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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개좆같다(迷宮クソたわけ)」

제 2화 최초의 귀환


그 후 우리는 녹초가 된 상태로 탈출을 시도한 결과, 다행히 마물들과 조우하지도, 길을 잃지도 않은 채로 미궁 출구에 다다를 수가 있었다. 시프인 그 남자는 그곳에 두고 왔다. 전위인 세 사람은 상처 때문에 여유가 없었고 나와 소녀의 완력만으로는 그의 사체를 짊어질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미궁에서 빠져나온 우리는 미궁을 감시하는 위사들 앞에서 그저 주저앉고 말았다. 미궁의 들어간 지 불과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난생 처음 겪은 사투(死闘)와 동료의 죽음, 더군다나 죽은 동료를 방치하고 돌아온다는 선택을 한 우리들은 극심하게 피로해 있었다. 그렇다곤 해도 죽지 않고 돌아올 수는 있었다.

「어이, 잠깐 쉬었다가 대기소에 보고하고 돌아가라고」

위사가 옆에 있는 작은 오두막집을 가리켰다. 미궁 입구에는 모험자 조합의 출장소가 설치되어 있었고, 그곳에는 담당 사무원이 주재하고 있었다. 모험자는 미궁에 출입하기 직전과 귀환 후에 반드시 대기소에 얼굴을 비춰야만 했다. 이를 게을리 하면 조합에 입회할 때 맡긴 예치금인 금화 2닢을 몰수당하고 만다. 나는 일어서서 대기소로 향했다.

초라한 오두막집 문을 열자, 벽을 따라 캐비넷이 늘어서 있었고 그 안에는 서류가 담긴 두꺼운 파일들이 줄을 이었다. 중앙에 설치된 책상에는 삐쩍 마른 아줌마 한명이 뭔지 모를 서류를 작성하고 있었다.

「저기요, 미궁에서 돌아왔는데요!」

아줌마 흘깃, 하고 나를 보더니 발밑에서 파일 하나를 집어 올렸다.

「네, 잘 돌아오셨어요. 그룹명을 말해주세요」

날카로운 목소리에, 왠지 모르게 신경질적인 인상을 받았다

「연습대 3입니다」

「네, 연습대 3이시네요. 이번이 첫 도전, 생환 축하드려요」

매뉴얼인지 뭔지, 아줌마의 말에는 진심이 담겨 있는 것 같지 않았다. 그녀의 손이 스무스하게 여러 페이지를 넘기더니, 어느 페이지에 이르러서 멈췄다. 거기에는 내 이름과 오늘 날짜 말고도 이런저런 정보가 기재되어 있었다.

「이번에는 6명이서 들어간 것 같은데, 다른 사람들은?」

「저기, 한 명 죽었습니다. 직종은 시프, 이름은 드로이입니다」

결국, 처음에 한 인사와 죽기 직전에 주고받은 짤막한 대화 말고는 아무 말도 섞지 않았던 남자였다. 그리고 그에 대한 생애 마지막 서류작업이 지금 실시되고 있었다. 아줌마는 홱홱 하고 페이지를 넘기더니 드로이의 개인 페이지를 열었다.

「시체는?」

「놔두고 왔습니다. 옮길 수가 없어서」

내 대답을, 아줌마는 종이에 적어 넣었다.

「그래 그래. 드로이 씨, 소생을 위한 예금은 없으시네. 시체 위치가 1층이라면 사체회수 비용은 금화 50닢, 이하 1층씩 내려갈수록 30닢씩 늘어납니다. 이에 더해 당연하지만 소생 비용으로도 금화 1000닢이 따로 듭니다」

내 머릿 속에서는 본 적도 없는 대금이 쌓여간다.

「저, 그런 금액 지불 못해요」

내 소지금은 주머니 속에 있는 은화 4닢이 전부로, 그것 말고는 주인에게 내야할 의무적 부담금이라는 명목의 금화 200닢의 채무 뿐이었다.

「그래, 너희가 못낸다면 그럼 아무도 안 내겠지」

아줌마는 그렇게 말하고는 드로이의 페이지를 따로 떼어내어 별도의 파일에 옮겼다.

「이건 드로이 씨처럼 미궁에서 사망이 확인되어, 그대로 방치된 사람들의 일람이야. 미궁에 버려진 사체는 대략 3일 정도가 지나면 마물에 의해 소생불가능한 상태까지 훼손되지. 게다가 어찌어찌 지상까지 사체를 끌고 오더라도 소생처치를 실시하지 않으면 10일 정도만에 파손돼. 그렇게 되면 부활이 불가능해지니, 만에 하나 소생을 생각한다면 빨리 결정해야 해」

아줌마는 파일 안쪽에서 20장 정도의 페이지를 떼어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으로」

나는 내밀어진 것 중 한 장을 손에 쥐었다.

