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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개좆같다(迷宮クソたわけ)」
제 40화 지상의 노라


노라는 칼을 되돌릴 때, 손목의 반발력을 의식해 보았다.

음, 좋아.

내리칠 때, 배부터 머리까지 뻗은 한 줄기 척수를 의식하며 움직인다.

나쁘지 않아.

목을 날리는 순간, 가죽 한장만 남도록 노린다.

칼은 겨냥한 대로 목을 잘랐지만, 남긴 부분이 너무 적어서 결국,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과거, 고향에서 배워 익힌 수많은 기술들이 상당히 녹슬어 버렸다는 사실을 실감하며, 노라는 날아온 화살을 피했다. 적과 아군이 뒤섞여 무수히 꿈틀대는 전장에서 불규칙적으로 뿌려지는 화살비라면 또 모를까, 쏘는 쪽이 소수인 이상, 자신에게 향해지는 화살을 빗나가게 하는 것쯤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절규하며 달려드는 검사가 아래로 내리친 장검을 피하면서, 칼자루로 상대의 안면을 후려갈긴다. 쓰러진 검사의 발을 밟으니, 그는 낙법도 취하지 못하고 후두부부터 쓰러져, 졸도한 채 움직임을 멈췄다.

생각해보면 고향을 나선 이후, 처음 하는 연습이 아닌가.

노라는 그런 것을 생각하면서 계속해서 밀려드는 사교도와 그 경호원들을 베어나가고 있었다. 큰 기술부터 작은 기술, 기본 동작에서부터 오의(奥義)에 이르기까지, 얼마든지 시험해 볼 수 있다는 점이 기뻤다.

농민 복장의 남자가 붙잡으려 달려드는 것을, 어렵지 않게 잘라버리고, 그 배후에서 튀어나오는 암살자의 목을 날려버린다. 가까이에 있는 사체에서 손목을 잘라낸 후, 검지 손가락을 잡고 때려박듯이 던졌다.

회전하면서 슈루루루루, 하며 누군가의 왼손이 공기를 찢으며 날아가던 그 순간, 노라를 겨냥하던 궁사의 화살이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발사되어 옆에 서 있던 여자의 얼굴을 꿰뚫었다.

크크크......

조금 시간이 지나자, 노라는 자기가 웃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아마, 고향에서의 참극을 마주한 이래, 처음있는 일이었다. 인간을 베는 것으로 피에 취해 있었던 건지, 뱃속에 품고 있던 수라가 즐거워하고 있는 건지. 그것도 아니면 사냥감이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에 정신이 흥분한 건지. 이유는 분명 그 전부 다였다.

철갑을 입은 전사가 눈앞으로 달려왔다. 손으로는 철제 창을 겨누고 노라를 노려보고 있다. 갑옷은 확실히 몸을 방어하지만 움직임을 제한하기도 한다.

파고 들어온 창의 돌진을, 도신으로 빗겨내면서 그대로 거리를 좁힌다. 전사가 순간적으로 한손으로 얼굴을 막은 순간, 노라의 발차기가 그의 무릎을, 있을 수 없는 방향으로 꺾었다.

『화염구(火炎球)!』

여자의 목소리와 함께 방출된 화구를 보고 노라는 혀를 찼다. 이 도시에 온 후, 두번 정도 볼 기회가 있었던, 이 마법이라는 것은 성가셨다. 좌우간 피하기가 힘들다. 화살보다 속도가 느리긴 하지만 표적을 추적한다. 최근에는 마법사와의 싸움을 상정해 몇가지 정도 대책을 강구해 놓았다. 그 중 하나가, 도망치는 것이었다.

「에?」

마법을 영창한 여자가 당황한다. 노라는 한번에 50보 정도 뒤로 물러났 것이다. 한순간에 표적을 잃어버린 화구는 지리멸렬하게 맴돌다 결국 소멸했다. 그것을 분명하게 확인한 후, 노라는 다시 앞으로 나아가 질주하듯 여자를 베어넘겼다.

「동향인으로 생각되오만」

노라를 멀리서 포위하는 사교도들의 무리를 헤치며, 한 명의 남자가 걸어 나왔다. 높게 묶은 흑발, 키모노에 하카마, 허리에는 크고 작은 두 칼을 차고 있었다. 틀림없이 노라처럼 섬나라 출신으로 보였지만 노라는 너덜너덜한 셔츠와 바지를 입고 있어서, 행색만 놓고 보면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입을 열지 않아도 안다는 식으로 남자는 그대로 가까이에 다가왔다.

「힘든 여행길 도중, 이 자들에게 하룻밤 신세를 져서 말이오. 미안하네만 지나가게 해줄 순 없겠소?」

남자는 조국의 언어로 말을 건네왔지만, 노라의 흥미없다는 표정을 보고는 곧바로 포기했다. 칼을 빼어들고 상단 자세를 취한다.

「간다!」

찢는 듯한 기합과 함께 내리쳐진 칼날을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하고, 역습으로 전환할 속셈이었지만, 예정이 뒤틀렸다.

남자의 참격은 예상보다 더 날카로웠고, 그리고 길었다. 노라는 순간적으로 칼날을 튕겨내면서 거리를 벌린다. 그러나 남자는 그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찌르기를 퍼부어 왔다. 비전의 보법을 써서 간발의 차로 피한 노라는 돌아 들어가 칼날을 치켜들었다.

노리는 것은 찌를 때 크게 앞으로 디딛게 되는 오른발. 인체구조상 이 발은 움직일 수 없고 노라의 칼은 동맥을 절단할 터였다. 하지만 찰나의 순간, 남자는 뻗은 칼을 억지로 되돌려 엄습해오는 칼날을 튕겨냈다. 남자는 노라와 역방향으로 굴러 거리를 벌리면서 일어섰다.

「흠, 칼 차이로 내 승리인가?」

진흙투성이가 되어 일어난 남자의 손에는 멀쩡한 칼이 쥐어져 있었지만, 노라가 쥐고 있는 칼은 방금 전의 공방으로 꺾여, 절반 이하의 길이가 되어버렸다. 노라는 꺾인 칼을 보더니, 이내 그것을 흥미없다는 듯이 던져버렸다.

「각오는 되었는가? 단숨에 죽여 주마」

그렇게 말하며 남자는 팔상세(八相の構え)를 취한다. 무기를 버리고, 자세를 취하지도 않은 채 그대로 서 있는 노라를 보고 포기했다고 생각하는 것도 어쩔 수 없겠지. 남자는 몰랐던 것이다. 노라가 지닌 무도(無刀)의 오의를.

「후잇!」

남자가 내리친 칼날은, 다음 순간에는 노라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한박자 늦게, 남자의 목은 땅바닥을 굴렀다. 그 안면에는 승리를 확신한 미소가 들러붙어 있었다. 노라는 새롭게 손에 넣은 칼을 몇 번 휘둘러 보았다. 꽤나 좋은 칼이었다.

이 다음은 시참(試斬)이다.

다행히, 베는 맛을 시험해볼 상대는 넘치도록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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