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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개좆같다(迷宮クソたわけ)」
제 42화 진퇴문제
「......그런 소리 하지마. 죽는다니, 그런 말 하지 말라구」
나는 어떻게든 말을 쥐어짜냈다. 강인함을 상징하는 듯하던 루가무가, 이번만큼은 왠지 모르게 덧없어 보였다. 그대로 사라져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녀를 있는 힘껏 끌어안았다.
「죽을 생각은 없지만, 만약을 위해 하는 말이야. 내가 죽어도 안된다고 말하면 당신은 신경 쓸거잖아. 날 좋아하는 것도 아닌 주제에」
그렇게 말하는 그 눈은 나를 내려다보며 노려본다. 그런 거 아니라구......그렇게 말하려던 내 입을 루가무의 손이 가로막는다.
「나도 말야, 알고 있었다구. 그 때, 모두 함께 살아 돌아가려고 당신이 그런 말을 했단 것쯤은. 그래도 말야, 정말 기뻤어. 그러니까 나는 당신이랑 결혼해. 이 약속은 뒤집지 않을 거야, 절대로. 그래도, 내가 죽으면 용서해줄 테니까 잊어버려도 괜찮아」
나는, 얼굴에 붙어 있었던 루가무의 손을 떼어냈다.
「확실히, 그때 너에게 청혼한 건 분위기 때문이었지만, 그래도 니가 좋다는 건 정말이야!」
나는 강한 어조로 말했다. 그다지, 타인에게 호의를 표한 적이 없었기에 부끄러웠다. 얼굴이 화끈거려 왔다. 새삼스레 말로 해보니, 보다 강하게 느껴진다. 나는 루가무가 좋다. 나랑 정반대인 그녀가, 분명 지금까진 만난 사람들 중에 제일 좋다.
반격하듯 그녀를 노려보자, 그 눈은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소녀의 눈을 하고 있었다.
「정말?」
「정말이야」
불안한 듯한 물음에, 딱 잘라 대답한다.
「그럼, 결혼은?」
「나랑 니가 빚을 다 갚으면 바로 결혼하자」
말한 순간, 나는 밀어젖혀져서 데굴데굴 굴렀다. 아프다. 왜지? 라고 불평하려고 쳐다보니, 루가무는 벌떡 일어나 스테아를 향해 손가락질하고 있었다.
「이봐, 봤느냐 스테아! 내 남편은 이미 나한테 헤롱헤롱이라고! 유감스럽겠네! 알았다면 손 대지마라!」
「뭐......치사해요! 지금같은 이야기를 하면 그렇게 대답하는게 당연하잖아요!? 그 사람, 상냥하니까!」
스테아의 항의에도 시치미를 뚝 뗀 채, 루가무는 일어나서 옷을 툭툭 털었다. 그리고 나에게 손을 내민다. 그 눈가에는 눈물이 머금어져 있었다.
나는 이 사람의 약한 부분도 포함해 전부 다 좋아한다고, 강하게 생각했다.
*
「그럼, 이제 슬슬 움직여서 돈벌이 하자구!」
루가무가 모두에게 전진할 것을 재촉했다.
「잠깐 기다려. 나아갈지 돌아갈지는 제대로 정해두자고」
시그는 어디까지나 냉정하게 리더로서의 직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확실히, 기세를 타고 전진해도 전멸해버리면 아무 의미가 없다. 그에 반해 철수해버리면 앞으로 입장이 난처해질 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목숨은 부지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까지 와서 철수한다? 말도 안돼!」
가르다가 견제해온다. 그는 역시, 임무를 달성하고 싶은 거겠지.
「이건 시가플 대의 내부 문제다. 부외자는 입닫고 있어줘」
그에 반해 시그의 어조는 토를 달 여지를 주지 않았다. 가르다는 민망해보이는 느낌으로 어딘가에 걸터 앉았다. 말재주가 좋은 사람을 상대할 때는 처음부터 말할 기회를 주지 않는게 중요하다고, 미궁에 들어온 후 나는 시그에게 귓속말을 해주었다. 그리고 그는 그것을 이제 실행하고 있는 것이다.
「ㄱㅣ는 다른 사람들 의견에 따를ㄱㅔ」
「저도 여러분들께 맡기겠습니다」
「나는 전진이다. 현재, 파티 상태도 나쁘지 않아. 포기하기에는 금화 500닢은 너무 많잖아?」
ㄱㅣ와 스테아는 기권, 루가무는 전진.
「너는?」
시그가 나를 본다. 루가무도, 기도, 스테아도 가르다까지 나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가, 내 선택에 달린 건가.
전진만이 한표를 얻은 지금, 내가 철수를 지지해버리면 시그도 철수로 결정하겠지. 한편, 전진을 지지하면 시그는 내심 품고 있던 철수론을 입밖에 내지 않고 전진으로 결정할 것이다.
그리 길지 않은 교제였지만 시그의 행동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내심으론 철수하고 싶어도 그걸 입밖에는 내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다수결로 행동을 결정했다는 변명거리가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어느 쪽이 정답일까?
「한가지 확인해 주셨으면 하는게 있습니다. 가르다 씨, 전진한다고 하면 앞으로의 목표는 뭐죠?」
우리들의 임무는, 미궁의 해방이었다.
당초의 계획으로서는 지하 5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해방하고 다른 모험자들을 구출하던가, 사교도들의 수뇌부를 암살하여 조직을 와해시키던가. 어느 쪽을 선택하건 간에 정보가 너무 적었기에, 임기응변으로 목표를 결정한다는 것이 미궁 입장 전에 정한 스탠스였다.
그러나 지금은 정보도 어느 정도 모인데다 지하 3층까지 진출해 있었다. 슬슬 목표를 정할 때다.
「적이 밀집된 곳에 가서 선동한다. 저놈들 멘탈적으로 상당히 몰려 있으니까, 재수 좋으면 손에 물 한방울 안 묻히고 설거지 쌉가능일 거 같은데?」
「멍청한 소리마라. 포위당하면 끝이라고!」
시그는 당황하며 반대한다.
「그렇지도 않아. 실제로 런하려다가 살해당한 사체를 봤잖? 저런건 당연히 일부고 전체적으로는 훨씬 잔뜩 있어. 안 그럼 본보기 같은 건 필요도 없으니까. 저쪽편 윗대가리들도 어찌어찌 틀어막으려고 개고생 중일껄?」
그건 분명 그럴지도 몰랐다. 애초에 이 가르다라는 남자는 말재주만으로 우리를 구워 삶아, 목숨을 건 미궁행으로 내몰았던 작자였다.
「그럼, 시그에게도 질문. 혹시라도 철수한다면 술집 주인에게 미움받게 되거나, 그 밖에도 이런저런 불이익이 있을 거 같아 보이는데, 이에 대한 대처방안은 있어?」
이건 목숨만큼 가치가 있는 건 아니지만, 앞으로의 생활에 있어서는 중요한 부분이었다. 특히, 기와 루가무는 여러모로 난처해질 것이다.
「......그 때는 어떻게든 한다」
그 말에 거짓은 없을 테지만 일개 시민이 어떻게든 할 수 있는 범위에는 한계가 있다. 나는, 어떻게 말해야 시그의 체면에 흠집을 내지 않고 사태를 원만하게 수습할 수 있을 지를 생각하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나는 루가무의 의견을 따를게」
여자탓을 하며, 우리는 미궁의 더욱 깊은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 결과 죽게 되더라도 '죽을 때까지 함께한다' 라는 점에서 로맨틱했고, 좋을지도 모른다. 죽을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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