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

반응형

「미궁 개좆같다(迷宮クソたわけ)」
제 30화 나이트 아놀


다음날, 뭐든지 시험은 해봐야 한다는 이유에서, 우리는 미궁에 들어가기로 했다. 시프가 없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브론의 입대시험 같은 것이어서 보물상자만 무시한다면, 익숙해진 지하 1층 정도야 시프 없이도 어떻게든 된다.

시그는 뭐든 간에 이유를 붙여서 불합격 판정을 내리고 싶어했겠지만, 뒤따르던 내가 본 바에 의하면, 브론은 과도할 정도로 합격점을 상회하고 있었다.

전투능력 그 자체는 시그나 루가무에 비하면 한 수나 두 수쯤 뒤떨어지긴 하지만 기술은 충분할 정도여서, 솔직히 말해 예전의 시그에 비하면 훨씬 더 안정감이 있었다.

무거운 갑옷도, 팔에 동여맨 방패도 몸의 일부인 것마냥 능숙하게 움직일 정도여서, 오크를 쓰러뜨릴 적에 선보인 찌르기는, 창 끝에서부터 꼬리 끝까지 아름답게 움직이는 예술품과도 같았다.

몇 번이고 전투를 행하고, 그 와중에 상처를 입었을 때는 스스로 자신을 치료해 보이기도 했다. 자기 포지션을 위협받은 스테아가 복잡한 표정을 지었지만 시험 결과로서는 불평할 곳이 없었다. 만약 그가 인간이었다면.

「어떻게 생각해?」

휴식을 취하던 시그가 말을 걸어 왔다.

「능력에 부족함이 없지만, 브론이 있으면 새로운 멤버는 들어오지 않겠죠」

나는 솔직한 의견을 말했다. 브론을 동료로 삼게 되면 파라고가 돌아올 때까지 시프 자리를 채우는 것은 절망적일 정도로 어려울 것이다. 그 정도로 리자드맨에 대한 도시 주민들의 혐오감은 상당했다.

그래도 브론을 이유 없이 쫓아내 버리면 술집 주인의 노여움을 사게 되어, 결과적으로 새로운 전사를 영입하는 것도 절망적으로 어려워진다. 일부러 실력자의 눈 밖에 난 파티에 들어오고 싶어하는 혼모노는 그리 많지 않겠지.

「진짜 난처하다구」

시그는 중얼거리며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미궁을 나와 짐을 대기소의 창고에 맡긴 후, 시그는「합격이다」라고 말했다. 피로가 극에 달한 채 고개를 떨구는 모습에, 나는 리더의 고뇌를 느꼈다. 결국 후위의 도적보다 전위의 전사를 우선시한 것이었다. 라는 이유로 파라고가 돌아올 때까지 우리는 도적 없이 미궁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그건 그렇고, 브론은 어디에 살고 있어?」

돌아가는 길에 벌써 리자드맨과 사이가 좋아진 루가무가 말을 걸었다. 도시까지 길을 가면서 그녀는 뭐든 간에 잡담하고 싶어했다. 저번에는 스테아와 험악하게 다툰 탓에 루가무도 입을 열지 않아 분위기가 나빴다. 그런 의미로서는 그녀가 이야기를 걸어주는 것만으로도 분위기가 밝아져서 좋았다.

「그저께까지는 모험자 조합의 견습생용 숙소에 있었ㄷㅏ. 근ㄷㅔ 졸업해버려서 거길 쫓겨 ㄴㅏㅅㅓ, 어제는 주점 뒤에 있던 오두막의 처마 끝에서 잤ㄷㅏ」

도시에 자택이 없는 경우, 보통 모험자용 싸구려 여관에 체재한다. 하지만 브론은 그 외모 탓에 숙박 자체를 거절당한 듯했다.

「흐응, 그건 좀 불쌍한데. 어떻게든 도와주고는 싶지만, 나도 싸구려 여관의 4인실에 묵고 있어서 말야」

루가무가 머리를 긁적인다.

「우리 집도 힘들어. 좁은 집에 10명이나 살고 있어. 여유는 아예 없어」

「제가 자고 있는 곳도 교회의 숙소라서, 누군가를 데려오는 건 좀......」

시그와 스테아는 고개를 흔들었다. 브론은 남아 있던 나를 바라보았다. 당연히, 나도 리자드맨을 재워줄 만한 여유는 없었다. 주인이 헛간을 빌려주고는 있지만 그건 단순히 숙박을 허가받은 것뿐이고, 제 3자를, 그것도 리자드맨을 데려온다는 행위가 용납받을 리는 없었다.

그래도 나는 기댈 곳이 없는 브론의, 감정을 읽을 수 없는 눈을 보고는 참을 수 없을 만큼 슬퍼지고 말았다.

그래서 어느 정도 혼은 날 지언정 주인이 나를 쫓아낼 가능성은 낮다는 사실을 깨닫고 말았다. 나라는 존재는 주인에겐 채권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열이 받더라도 부숴버리면 결국 자기 손해다. 때리거나 밟는다 정도의 체벌은 있을 수 있겠지만 죽임은 당하지 않는다.

