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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개좆같다(迷宮クソたわけ)」

제 4화 주점


과중 채무자와 영웅 지망생과 사이비 소녀가 둘러 앉은 자리로, 커다란 접시에 놓인 조림요리가 날라져왔다.

「이봐, 일단 먹자구!」

시그는 자기 접시에 요리를 덜고는 빵을 곁들여 한번에 기세 좋게 먹기 시작했다. 스테아도 뒤늦게 요리에 손을 댄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약간 주저하면서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다. 노예 신분인 이상, 도시내의 자유시민들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는 것에 저항감이 있었던 것이다. 나는 노예상으로부터 그런 부류의 노예 예절에 대해 철저히 주입당했다. 그 때 얻어맞아 어금니도 깨져버렸다. 물이라면 아마 괜찮겠지 하고 테이블 위에 놓여진 컵을 입에 대자 그건 물이 아니라 묽은 맥주였다.

이 마을에서 순수한 물을 마시려면 물을 사온 뒤에 그걸 끓여야만 했다. 한편, 술이라면 사오자마자 그대로 마실수 있다. 운임과 연료비를 고려하면 술을 마시는 편이 좀 더 싸게 먹힌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술이라는 건 역시 일개 노예가 입에 댈만한 물건이 아닌지라, 지금까지 거의 마셔본 적이 없었다.

「일단, 동료는 나중에 가게 주인에게 소개받도록 하고...... 이상적인 건 역시 전사 두 명과 도적인가? 안정감이 다르지!」

시그는 입안 가득 요리와 맥주를 부어 삼킨 후 입을 열었다. 교과서적인 파티 편성이다. 전위에선 굴강한 전사들이 몸을 던져 적들과 치고 받는 와중에 마법사나 클레릭이 이를 원호한다. 전후처리를 위해 도적을 대동하는 것도 깜빡 잊지 않는 정석적인 편성.

이라고는 해도, 딱히 법률로 정해져 있는 건 아니었기 때문에, 마법사가 2명이어도 클레릭이 2명이라도 아니면 전사가 50명 있어도 문제는 없었다. 뭐, 미궁내 통로는 그다지 넓지 않은 편이라 4명째 이후로는 전위들이 벌이는 싸움을 뒤에서 구경만하는 보결요원이 되고 말지만.

쾅쾅쾅.

느닷없이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그곳에는 술집 주인이 판자 하나를 벽에 못박고 있었다. 수염이 많은 얼굴에, 올챙이 배를 한 거구의 중년사내였다.

「주인장, 뭐야 그게?」

시그가 묻자, 점주는 흘끗하고 시선을 던지더니 작업을 계속했다.

「수배서다. 순회중인 병사들과 크게 한판 붙었다는 놈이지. 3명이 죽었다고 하는데, 마을 전체에 수배서를 붙이라고 병사님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는 판국이다」

「어머, 무섭네요!」

스테아가 얼굴을 감쌌다.

「그래도 말야, 당신이랑 똑같은 클레릭이라고 하더군」

점주는 나열된 남자의 특징을 지적했다. 동양방주 같은 부류의 대머리 거한. 너덜너덜한 승복을 입고 있다고 적혀 있었다. 동양방주라는 것은 아득히 먼 동쪽 끝에서 가끔씩 찾아온다고 하는 일종의 수행자다. 나는 실물을 본 적이 없지만 스테아 같은 사람들과는 근본적으로 신앙이 다른 클레릭이라고 한다.

「그만해 주세요. 저는 위대한 주님께 봉사하는 몸이에요. 그런 괴상한 패거리들과 똑같은 취급을 받는 건 불쾌합니다!」

「뭐, 당신들도 모험자라면 조심하라구. 뭐래도 이 인간, 결국은 그 미궁으로 도망쳐 들어갔다고 하니깐 말야」

그런 대화를 흘려 들으며 나는 수배서를 들여다보았다. 현상금이 금화 500닢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 정도면 내 빚을 다 갚고도 거스름돈이 나온다.

하지만 경비병대는 기본적으로 모험자 출신 중에서도 달인 클래스들로 편성된다. 그것도 순찰대는 항상 6인 1조로 행동하는데, 그런 사람들과 크게 한판 벌여 일방적으로 살해해버렸다니. 우리처럼 쥐들을 상대로도 건곤일척의 사투를 벌여야만 하는 허접들 따위, 몇명이 있건 간에 아무 의미 없을 것이다. 과연. 미궁에는 괴물이 숨어들고 보물이 잠든다고 하는 말은, 그런 의미인가.

「그건 그렇고 주인장. 우리들, 결성된지 얼마 안됐는데 벌써 결원이 나와버려서 말야. 노는 모험자들 중에 괜찮은 애 없어?」

시그의 물음에, 점주는 박음질이 끝난 쇠망치를 벨트에 끼우고는 팔짱을 꼈다.

「있고 말고. 그거야 베테랑부터 신출내기까지, 전사든 마법사든 도적이든. 이 가게는 너네 같은 모험자님들 덕분에 꾸려나가고 있는 거니깐」

「그건 좋은데, 아무나 소개시켜줘. 전사 2명과 도적 1명. 될 수 있으면 강한 편이 좋아!」

점주는 어이없다는 느낌으로 한숨을 쉬었다.

「너 말야, 신인이지? 실력 있는 놈은 당연히 실력 있는 놈들과 짜는 법이라고. 너네들이랑 짜야할 이유라도 있으면 또 몰라도, 그게 아니면 잠자코 초보끼리 팀을 먹으라고. 납득한 거면 내일 저녁에라도 누군가 불러주지」

그리하여 어떻해든 인원을 보충할 전망이 선 우리들은 식사를 마친 후 해산했다. 시그는 상업지역에 위치한 자택으로, 스테아는 교단의 교회로, 그리고 나는 저택들이 늘어선 고급주택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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