했다. 왠지 성질이 거칠어 보이는 사람이어서 괜히 심기를 거슬렀다가 얻어맞기라도 하는 건 싫었다. 만약 다툼이라도 생기면 결국 코튼 아저씨의 친절함에 기대야만하는 현실 역시 불안했다.
「마침 잘됐네. 이봐, 나도 사막의 민족이니까 외지인이야. 그래도 '모험자'란 녀석이 될 수 있는 건가?」
나는 모험자 조합의 회칙을 떠올렸다.
「확실히, 도시 주민이 아니더라도 마땅한 자의 추천이 있으면 승인한다, 라는 규칙이 있어서 말이에요. 아무나 후견인이 있으면......」
참고로 내 후견인은 당연히 주인이었다. 이건 내 의사와는 관계없이 멋대로 설정된 것이었다. 또한 후견인에게는 매년 사례금을 건네는 것이 관례다, 같은 설명을 주인 스스로가 본인 입으로 말했던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나는 그 사실을 아주 완벽하게 잊어버리고 있기 때문에, 사례금을 지불할 일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으흠!」
점주가 의도적인 듯한 헛기침 했다. 가게 안에 서서 나불대지말고 밖에 나가라고 말하고 싶은 거겠지. 나는 남자에게 살짝 양해를 구하고는 계산을 끝냈다. 가게를 나가자, 아까 그 남자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이, 내 이름은 가르다. 저쪽에 있는 음침한 녀석은 동양 이민족 출신 노라다. 잘 부탁해.」
'가르다'라고 이름을 밝힌 남자의 손가락이 가리키고 있는 거리 반대쪽에는, 흑발에 큰 체구를 가진 남자가 이쪽을 보고 있었다.
「아, 네」
나는 귀찮은 일에 엮이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이름을 대지 않았다. 게다가 애초에 밝히고 싶을 만한 이름도 아니었다.
「미안한데 말야, 이야기 조금만 더 들려줘.」
가르다가 앞서 걸으며 길가에 있는 벤치에 걸터 앉았다. 나도 그 옆에 앉았다. '노라'라고 불린 남자는 약간 떨어진 곳에 서서 등을 벽에 기대고 있었다. 허리에 장도를 매고 있는 걸로 봐서는 검사겠지.
「이거, 알고 있어?」
가르다가 내게 조각판을 내밀었다. 그건 내가 처음 미궁에 들어간 날, 주점에서 보게 된 동양방주의 수배서였다.
「실은 말야, 우리들 이 남자를 쫓아 여기까지 온 거야. 근데 이놈이 그 미궁에 들어갔다잖아? 게다가 거액의 현상금까지 걸려 있고. 그래서 우리도 미궁에 들어가서 쳐죽이고 싶은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허가 없이 들어가서 이 놈을 죽이면 상금이 안나온대서 말야. 그것도 좀 아깝고......아니, 아깝다기 보단 미궁 안은 넓을 것 같고 길이 엇갈릴 수도 있는 거잖아. 그래서 우리도 정규 루트로 미궁에 빠삭한 동료들 모아서 쫓아갈려고 생각 중이야. 쨌든 이 마을에 체류하고 있으면 동양방주가 기어나와도 바로 알수 있잖아!」
뭐랄까 가르다는 절반쯤 나에게, 가 아니라 파트너인 노라를 납득시키기 위해, 설명하는 느낌으로 말하고 있었다. 그래선지 미묘하게 성량이 컸다.
아마 동양방주를 쫓아온 건 노라 쪽이겠지.
뭐, 그런 건 나한테는 아무 상관 없지만.
「과연. 이제 슬슬 조합도 신규학생을 모집할 시기니까, 좋은 타이밍일지도 모르겠네요」
「그건 진짜 좋은데? 최근에 꽤 좋아보이는 상인 하나를 만났는데, 그 녀석한테 부탁해 보지. 아, 그 후견인이란 건 상인도 괜찮은 거지?」
가르다에게는 아무래도 기대할 만한 사람이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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