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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개좆같다(迷宮クソたわけ)」
제 43화 실책
전에 지하 3층에 추락했을 때도 돌아가던 길에 지하 4층을 향한 계단을 발견했었다. 그때는 물론 내려갈 기분 따위 추호도 없었지만,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도 않은 이번에는 어떻게든 내려가야만 했다. 그리고 그걸 위해서는 계단 앞에 포진한 10명이 눈엣가시였다.
멀리 떨어진 바위 그늘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대충 검사 경호원이 5명, 추가로 사교도 5명이 있는 것 같았다. 윗층보다도 삼엄한 이유는 통행자를 가로막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저곳이 허술하다면 경비 시스템 자체가 유지되지 못하기 때문이겠지.
들개와 싸운 이후로도 우리는 몇번이나 마물들과 조우했지만, 이놈도 저놈도 인간의 육편을 입에 물고 만족하고 있어서 이쪽에는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지하 3층의 마물은 지하 2층의 마물에 비해 압도적으로 강했다. 그리고 그 사실이 사교도들에게도 평등하게 적용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젠 대체 뭘 위해 미궁에 들어왔는지 묻는 것조차 슬퍼질 지경이었다. 온몸을 바쳐 미궁의 마물들을 허기로부터 구원하기 위해? 그야말로 끔찍한 블랙 조크다.
그건 그렇고, 우리가 당면한 문제는 이곳을 어떻게 돌파하느냐다. 적어도 이곳에는 제대로 된 전력이 주둔하고 있었다.
아무리 내적으로 곪아있더라도 우리를 조용히 통과시켜 주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저 인원수를 상대로 싸워봐야 이쪽이 질 확률이 더 높았기에 정면 대결만은 피하고 싶다. 그렇다고 해도 아까랑 똑같은 수법을 쓰기에는 적이 너무 많았다. 아주 훌륭하게 허를 찌른다고 해도, 그 선두에 서 있을 나는 확실히 제일 먼저 살해당한다.
「상황을 볼 수 밖엔 없겠지」
그렇게 말하며 가르다는 지면에 주저앉아 장기전에 대비했다. 운 좋게도, 이 일대의 마물들은 배가 빵빵하게 불러 있었으므로 지금 당장 우리를 습격해올 일은 없었다. 단지, 그렇게는 말해도 마물들도 얼마안가 다시 허기를 느낄 것이다.
경비대 쪽으로 마물들이 향해주면 대박이겠지만, 반대로 이쪽이 먼저 마물들에게 습격당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배후가 그대로 사교도들에게 노출되는 꼴이 된다. 즉, 기다리는 것에도 한계가 있었다. 나는 뒤쪽을 경계하면서 시그나 가르다의 판단을 기다렸다. 하지만 변화는 의외의 방향에서 일어났다.
계단을 수비하던 경비대 쪽이 어째선지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아무리 사교도들이라고 해도 이런 상황에서 치정싸움을 벌일만큼 미치지는 않았겠지. 그렇다면 저건 내분이란 소리다.
사교도들은 뭔가를 다투고 있었다. 결국 큰소리가 오고 가다가 이내 살인극으로 변했다. 사명감으로 모인 무리들에, 돈으로 고용된 무리들이 합세한 판국이었는데, 그 상황에서 긴장상태에 돌입한 거니 그런 결말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이야기였다. 지금은 없는 헤이모스와 시그가 서로를 노려보던 장면이 떠올랐다. 그럴 때는 누군가가 긴장을 완화시켜 줘야만 한다. 그렇게 안하면 모두가 죽는다.
어떻게 갈라선 것인지 검사들와 사교도들 간의 난전은, 최종적으로 3명의 검사와 1명의 사교도를 남긴 채 종식되었다. 살아남은 녀석들도 부상을 입고 있었던 모양으로 살아남은 사교도 한명이 회복마법을 영창하고 있었다.
「간다!」
갑자기, 시그가 짧게 외치더니 뛰쳐나갔다. 이어서 루가무와 기가 뛰쳐나갔지만, 가르다는 혀를 찼다.
우리가 숨어 있었던 장소에서 계단까지는 그런대로 거리가 있었다. 시그를 포함한 동료들이 달려가자, 그것을 눈치챈 사교도들은 요격 대형을 취했다. 그리고 그것을 정면으로 들이받는다. 이건 시그의 판단미스였다. 돌격할거면 적어도 난투 종료 직후에 했어야 했는데, 적은 이미 회복까지 끝낸 상태였다.
아니나 다를까, 적과 아군의 전사들은 정면에서 맹렬히 접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기습으로 일방적으로 결착을 짓는게 아니라면 이쪽도 상당한 피해를 입고 만다. 그것만큼은 피해야만 했다.
「선배, 가자구!」
가르다에게 재촉당해 나도 튀어나갔다. 입으로 마법을 영창하면서 가까이 가니, 직전에 가르다에게 머리카락을 붙잡혀 몸을 구속당했다.
「어이, 저항하면 이 새끼 죽인다!」
그 때, 내 목덜미에 나이프가 겨누어져 있는 것을 깨달았다. 과연.
「살려 주세요!」
나는 최대한 한심하고, 동정심을 불러일으킬만한 목소리로 외쳤다. 우리들에겐 운이 좋게도 그리고 그들에겐 불운하게도, 사교도 측은 정말로 저항을 그만두었다. 나를 본 검사들은 검을 버리고 양손을 머리 위로 올렸다. 그 뒤에서 회복주문을 외우고 있던 사교도도 얼굴을 돌리고 있었다.
「부탁이다. 그만하게」
검사 한 명이 애원한다. 뭐랄까, 좆같다. 시그는 방심하지 않고 검을 겨누면서 세 사람의 검을 멀리 차버렸다.
「다른 놈들 부르기라도 하면 귀찮다. 그쪽 클레릭 아저씨 빼고 다 죽여」
가르다가 말했다. 그 손에 쥐여진 나이프는 여전히 내 목에 들러붙은 상태였다.
「닥쳐」
시그가 강하게, 억눌린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뭔? 쨌든, 무기 없인 지상에는 못 돌아가. 한방에 죽여주는게 오히려 자비롭다고?」
「닥치라고 말했다」
시그의 눈에는 명확한 분노의 감정이 떠올라 있었다. 가르다도 그걸 보고는 포기한 것인지, 내 목에서 나이프를 뗐다.
「알았다구. 야, 빨랑 꺼지라고 사교도 새끼들아. 일단 무사히 지상까지 갈 수 있게 빌어는 줄게. 근데 말해두지만, 뒤에서 쫓아왔다간 거기 있는 애새끼 죽일거니까!」
「알았다. 아이에겐 부디 난폭한 행동을 하지 말아주게」
사교도들은 그렇게 말하며, 옆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달려나갔다.
「미안했어, 선배」
그들이 완전히 떠나간 후 내게 사과하는 가르다를 보며, 나는 적이라는 광기의 사교단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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