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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개좆같다(迷宮クソたわけ)」 제 1장

제 1화 진흙탕 싸움


미궁 안은 어슴푸레했지만, 약간이나마 이끼가 돋아있는 바위가 빛을 발하고 있는 데다, 무엇보다도 어두운 곳에서도 볼수 있는 암시(暗視)가 모험자로서의 필수조건이었기에, 완전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게다가 미궁에서 단련을 거듭하는 것으로 암시능력 역시 자연스레 향상되기에, 조급해할 필요는 없었다. 나는 천옷을 몸에 걸치고, 모험에 필요한 최저한의 짐을 채워넣은 배낭을 짊어진 상태였다. 그 행색이 마치 근처에 산책이라도 가는 듯한 수준이라는 사실을 깨닫자, 왠지 좀 웃겼다.

앞서 가는 세명의 전위들은 일상에서 상당히 동떨어져 있는 복장이었다.

투구와 갑옷, 손목 보호대에 방패를 왼손에 쥔 채, 곤봉이나 검 등의 무기를 허리에 매달아놓고 있다. 그 바로 뒤에 따라 붙는 작은 키의 남자도 커다란 무기나 방패는 갖고 있지 않지만 가죽 갑옷은 착용하고 있었으며, 옆에서 걸어가고 있는 소녀는 긴 지팡이를 휴대하고 있다. 나 혼자만 덩그러니 동떨어져 있는 느낌을 곰씹으며, 이 또한 언젠가 경험과 성장을 통해 해결되리라고 낙관하고 있었다.

「적이다!」

전위의 억눌린 듯한 목소리에 나는 현실로 끌려왔다. 곧바로 전위인 세 사람이 거리를 벌리고, 뒤로는 통과시키지 않겠다는 듯이 벽을 만들고 무기를 겨누었다. 나를 제외한 후위 두 사람도 태세를 갖추고 있다. 나는 허둥지둥 뭘 해야할지도 모르는 채, 적과 마주했다. 아마도 세 마리의 거대한 쥐. 그리하여 우리의 모험은 시작을 고했다.



내가 마법사 교육기관에 밀어넣어진 것에 깊은 의미 따윈 없었다. 그저 소년 노예를 모험자로 만들어 갈취한다, 라는 투자가 요즘 트렌드였을 뿐이다.

그 와중에 별볼일 없이 빈약한 나의 신체 능력으로는, 전위인 검투사라던가 무술가 같은 클래스에 적합하지 못했다. 손재주도 없었기에 함정 간파나 해제기능에 특화한 시프이라는 직종에도 적성이 없었다. 신의 가호를 얻어 회복을 담당하는 클레릭이 되기에는 아무래도 신앙심이 부족한듯 하여, 사원의 노파에게 잔뜩 설교당한 끝에 문전박대 당했다.

내 비참한 성적을 보고 받은 주인은 머리를 끙끙 싸맸지만 그렇다고 해서 농노나 직공으로 써먹기엔 체력이나 일머리가 부족했다. 놀고 먹게 놔둘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 원한다면 누구라도 들어갈 수 있는 마법사 교육기관에 밀어넣어진 것이었다.

근 3개월 간 스파르타 교육을 받아 어떻게든 마법론의 기초를 머릿 속에 때려박은 결과, 얼치기 즉석마법사가 한명 완성되었다.

참고로 마법은 미궁에서의 경험 없이는 아무리 공부해도 성장하지 않기 때문에, 나도 동기들도 한주먹 크기의 불구슬을 10보 앞에 있는 과녁에 맞추는『화염구(火炎球)』라는 마법을 한 발, 재능이 있는 녀석은 두 발까지 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나는 물론 한 발이 한계였다.

아무튼 나는 그닥 믿음직스럽지 못한 불구슬 마법 하나에 모든 것을 맡긴 채, 위험과 헛수고 그리고 개죽음으로 충만한 이 기묘한 미궁에 도전해야만 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 미궁이란 무엇인가? 그건 나도 잘 모른다.

