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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개좆같다(迷宮クソたわけ)」
제 31화 노동자


묘한 꿈을 꿨다.

돌로 된 뱀에 몸을 구속당했다. 빠져 나오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꼼짝도 하지 않았다. 발버둥을 치고 있자니 인면묘가 다가와 내 얼굴을 내려다본다. 입에는 누구의 것인지 모를 고기를 물고 있다가 집어 삼키며 그으. 언제부터인지 주변에는 인면묘 무리가 서성거리고 있었고 노인 같은 얼굴로 나를 보면서 각자 여념없이 식사중이었다. 그으, 그으.

눈을 뜬 나는, 브론에게 눌려 있던 손을 억지로 뺀 후 자신의 얼굴을 매만졌다. 귀도 뺨도 먹히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안심한다. 느슨해진 구속에서 벗어난 나는 몸을 일으켰다. 브론은 뒤척이지도 않고 숨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 숨소리가 그으, 그으, 하고 들려서 인면묘를 연상케하는 소리랑 똑같았다.

브론의 자는 얼굴은 비쳐드는 아침 햇살을 받아 기분이 좋아 보였다. 일어나 있을 때는 전혀 감정을 읽을 수 없는 반면, 자고 있을 때는 알수 있다니 신기했다. 나는 그저 흐물흐물하게 지쳐 있었다. 피로가 전혀 풀리지 않았다, 라기 보단 잠들기 전보다도 더 피곤해져 있었다.

브론에게 죄는 없지만 오늘 밤부터는 혼자 자게 하자. 나는 개나 고양이를 키우기로 결심했다. 피로에 쩔어서「오늘은 쉰다」라고 말하던 시그의 판단이 고마웠다.



거리로 나와 노점에서 산 꼬지구이와 과일, 거기에 저택 주방에서 받은 팔다 남은 빵을 손에 안고 헛간으로 돌아오니 브론은 이미 일어나 있었다. 작은 창문으로부터 햇빛이 비춰드는 장소에 앉아 있었다. 체온을 올리고 있는 것일까?

「어서 오ㅏ」

그녀는 내가 돌아온 것을 깨닫고, 나를 향해 무표정으로 목소리를 냈다.

「나란 거 알겠어?」

브론은 인간의 얼굴을 구분할 수 없다고 주점의 점주가 말하지 않았던가?

「냄새로 알ㅇㅏ. 너희들은 냄새가 강ㅎㅐ. 어느 정도 같이 있으면 대충 기억하ㅈㅣ. 여전히 얼굴 차이는 전혀 모르겠지ㅁㅏㄴ」

그녀는 자신의 발언이 재미있었는지, ㅋㅑㅋㅑ거리면서 웃었다. 표정으로는 추측하기 어려웠지만, 어쩌면 감정의 기복이 심한 편일지도 몰랐다.

우리는 서로 마주보고 앉아 아침식사를 했다. 이렇게 마주보게 된 덕분에 알게 된 건데, 리자드맨의 손은 집게 손가락과 가운데 손가락만 손톱이 두껍고 날카롭게 발달되어 있었다. 그 손톱을 요령 좋게 움직여서 고기나 과일을 작게 자른 후 부지런히 입으로 옮기고 있다.

입을 연 순간, 그 안을 보니 어금니가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으면 소화에 어려움이 있을지도 모른다. 내 시선을 눈치챈 브론은 손에 든 육편을 가볍게 입안으로 던져 넣었다.

「ㄱㅣ가 인간이랑 똑같은 음식을 먹는게 신기한ㄱㅏ?」

「아니, 딱히 그렇지는......」

「이 도시 사람들은 그런 걸 모두 물어보더ㄹㅏ. 숙소에서는 벌레를 먹느냐고 물어보던ㄷㅔ, 벌레는 잘해봐야 애벌레 정도밖엔 안먹는ㄷㅏ」

아아, 그럼 나랑 똑같네, 라고 생각했다. 내가 살던 마을은 매우 가난하여 하루하루 먹고 사는 것조차 힘겨웠던 까닭에, 숲에서 쓰러져 썩은 나무를 발견하면 속을 파서 투구 벌레 유충을 찾아내서 먹었다. 뱀이나 도마뱀도, 그리고 브론 앞에서는 말하기 힘들지만 도마뱀도 먹었으니, 따지고 보면 내가 더 악식하는 건지도 몰랐다.

「그건 그렇고 술집 주인한테 얼마나 냈어?」

술집 주인은 모험자를 유력 파티에 소개시켜준 뒤 소개료를 받아 챙기는 경우가 있었다. 신참끼리 소개해주는 정도는 무료로 해준다. 하지만 좀 더 강한 파티에 끼고 싶어하는 모험자들은 호구로 보고 돈을 받아낸다고 한다. 물론 우리는 유력 파티가 아니지만 술집 주인 입장에서 보면 브론같은 케이스는 꽤나 귀찮은 안건임은 틀림없었다. 약간 수고를 더 들이는 대신 어느 정도 받아냈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이 되었다.

「금화로 5닢」

비싸! 조건이 좋은 파티로 은화 5닢이 적정가격이라고 들었던 데다, 안그래도 우리 파티는 시프가 없는 준 신인모험자다. 한심하지만 금화 5닢의 가치는 절대 없다고 단언할 수 있었다. 바로 얼마 전, 헤이모스를 잃고 종이 한 장 차이로 전멸을 모면한 그 모험에서조차 수입은 금화 4닢이 고작이었을 정도니.

「혹시 몰라서 물어보는데, 술집 주인이 후견인이야?」

「그렇ㄷㅏ. 후견인에 대한 사례금으로 매월 금화 1닢씩 지불하기로 약속하고 후견인이 되어 주었ㄷㅏ」

그 말을 듣고 나는 슬퍼지고 말았다. 술집 주인놈은 지 입으로 차별을 하지말라는 둥 어쩐둥 하고 말했었지만, 말만 번지르르하게 쏟아 놓고 정작 자신은 브론을 돈줄로 밖에는 보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법에도 규정되어 있지 않은 고액의 사례금을 받아내면서, 그런 주제에 잘곳이 없는 브론을 도와주려 하지도 않았다.

이 도시는, 우리들 모험자를 기회가 있을 때마다 착취하고 있었다. 바가지 상점, 치료의 대가로 거금을 강요하는 사원, 가격에 비하면 초라한 숙소, 교활한 놈의 술집, 외지인을 빚으로 옮아매서 목숨을 건 모험을 강요하는 고리대금업자와 자본가. 이에 더해 그들이 쥐어 짜낸 돈을 또 다시 횡령하는 영주와 관료들.

우리들이 얻어낸 성과에, 이 놈들은 떼지어 달려들어 푼돈으로 환산하고는 그것조차 남기지 않고 쥐어짜내려 든다. 호구 취급 받는 사람들과 욕심에 눈이 먼 놈들. 그 기준에서 비교해본다면 브론은 확실히 나에 가까운 존재였다. 안전한 곳에서는 단 한걸음도 벗어나지 않고 그저 우리를 쥐어짜대기만 하는 놈들 따위, 전부 미궁에 처박아 버려야 한다.

따위의, 어울리지도 않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애초에 사회의 구조 자체가 그렇게 생겨먹은 것이고, 우리에겐 그런 일을 실행할 능력이 없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다. 가능하다면 정말 할지도 모르겠지만, 애초에 불가능하니 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가능한 일을 먼저 생각하는 편이 건설적이다.

「일단, 이불 사러 갈까? 그런 다음 고양이라도 주우러 가자」

「ㄱㅣ는 너랑 같이 자는 거 좋은ㄷㅔ?」

브론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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