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

반응형

「미궁 개좆같다(迷宮クソたわけ)」

제 41화 지하의 강아지

살아남은 거대 개구리와 거대 쥐들은 각자 사냥한 신선한 고기를 먹는데 정신이 팔려, 우리가 옆을 지나가도 습격해오지 않았다. 미궁의 마물들은 종족이 달라도 서로의 이익을 위해 공투(共闘)하는 경우가 있었다. 사교도 입장에서 보면 마물 떼거지나 우리들이나 힘을 합쳐 자신들에게 해악을 끼친다는 의미에선 똑같았다.

그런 걸 생각하면서 걷고 있다가 먹히고 있는 사교도들의 시체를 보고 말았다.

검사들은 전원 청년 남성이었지만 사교도 클레릭들은 장년의 노인부터 나보다 어린 소녀까지, 연령도 성별도 각양각색이었다.

조금 전진하자, 들개 4마리가 습격해왔다. 바위 그늘에서 갑자기 튀어나와서 우리가 기습을 허용한 형태로 전투가 시작되었다. 뛰쳐나온 들개의 공격에 시그와 기는 재치있게 대처했지만, 루가무에게는 두 마리가 동시에 달려드는 바람에 그녀는 한 마리의 공격을 피해내지 못했다. 왼팔 아래를 물고 늘어진 들개는 그 팔을 힘으로 물어뜯었다. 기분 나쁜 소리가 울려퍼졌다.

「씨발!」

난폭하게 팔을 흔들어대며 들개를 쫓아낸 루가무는 곤봉을 잡고 반격에 나섰다. 가까이에 있던 한 마리를 후려갈겼지만, 약하다. 진땀을 흘리면서 격통을 참고 있기 때문에 위력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거겠지. 시그와 기도 각자 한 마리씩 상대하고 있었지만, 놈들 역시 미궁에 상당히 적응했던 탓인지 쉽게 쓰러뜨릴 수가 없었다.

「스테아, 회복마법을 루가무에게!」

나는 자신의 마력을 짜내면서 지시했다.

『상처를 낫게하라!』

이미 준비하고 있었던 모양인지 스테아가 외친 회복주문은, 그러나 효력이 약했고 루가무의 상처는 아주 약간 나아진 정도에 그쳤다.

『화염구(火炎球)!』

내가 발한 불의 구슬은 루가무에게 얻어맞은 들개를 불태웠지만, 이쪽도 동체에 착탄한 탓인지 효과가 약해 즉사는 시키지 못했다. 어깨부터 엉덩이까지 불타버렸음에도 불구하고 들개는 왕성한 투지를 보였고, 루가무의 추가타를 얻어 맞고나서야 간신히 쓰러졌다.

그 때 겨우 자신의 상대를 쓰러뜨린 시그가 가세해 준 덕분에 루가무는 겨우 방어에 전념할 수 있게 되었다. 결국 그 다음에도 상당히 고전하긴 했지만, 어떻게든 4마리의 들개를 물리치는 데는 성공했다.

「아파라아앗!」

전투가 종료되어 긴장이 풀린 탓인지, 루가무는 격통에 얼굴을 찌푸렸다. 신음하며 팔목 보호대를 떼어냈다. 팔은 엉뚱한 방향으로 꺾여 있었고 명백히 뼈가 부러져 있었다. 진땀이 눈물과 섞여 폭포같은 기세로 얼굴 위에 흘렀다.

출혈은 없지만 팔은 피투성이였다. 회복마법의 어중간한 효력은, 피부를 뚫고 튀어나온 뼈를 원위치로 되돌리는 선에서 그쳤기 때문이었다.

『신이시여, 이 자의 상처를 낫게 해주소서!』

스테아가 또 한번 외친 회복마법에 의해 부서진 팔이 원상복구되어 간다. 치료가 끝나고, 루가무는 손의 움직임을 확인하더니 거친 숨을 내쉬며 지면에 쓰러졌다. 아무리 체력이 좋은 그녀라도 이번만큼은 여유가 없는 거겠지. 대자로 뻗은 상태에서 신음하고 있다.

시그도 스테아도, 가르다도 흐린 얼굴로 루가무를 보고 있었다. 아마 모두가 똑같은 생각을 떠올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입에 담아버리면 우리는 두번 다시 재기하지 못한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입꾹처닫하고 현실도피를 계속해봐야 사태는 호전되지 않는다.

지하 3층은 우리 실력으론 감당이 안된다.

그 사실이 우리들의 입을 다물게 했다. 지금까지는 나름 진행이 수월했기에 괜찮은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었지만 이번 전투로 우리는 냉정한 현실에 직면하고야 말았다. 특히 스테아는 이러쿵 저러쿵해도 강자라고 인식하고 있던 루가무가 중상을 입고 녹초가 되어 있는걸 보곤, 심하게 동요했다.

이건 안좋다.

되돌아 가야할 것인가, 나아갈 것인가. 나아간다고 하면, 이 무거운 분위기부터 밝게 바꿔야만 할테고, 되돌아간다고 하면, 이 비관적인 상황을 이용해 다른 멤버들을 구워 삶아야만 했다.

생각은 정리되지 않았지만 어쨌든 해야할 일이 있다.

나는 누워있는 루가무에게 말을 걸기 위해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자, 팔이 뻗어나와 나는 강제로 루가무의 품속에 안겨버렸다. 얼굴이 가슴에 파묻혀 숨을 쉴 수가 없다. 버둥버둥 발버둥을 쳐보지만, 완력차는 압도적이라 어쩔 도리가 없었다. 슬슬 한계에 가까워진 무렵, 그제서야 겨우 나를 구속하던 힘이 느슨해졌다.

「나, 죽는 줄 알았어!」

가슴에 파묻는 걸 그만뒀을 뿐이지, 그래도 나를 포옹하고 놓아주지 않는 루가무는 눈물을 머금으며 말했다.

「팔이 부서진 것뿐이었어」

솔직히, 우는 소리를 하는 루가무를 보는 것은 처음이어서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잘 모르겠다.

「팔이 부서진 것만으로 제대로 못 움직이게 됐어. 조금만 더 실수했으면 죽었어도 이상할 게 없었어!」

「잠, 일단 놓아 주지 않을래?」

「뭐야? 기를 끌어안고 잔다는 사람이, 나는 왜 안돼냐구?」

말문이 막힌다. 맞는 말은 아니지만 틀린 말도 이니다.

「좀 봐줘, 기는......」

「농담이야. 네가 바람을 핀다거나 그런 말을 할 생각은 없어」

그거야 그렇겠지. 나도 리자드맨을 상대로 욕정을 품는 변태는 아니다.

「지금, 조금 죽는 걸 생각버려서 말야. 그래서 일단 말해두고 싶은데, 만약 내가 죽으면 말야......스테아에게 손을 대도 괜찮아. 화 안낼 거니까」

루가무의 말에, 스테아는 한층 더 동요한 채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반응형
▲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