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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개좆같다(迷宮クソたわけ)」
제 32화 구성체
하얀 부정형(不定型)의 연기가 우리들 앞에 떠 있다. 가스 클라우드다.
하얀 가스가 발광(発光)하며 인간을 덮친다, 는 말만 들으면 유령인가 하고 착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가스 클라우드는 유령이 아니라 일종의 슬라임이다.
인간을 마인으로, 쥐를 신수(神獣)로 바꾼다고까지 일컬어지는 미궁에서는 아메바 같은 단세포생물이라도 마력을 머금으면 변질된다. 미궁에 적응한 아메바는 군집한 채, 마치 점균처럼 움직이기 시작하지만 단순히 민달팽이마냥 기어다니기만 하는 아메바는 슬라임이라고 불리우고 있다.
그에 반해 군체를 구성하는 생물 하나하나가 촉매가 되어, 미궁에 감도는 마력을 이용해 이동하는 타입의 아메바도 있다. 그리고 그런 타입 중 하나가 가스 클라우드이며, 이들은 멍하니 하얗게 발광하면서 미궁을 떠돌아 다닌다. 그, 연기처럼 보이는 입자 하나 하나가 실은 아메바다.
풍경으로 보면 나는 사실 가스 클라우드가 내뿜는 신비적이고 어슴프레한 빛이마음에 들었지만, 그런 감상은 역시 직접 맞부딫히지 않는 후위이기 때문에 지닐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슬라임도 가스 클라우드도 들러붙으면 소화액으로 인간의 살갗을 녹인다. 그 고통은 매우 격심해서, 이들이 대량으로 들러붙게 되면 그것만으로도 행동불능 상태에 빠진다. 그래서 신참 모험자들 중에서는 슬라임이나 가스 클라우드를 보면 특별히 더 긴장하는 자도 있었다.
다만 결국 익숙함의 문제다. 침착하게 대처한다면 위협도는 낮다.
시그는 장검을 휘둘러 다가오는 가스 클라우드를 날려버렸다. 뿔뿔히 흩어진 가스 클라우드는 마력을 유지하지 못하고 안개처럼 흩어져 없어졌다. 산산히 흩어진 아메바들은 또다시 증식이 가능하게 될 때까지 휴면상태가 되는 듯하지만, 지금 당장 우리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면 그 다음은 어찌됐든 상관없었다. 내심, 아주 조금 정도는 가스 클라우드의 부활을 기대하며 나는 보이지 않게 된 아메바들을 생각했다.
손쉽게 가스 클라우드를 처리한 우리는 휴식을 취하는 둥 마는 둥하며 미궁을 걷는다. 그러자 통로 건너편에서 횃불이 보였다. 시그는 한쪽 손을 올렸고 우리는 몸을 숨겼다. 얼마 안가 남자 4명이 보였다. 한 명은 횃불을 들고 있었고, 다른 세 명은 금속 지팡이를 들고 있었던 점이 특징적인 무리였지만, 도둑이나 노상강도로는 보이지 않았다.
「악마를 숭배하는 사교도들입니다」
스테아가 동료들에게만 들릴만한 크기로 속삭였다.
아아, 과연.
예전부터 왕국 내에서 유행과 쇠퇴를 반복해오던 악마숭배에 대해, 스테아는 몇번이고 화제에 올린 적이 있었다. 그녀는 그 때마다 자신이 소속되어 있는 교단이 어떻게 그들과 사투를 벌여 정의를 지켜왔는가에 대해 계속해서 열변을 토했다. 그 눈은 영웅담을 듣는 소년처럼 열정적이었다.
내 눈으로 봐서는 잘 모르겠지만, 스테아에게는 확신이 있는 듯 했다.
「시그 씨, 놓치지 마세요」
「에?」
시그가 허둥대며 대답했다. 지나가게 내버려둘 수 있다면, 그냥 못본 척할 속셈이었겠지.
「그럼, 죽여?」
「당연합니다!」
루가무의 질문에, 스테아가 대답한다. 리더인 시그를 보니 포기한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미궁에서 축적해온 경험 덕분에, 우리에겐 쓸데없는 망설임은 없었다. 죽인다고 정하자마자 신속하게 전투에 돌입했다. 전투는 브론의 돌격으로 시작되었다. 갑작스레 모습을 드러낸 리자드맨에게 습격당한 남자들은 순간적으로 놀란 채 굳어버렸다. 브론의 창은 달려가는 기세를 그대로 선두에 있던 남자를 꿰뚫었다.
『멈추세요』
스테아가 새롭게 쓸 수 있게 된 경직 마법을 외치자, 남자들은 동공을 연 채 그대로 석상처럼 굳어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다. 이어서 루가무와 시그가 각자의 목표물을 처치했다.
「한 명 남겨줘!」
나는 허둥지둥 모두를 제지했다.
「이 녀석들의 목적을 알고 싶어」
노상강도는 푼돈을 목적으로, 무예가는 수련을 목적으로 미궁에 들어온다고 한다. 그렇다면 사교도들이 도당을 짜고 미궁에 들어오는 목적은 무엇일까? 그것이 알고 싶었다. 어리둥절해하는 동료들과 불만스러워 보이는 스테아에게 설명을 한 후, 나는 배낭에서 로프를 꺼냈다. 경직이 풀리기 전에 구속해두고 싶었다.
「필요없어, 그런거」
루가무는 그렇게 말하며 곤봉으로 남자의 양 무릎을 으깼다.
*
「이봐, 빨리 말해」
시그가 남자에게 자백하길 권유한다. 그것은 어쩌면 그 나름의 배려였을지도 몰랐다.
루가무가 곤봉을 아래로 휘두르자 쿵, 하고 둔한 소리가 나며 남자의 허벅지가 부서졌다. 양 무릎과 양 팔꿈치는 구속 대신 으깨져 있었다. 남자는 격통에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브론이 발로 그 입을 틀어 막았다.
「이봐, 불면 빨리 편해질 수 있다구」
진정하기를 기다린 후, 시그가 물어보지만 사교도는 고개를 옆으로 흔들었다. 그 눈에는 자기 몸뚱아리 따윈 가소롭게 여길 정도로 사명감이 흘러 넘치고 있었다.
「저기, 이제 괜찮지 않아?」
루가무가 곤봉을 들어올린 채 나를 보았다. 고문 같은 건 그다지 즐거운 작업이 아니니까 슬슬 관두고 싶어진 거겠지. 게다가 이젠 부술만한 부위도 확연히 줄어들어 있었다.
「시간 낭비니까, 죽이고 빨리 다시 움직이자」
「그렇......네」
확실히 이 이상 고통을 줘봐야 효과는 없어 보였다. 이 남자를 그렇게까지 하게만든 사명감의 내막을 알고 싶었지만, 우리에게도 시간이 무한히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제 됐어」
내가 말하자 브론은 창으로 남자의 심장을 찔렀다. 남자는 경련하면서도 황홀한 눈빛을 간직한 채 절명했다.
「건방지게, 순교자 행세를 하다니? 사교도 주제에」
스테아가 내뱉듯이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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