그저 오래 전부터 이 도시 외곽에 존재했으며, 어째선지 마물들이 정착해 있다는 사실 때문에, 명예나 돈 또는 성장을 위해서라던가 하는 이유로 목숨을 걸고 도전하는 자들이 끊이지 않는다는 듯했다. 애초에 나는 약 반년 전, 노예 사냥으로 포획당해 이곳으로 끌려오기 전까지는 태어난 취락을 벗어난 적이 없었기에, 이 마을의 존재 역시 끌려오기 전에는 아예 몰랐다.

나는 마법사 기초 교육이 끝난 바로 그 날 모험자 조합에 끌려나가, 비슷하게 각종 양성기관에서 교육을 받은 신인 모험자들과 팀을 꾸리게 되었다. 조합 사무원 앞에서 얼렁뚱땅 사무처리를 끝마친 후, 우리들은 자발적으로 미궁으로 향했다. 들어가기 직전, 조합 사무원은 설명사항을 늘어놓았다.

「여러분은 신인이시므로 미궁 안에서 사망하신 경우, 높은 확률로 방치당하리라고 생각됩니다. 사자소생은 사원에서 담당하고 있습니다만, 높은 비용이 발생하오니 준비가 가능하신 분은 사전에 비용을 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전달받은 서류에는 소생 비용도 적혀 있었다. 금화 1000닢부터, 라고 하는 고액을 보고 주인은 얼굴을 찡그렸다. 주인은 나를 구입하는 데만 금화 20닢, 학비는 금화 30닢이 들었다고 항상 투덜대던 인물이다. 그런 거금을 마련해 주리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다.

게다가 조합의 벽에 붙어져 있던 클래스별 사망률에서도 마법사는 유독 높게 나와 있는 것을 본 주인은 어깨를 떨구면서「역시 창관에라도 팔아 치웠어야 했다」라고 불평했다. 아무래도 나는 종이 한 장 차이로 남창의 길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었다. 그 대신 걷게 된 길은, 악의가 넘친다는 소문의 지하미궁이었지만.



거대 쥐 세 마리와 전위 세명이 펼치는 난투는, 감히 말하자면 몸개그였다.

무엇보다 서로서로 결정타가 안 나온다. 거대 쥐는 높이가 인간의 허벅지까지 오는 수준으로, 느낌적으로는 '쥐' 라기보다는 소형 멧돼지에 가까웠다. 야생동물처럼 공격을 날렵하게 피하면서, 발을 물고 늘어지거나 몸통박치기를 해온다. 날카로운 이빨이나 묵직한 몸통박치기는, 나같은 건 한방에 나가 떨어질 정도였지만, 전위인 세 사람은 갑옷으로 받아넘기며 어찌어찌 치명상을 피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한들 갑옷을 뚫고 피부에까지 도달하는 이빨과 완전히는 피해내지 못한 몸통박치기가 거듭된 탓에 세 사람의 상처는 시시각각 늘어나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거대 쥐들 역시 스쳐 지나간 곤봉이나 검에 의한 공격으로 차츰차츰 피투성이가 되어 가고 있었다. 후위인 시프와 클레릭은 침을 삼키며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자세만 취하고 있었다.

그 때, 누군가가 내리친 곤봉이, 움직임이 둔해진 거대 쥐의 대가리를 겨우 때려 부쉈다. 이걸로 스코어는 3대2. 남은 한 마리가 호흡을 고르기 위해서인지 후방으로 뛰어 물러나 거리를 벌렸다.

『화염구!』

이때다, 라고 생각한 나는 비장의 마법을 외쳤다.

