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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개좆같다(迷宮クソたわけ)」
제 69화 영웅후보


도시에 도착한 후, 스테아를 교회에 돌려 보낸 나는 시가플 대의 리더인 시그의 집으로 향했다. 시그는 번화가에 줄지어 서 있는 2층짜리 연립주택 건물 중 하나에 살고 있었지만 부모와 형제, 누나 부부와 그 아이들까지 합쳐 동거인들의 숫자는 10명이 넘었다. 그 10명 중에서도 노예인 나와 친하게 지내주는 사람은 시그와 시그의 형제인 사우제 뿐이었다.

「노예 형아!」

나를 발견한 사우제는 집 안에서 튀어나왔다. 옆에 있던 모친이 눈썹을 찡그렸다. 이 도시에서 노예를 가장 심하게 차별하는 사람들은 다름아닌 하류계층의 자유시민들이었다. 반대로 중류층 이상은 하층시민이나 노예를 잘 차별하지 않는다. 삶이 풍족하니만큼 관용이 생긴다, 같은 게 아니라 단순히 하층계급이나 노예나 별다를 게 없는 미천한 놈, 또는 경제 동물 정도로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뭐 그런 연유로 나는 시그의 집안에는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대화하려면 일부러 집 밖에 나와야만 했다.

「여어, 사우제. 시그는 있어?」

「공원에 갔어. 그것보다 형아, 다음에 또 메리아 데리고 와!」

사우제는 싱긋 하고 웃는다. 사우제와 메리아는 가끔 같이 놀러다니곤 했다. 하지만 사우제는 하층계급의 자식이라 그런지, 우리가 사는 저택에 놀러와도 문지기는 들여보내주지도 말을 전해주지도 않았다.

나는 사우제와 약속을 한 뒤, 근처 공원으로 향했다. 곧 시그를 발견했다. 그는 공원 가장자리에서 장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폭포처럼 땀을 흘리면서 한순간도 쉬지 않고 검을 계속 휘둘렀다.

그 움직임은 기교적이라기 보다는 몹시 거칠고 야생적이었다. 하지만 미궁에서 만나게 되는 적들 중 태반이 야생의 짐승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걸로도 충분했다. 어설픈 기교를 섞을 바에야 두려움을 뿌리치고 마물에게 돌진해, 전력으로 무기를 휘두르는 것이 더 중요했다.

넓은 공원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모험자 도시의 공원인지라, 공원 여기저기에는 시그처럼 무술을 연마하는 자들이 꽤 있었다.

돌연, 시그는 나를 눈치채더니 검을 멈추었다.

거친 호흡과 땀으로 흠뻑 젖은 옷. 검은 쥔 손은 크면서도 피부가 두껍다. 시그는 나를 향해, 사우제와 꼭 닮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인사자(人獅子)와 조우했어」

내 말에 땀을 닦던 시그의 동작이 멈췄다.

「고작 지하 1층. 그것도 입구 바로 가까이에서」

「용케 살아남았군」

시그는 장검을 검집에 돌려놓으면서 가까이에 있던 벤치에 걸터 앉았다. 나도 따라서 옆에 앉는다.

「한명 죽었어. 육성 중인 견습 전사 한명. 그것도 엄청 위험해서, 기도 죽을 뻔했고 전멸 당했어도 이상하지 않았어」

「그렇겠지」

시그 역시 인사자와 조우한 적은 없을 터였다. 그렇지만 인사자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학교에서도 배우는 데다, 무엇보다 그는 이 마을에서 모험자를 동경하면서 자라왔다. 강대한 마물들에 맞서는 영웅같은 모험자를 그는 계속 꿈꿔왔던 것이다.

「기랑 스테아가 있었으니까, 그 정도에 그친거였어. 이게 만약 견습생 5명을 데리고 다니는 지도원 일이었으면, 나도 같이 죽었겠지」

오히려 인사자와 조우해 전멸당한 파티도 있지 않았을까?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전멸당해버리면 그걸 보고할 사람도 없어지니까 미궁 밖에 그 정보가 전해지는 데는 시간이 걸리게 된다.

「게다가 우리가 부탁받은 육성 임무 쪽도 수상하기 그지없고」

나는 우리가 처한 상황과 내 견해를 시그에게 밝혔다. 시그는 묵묵하게 지면을 보고 있었다.

「지금 시점에선 그냥 다 추측이니까, 선수를 빼앗겨도 어쩔 수 없지만 말야. 시그도 협력해 주지 않을래?」

「루가무는?」

「설명은 하겠지만 이번에는 아이들을 좀 돌봐줬으면 해. 뭣보다 루가무가 표적이 되면 당연히 아이들도 노려지게 될 테니까」

「나 역시 가족이 있다구」

시그는 기분 나쁜 듯이 말했다. 나 역시, 그 점을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만약 내가 협박하는 측이라고 가정하고, 눈앞에 자유시민이랑 호적도 없는 아이들이 있다면 당연히 후자를 노릴거야」

도시 내에서도 도시주민들의 거주지는 모험자 출신 병사들이 경비대를 편성해 긴밀하게 순회하고 있었다. 게다가 시그의 집은 얇은 벽으로 옆집과 구분되어 있는 연립주택이다. 어지간한 고수가 아니라면, 들키지도 않고 주민을 납치하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거기에 자유시민이 피해를 입으면 영주부가 철저하게 조사해올 가능성도 높았다.

반면 루가무와 아이들이 살고 있는 곳은 주택지로부터 떨어져 있는 외딴 집이었다. 게다가 그들 중에는 루가무를 포함해 도시 호적을 지닌 사람도 없어서, 피해를 호소해도 제대로 된 조사가 이루어질 지는 의문이다. 나라면 루가무가 집을 비운 사이를 노려 아이들을 납치할 거다. 그러니 표면적으로 루가무에게 협력을 구할 수는 없었다.

「스테아 쪽 교회도 여자와 아이들만으로 잔뜩 있잖아?」

시그의 의문은 아예 말도 안되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확실히, 쳐들어와서 사람을 붙잡아 가는 것뿐이라면『황야의 집 교회』도 노리기 쉬운 먹잇감이겠지만, 나라면 그쪽이랑은 다투지 않겠지」

『황야의 집 교회』는 그 정치력으로 국가의 중추부분과 유착하고 있다. 그래서 그 시설을 습격해서 범행이 드러나면 나중에 큰 문제가 된다.

무엇보다『황야의 집 교회』에 무력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수도승 전사들도 보유하고 있는데다 암살자들도 숨겨놓고 있다. 더군다나 스테아나 3인방의 고향에서도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조직이기에 더더욱 당당하게 손을 대기 어렵다. 잘해봐야 외출 중인 스테아를 직접 납치하는 것 정도다. 그거라면 사고를 위장해서 스테아를 없애거나, 협박해서 입을 막아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보이게 할 수가 있었다.

「그러니 스테아 쪽에도 손을 써둘 거야. 그 3인방이 오늘 저녁에라도 도망쳐 돌아가기라도 하면 그걸로 끝이고, 반대로 아무일도 없었다면 우리는 그냥 멍청이가 되는 것뿐이고 손해는 없어. 시그도 협력해 줄래?」

나는 일어나서 시그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시그는 찌푸린 표정을 띄우고 있었지만, 결국에는 승락해주었다. 도움을 요청받으면 거절하지 못한다. 그는 확실히 영웅으로서의 자질을 지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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