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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개좆같다(迷宮クソたわけ)」
제 44화 와ー! 베어
만에 하나라도, 눈감아준 사교도들이 동료를 불러 되돌아오면 모든 게 끝장이었기에 우리는 급히 지하 4층으로 향하는 층계를 내려왔다.
처음 내려오는 계단이었다. 아니, 그런 걸로 따지면 지하 3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역시 내려가는 것은 처음이었다. 지하 2층 정도에서 어슬렁거리며 미궁적응을 진행해야 했을 우리들은, 기어코 어울리지도 않는 지하 4층에 도달해버리고 말았다.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계단에서 벗어난다. 기본적으로 사교도들은 계단 위만을 지키고 있기 때문에 아래 쪽에는 아무도 배치되어 있지 않았다.
일손부족 때문일까? 내분하는 것도 보았고, 마물들에게 잡아먹히는 것도 보았다. 우리들도 몇명인가 죽였다. 전체적으로 얼마나 많은 인원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노라가 입구를 완전히 틀어막고 있는 동안에는 조직적인 행동은 취할 수가 없겠지.
그렇다곤 해도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지하 5층 아래에서 우왕좌왕하고 있을 모험자들이 귀환하지 못한다면 결국 우리 임무는 실패다.
지하 4층이라고는 해도 분위기는 윗층이랑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혹시 다를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그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확실히 지하 3층보다는 강력한 마물이 서식하고 있었다. 위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한 들개 떼조차 지하 4층의 생존경쟁에는 끼여들지 못하는 수준이다.
가능한한 전투를 피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전멸하고 만다, 같은 생각을 품고는 있었지만 곧바로 마물들과 조우했다. 시그와 비슷한 체격의 거대한 짐승이 4마리, 하나같이 깊은 상처를 입고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그 뒤에는 뭔가 깡총깡총거리는 작은 놈이......
「곰이랑 참수 토끼에요!」
판정에 성공한 스테아가 말했다.
참수 토끼. 높게 튀어오른 헤이모스의 머리가 뇌리를 스쳤고, 진땀이 솟아올랐다. 피할 수 있는 전투라면 피하고 싶지만, 마물들은 만신창이였고 전신은 적의로 가득 차 있었다. 마물들이 무수한 자상(刺傷)을 입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무래도 사교도 경호원들과 한바탕한 후 쫓겨난 걸로 보였다.
아무리 사교도 입장에선 마물 떼거지나 우리들이나 똑같아 보일지라도, 그 논리가 지금 눈앞에 있는 마물들에게 통할 리가 없었다. 그저 자신들에게 상처를 입힌 자와 같은 종의 생물이라는 것밖에는 판단하지 못하겠지. 그리하여 적이든 아군이든 정면에서 맞부딪히며, 전투가 시작되었다.
『잠들어라!』
전투 개시를 선언하듯, 내 마법은 후방에 있던 참수 토끼 7마리를 모두 잠재웠다. 4마리의 곰은 모두 중상을 입고 있었기에 위험한 것은 다수의 토끼라고 생각했지만, 이 판단은 실수였을 지도 모른다.
쾅, 하고 무거운 소리를 남기며 기가 획 날아갔다. 곰의 공격을 받은 왼쪽 팔이 어깨 째로 으깨져 있었다. 난생 처음 직면한 압도적인 힘. 기는 곧바로 자신에게 회복마법을 사용했지만 완치되기에는 한참 멀었다.
『나아라!』
스테아의 마법에 의해, 팔이 복원된 기는 그제서야 전열에 복귀했다. 결국, 첫 한방의 무거움에는 놀랐지만 곰들은 이미 빈사에 가까웠기에 얼마안가 하나 둘씩 쓰러졌다. 그때까지도 잠들어 있던 참수 토끼를 한마리씩 처치하는 것으로, 지하 4층에서의 첫 전투가 종료되었다.
*
전투종료 후의 휴식시간, 피투성이가 된 전사들은 주저 앉아 어깨를 들썩이며 호흡을 고르고 있었다. 루가무조차 녹초가 되어버릴 만큼 이번 전투로 인한 소모는 상당했다.
「기, 괜찮아?」
앉아서 거친 숨을 몰아쉬는 기에게 나는 다가갔다. 기는 여전히 무표정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지만, 전체적인 분위기에 녹아있는 피곤한 기색은 충분히 전해져왔다. 기는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인지, 잠시 입을 뻐끔뻐끔거리다가 가볍게 기침을 했다.
「여기저기 아프지만 움직일 순 있ㄷㅏ. 팔도 움직인ㄷㅏ」
왼손을 쥐었다 폈다하면서 움직여보이기는 했지만, 그녀의 왼팔이 티를 내지 않고 가슴에 얹어져 있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혹시, 가슴이 아파?」
다시 한번 입을 뻐끔뻐끔 움직이는 기. 이건 목소리가 안 나오는게 아니라, 뭐라고 대답해야할지 망설이고 있는 거겠지.
「아프면 회복마법을 한번 더 쓰자고」
그렇게 말한 나에게, 기는 고개를 흔들며 대답했다.
「ㄱㅣ는 이제 마법이 떨어졌ㄷㅏ」
그래서 사양하고 있다, 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상처를 방치할 수는 없다.
「그럼 스테아에게 부탁하자」
가까이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스테아가 수긍한다.
「ㄱㅣ는 아직 움직일 수 있ㄷㅏ.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모르니, 회복마법은 온존해 두는 게 낫지 않는ㄱㅏ?」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전위진이 만전이 아니라는 리스크를 천칭 위에 올리면, 결국 이건 그때 그때의 상황에 달린 문제였다.
「스테아, 회복마법을 부탁해」
스테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기에게 마법을 걸었다.
「괜찮은ㄱㅏ?」
기는 갈팡질팡 못하고 있지만, 오히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더더욱 만전을 기해야만 한다. 상처를 입은 상태에서 아까같은 강렬한 일격을 맞게 되면, 기는 그대로 죽어버릴 가능성조차 있었다. 그렇게 되면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후위들 중 누군가가 앞으로 나가야만 했다.
그렇게 되면 늦든 이르든 나도 죽게 된다, 라는 논리로 나는 나를 위해 그녀를 죽게 놔둘 수는 없었다. 그걸 있는 그대로 설명해주니, 기는 ㅋㅑㅋㅑ거리며 웃었다.
「너 덕분에 밤에는 따뜻하니깐 말ㅇㅑ. 널 위해서도, ㄱㅣ는 죽지 않도록 조심할ㄲㅔ」
시그가 제지하지 않았으니, 아마 내 판단은 틀리지 않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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