과연, 이런 것인가. 지상에서 쏠 때보다도 훨씬 스무스하게, 보다 강한 위력의 화구(火球)가 순식간에 거대 쥐에게 육박했다. 거대 쥐는 이미 약해진 상태였기에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결정타가 되었다. 모두가 그자리에서 움직임을 멈췄다. 돌연 발생한 화구에 놀라, 거대 쥐도 그리고 동료들도 순간적으로 멈춰섰지만, 결국 먼저 제정신을 차린 세명이 달려들어 마지막 남은 거대 쥐를 린치했다.

전투가 끝나고 긴장이 풀린 전위 세 명의 호흡은 이미 어깨까지 차올라 있었다. 클레릭이 나처럼 한번밖에 못쓰는 회복주문을 영창해, 가장 부상이 심한 자를 치료했다. 클레릭의 기도에 응답하여 상처 부위가 봉합되어 간다. 하지만, 너덜너덜하다. 미궁에 들어온 지 불과 30분. 고작 한번의 전투가 끝났을 뿐인데도 마법은 전부 다 써버렸고, 전위는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걷지 못하는 자는 없지만, 걷는 모습이나 표정으로 봐서는 세명 모두 뼈에 금이 간 듯 했다. 아마 한번 더 비슷한 적과 조우하게 되면 목숨을 잃게 되는 것은 이쪽이겠지. 전사들은 지쳐서 주저앉아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나와 시프만으로 전후처리를 실시했다.

마물들은 재보를 둥지에 모아놓는 습성이 있었으며 그 둥지의 주인을 쓰려뜨린 자는 그 재보를 획득할 수 있었다. 따라서 돈을 목적으로 미궁에 들어온 나같은 인간에게는 이 작업이야말로 중요했다. 둥지구멍은 곧 바위 그늘 아래에서 발견되었다. 은화가 1인당 4닢씩. 직공의 일당 정도다. 한시간도 채 소요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익은 의외로 짭짤했다.

「오!」

게다가 둥지구멍을 조사하던 남자 시프가 탄성을 냈다.

「이놈들, 주제에 건방지게 보물상자라고!」

미궁에 서식하는 마물들 중 지능이 높은 놈들은 자기 재산을 지키기 위해 그것을 상자에 넣어 봉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상자에 함정을 설치해 쉽사리 열지 못하도록 처리한다. 하지만 지능이 낮은 마물들도 그런 보물을 상자째로 훔친 후, 자기 것으로 삼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 경우는 그야말로 후자의 전형이었다.

「열거야?」

나는 시프에게 물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런 위험해보이는 물건은 그냥 내버려두고 냉큼 돌아가고 싶었다.

「찾아내고 말았으니, 안 연다는 건 말이 안되잖아?」

시프는 가볍게 웃으며 자물쇠 해제 도구를 손에 쥔다.

「앞에 서있던 녀석들은 상처 투성이가 되면서까지 우리를 지켜줬어. 너 역시 적을 처치했고. 저 여자애도 상처를 치료해 줬지. 내 싸움은 바로 이거라구」

남자가 신중하게 열쇠구멍을 조사하기 시작하자, 「갓!」 하고 튀어나온 화살에 가슴을 박힌 채 그대로 쓰러졌다. 즉사였다. 그의 싸움은 시작부터 패배로 막을 내렸던 것이다. 보물상자에는 돌로 된 활 함정이 설치되어 있었기에, 무방비하게 열려고 하면 화살이 발사되는 조잡한 구조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는 그런 함정조차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허접이었다.

상자 안을 들여다보니 더러운 가죽제 모자 하나가 뒹굴고 있었다. 검게 변색된 피가 눌러붙어 있었으므로, 아마 미궁에 들어온 모험자가 마물들에게 습격당해 빼앗긴 물건으로 짐작되었다. 그걸 빼앗은 마물 입장에서 보면 일종의 전리품이었을 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들에겐 그저 쓰레기 이상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역자왈)
원작은 2022년 10월 12일 기준, 526화까지 나와 있습니다.
대략 1일 5화+@ 정도의 페이스로 게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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