반면 전위를 담당하는 브론의 컨디션이 무너져서 제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면, 위기에 처하는 것은 내 목숨이었다.

주인의 노여움은 사고 싶지 않다. 그치만 내 감정을 포함한 여러가지와 그것을 천칭에 올려 놓자, 답은 나왔다.

「내가 사는 곳에 올래?」

다른 세 사람은 깜짝 놀란 듯이 나를 쳐다 보았다.

「재워주ㅁㅕㄴ, 고맙ㅈㅣ」

예를 표하는 얼굴에서도 표정은 읽을 수 없었고, 그저 브론의 입에서 엿보이는 날카로운 이빨만이 눈에 들어오고 말았다. 후회의 쓰나미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저택에 돌아온 무렵에는 이미 밤이 되어 있었다. 나는 부엌문으로 정원에 들어왔다. 브론이 들키지 않도록 나는 부엌문에 서 있는 불침번의 주의를 끌었다. 경비원에게 인사를 하면서도 시야 끝자락에 브론이 철책을 뛰어넘는 것을 확인한다. 역시나 훌륭한 신체능력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외부인의 침입을 이처럼 간단히 허용하고 마는 이 저택의 방범능력에 약간의 불안감이 일었다.

둘이서 헛간에 들어선 후, 나는 하나 밖에 없는 침구에 몸을 뉘였다. 브론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너덜너덜한 예비용 모포를 깔고 바닥에서 자게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불 같은 건 앞으로 살그머니 반입해올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브론은 모포를 든 채 서서 이쪽을 보고 있었다.

「왜 그래?」

「계속 요구만 해서 미안한ㄷㅔ, 그 이불에 ㄱㅣ도 들어가게 해주지 않을ㄹㅐ?」

브론은 나를 내려다보면서 말했다.『ㄱㅣ』라는 건 대체 뭘까, 의미를 도통 알 수 없어서 나는 잠시 얼어붙고 말았다. 결국 그것이 브론의 이름이라는 사실을 떠올리고는, 이내 이해할 수 있었다.

「에, 같이 잔다고?」

「ㄱㅣ는 야생 도마뱀 수준까지는 아니지ㅁㅏㄴ 체온 유지를 잘 못한ㄷㅏ. 그래서 이불을 뒤집어써도 춥ㄷㅏ」

「에, 그럼 고향에서는 어떻게 했어?」

「개나 고양이를 길러서 같이 잤었ㄷㅏ. 그거 좋다. 그거랑 같이가 아니면 이불도 그다지 의미가 없ㄷㅏ」

즉, 나를 개나 고양이의 대용품으로서 원한다는 소리다.

「개나 고양이는 리자드맨의 한입거리 식사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브론은 잠시 경직되었지만 목에서 ㅋㅑ, ㅋㅑ 하고 이상한 소리를 냈다. 그게 브론의 웃음 소리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데는 약간의 시간이 더 필요했다.

「ㄱㅣ들의 턱은 야생 왕도마뱀보다 훨씬 작ㄷㅏ. 그렇게 큰 걸 입에 넣을 수 있는 녀석이 있으면 ㄱㅣ도 좀 보고 싶ㄷㅏ」

확실히, 입 크기만 보면 인간보다는 훨씬 크기는 하지만 그래도 잘해봐야 두배 정도다. 그러니 개나 고양이 같은 사이즈가 들어갈 수 있을 리 만무했다.

「게다가 ㄱㅣ들의 턱은 인간에 비하면 엄청 약ㅎㅐ. 손으로 찢어놓지 않으면 고기도 과일도 씹지 못한ㄷㅏ」

ㅋㅑㅋㅑ 거리는 건 내 발언이 과녁을 지나치게 빗나가서 웃기게 들렸기 때문이었겠지.

「그렇구나. 왠지 이미지랑은 완전 다르네. 브론은 왜 미궁에 들어오게 됐어?」

「ㄱㅣ는 전장에서 적을 잔뜩 죽였ㄷㅏ. 그것을 인정받아 족장의 친위대가 되었ㄷㅏ. ㄱㅣ는 족장의 딸의 마음에 들어서 친위대장이 되라는 말을 들었ㄷㅏ. ㄱㅣ는 그녀가 소중하다. 더 강해져서 친위대장이 된ㄷㅏ. 누구도 그녀를 못 죽이게 할거ㄷㅏ」

「헤에, 남자다운데」

내 발언에, 브론은 또 웃었다. 한바탕 웃어넘긴 후, 브론은 내 이불 안으로 들어왔다.

팔을 내 목에 휘감고 다리도 내 몸에 둘러왔다. 꼬리도 내 다리에 감고 목은 내 얼굴에 밀착한다. 땀을 흘리지 않아서인지 거의 냄새는 없었지만 피부가 거칠거칠해서 엄청 자기 힘들다. 단, 서늘한 체온만큼은 기분이 좋았다. 포기하고 나도 자려고 한 그 때, 브론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일단, 말해둘ㄲㅔ. ㄱㅣ는 여자」

브론은 그대로 잠들었고 나는 동요한 채, 처음으로 가족 이외의 이성과 함께 잠을 자게 되었다.

반응형
▲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