『전사 쿠이지』라고 적혀 있었으며, 거기에는 날짜가 몇 개정도 적혀 있었다.

그 중에서도 2개월 전을 가리키는 날짜가 아마 미궁에 처음 도전한 일자였겠지. 그 후로도 몇번 정도 미궁 진입과 귀환을 반복하다가, 마지막 진입 날짜는 1개월 전인 상태 그대로, 귀환 날짜는 기록되어 있지 않았다. 그 대신『2층에서 사망・방치』라고 짤막하게 덧붙여져 있었다.

「그 사람 말이지, 이제 슬슬 한달 쯤 되었으니까, 오늘을 기준으로 정식으로 소실처리가 돼. 다른 사람들도 한 달 있었으니 소실처리고. 너도 그렇게 되지 않도록 조심하렴」

아줌마는 그렇게 말하면서 떼어낸 종이 다발을 모은 후, 쓰레기통에 넣었다.



나는 밖으로 나가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일단, 보고하고 왔습니다」

피로는 회복되어도 상처의 고통만큼은 여전히 남아 있는지, 전위 세 사람은 누워 있었지만 상처를 입지 않은 클레릭 소녀만은 일어서서 나를 마중해 주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아니에요. 그런데 말이죠, 다음은 언제할까요?」

다음 집합일을 정해야만 했다.

미궁에서 입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보통 며칠에서 몇개월 정도가 걸리지만, 클레릭의 마법으로 단번에 상처를 낫게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클레릭의 치료를 받는다는 가정 하에, 1일 1회의 회복마법으로 전위 세 사람에게 1번씩 마법을 걸어주게 되면 3일이 걸린다.

한들, 1일 1회의 회복마법만으로 완치된다고 보기에는 불안이 있는데다, 집합일 당일에는 클레릭 자신도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상태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을 고려해야만 했다.

「일주일 정도 뒤가 되려나요?」

클레릭 소녀는 머뭇머뭇하며 입을 열었다. 오늘 벌이로는 그때까지의 식비만으로도 곤란할 듯하다. 또 빚이 불어날 것을 생각하자, 나는 머리가 아파졌다.

「뭐, 그렇게 되겠지」

회복마법 덕분에 비교적 건강해진 전사가 동의했다. 그러자, 다른 전사가 손을 들었다.

「미안한데 나는 빠지겠어. 한심하지만 두번 다시 저 미궁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

그는 눈을 내리깔면서 자신의 결의를 고했다.

「그럼, 나도......」

또 한 명의 여전사가 손을 들었다. 제일 처음 거대 쥐를 처치한 전사였다.

「어이, 잠깐 기......」

탈퇴 의사를 표시한 두 명에게 덤벼들려 하던, 비교적 경상에 그친 전사를, 나는 허둥지둥 말렸다.

「괜찮아요, 탈퇴하셔도. 목숨이 걸린 일인만큼 무리하게 강요하면 안되죠」

나는 경제적으로 속박당해, 목숨을 걸고 무리를 하도록 강요당하고 있지만요, 라는 블랙조크가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랐다.

「근데 그렇게 되면 우리는......」 

「괜찮아요. 어떻게든 될 테니까요. 잠깐 이쪽으로!」

다른 세 사람 앞에서는 말하기 힘들다. 나는 전사를 붙잡고는 약간 떨어진 나무 그늘 아래로 데려갔다.

「야, 이거 놔. 뭘 어떻게 할거야? 저녀석들이 빠지면 우리는 이제 미궁에 못들어가잖아」

「반대에요. 오히려 쟤네들이 없는 편이 더 나아요」

나는 그에게 그 근거를 알기 쉽게 풀어서 역설했다.

「먼저, 저 사람들을 모험에 데려가려면 아까 말한 것처럼 일주일 동안은 아무것도 못해요. 근데, 저 사람들이 없으면? 내일이면 우린 완전 멀쩡한 상태의 3인 파티가 되죠. 그럼 내일 모래쯤이면 다시 미궁에 도전할 수 있어요!」

「쉬운 일처럼 말하지 마. 최소 3명은 전위가 없으면 너희들을 못지키잖아. 그게 아니면 뭐, 세 명이서 사이좋게 나란히 서서 마물이랑 대치할려고?」

「그건 저기, 새로운 신인을 권유하면 됩니다. 다행히 지금은 각 학과의 졸업 시즌 직후에요. 처음부터 파티에 못낀 녀석도 있고, 우리처럼 동료가 관두고 해산한 파티도 있을 거에요. 어느 쪽이건 간에 시프는 찾아야 되니 조합에는 가야 하니까, 기왕 이렇게 된거 저 3명은 아예 빠져주는 편이 저희에겐 오히려 득이죠」

그는 납득이 간 표정으로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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