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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개좆같다(迷宮クソたわけ)」
제 70화 주점Ⅲ


밤, 주점에 가니 베리코가와 처기는 와 있지 않았다. 직전에 사원에 들려서 토웨의 유체가 맡겨져 있는 것을 확인했기에 그들 역시 도시에는 돌아와 있는 듯했다. 내심으론 그 두 사람이 이대로 도망가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되면 보수도 못받게 되는 데다 조합의 지도원 일도 못하게 되는 거지만, 복잡한 문제에 말려드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하지만 멍청하게 입을 벌리고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었다. 수습조차 못할 지경에 이르러 울음을 터뜨리기보다는 약간 창피당하는 선에서 그치는 게 백번 나으니까.

점원에게 물어보니 주인장은 2층에 있다고 해서, 나는 2층으로 올라갔다. 사무실을 방문하는 건 이걸로 두번째다. 문에 노크 한 후, 잠시 기다리니 수염 얼굴에 올챙이 배가 튀어나온 중년 사내가 얼굴을 내밀었다. 그는 나를 보더니 대놓고 싫은 듯한 얼굴을 했다. 나는 노예이므로 방안으로 들어갈 때는 자유시민인 그의 허가를 받을 필요가 있었다.

「무슨 용무인가?」

중년은 이 주점의 점주로, 도시의 여러 모험자들과 안면이 있는 거물이었지만, 몇번 정도 생트집을 잡힌 적이 있었다. 이쪽 역시 이 남자의 귀와 손가락과 손목을 잘라버린 적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은 서로서로 거리를 두고 있어서 이런 식으로 대면하는건 오래간만이었다.

「이 도시에, 위기가 도래한 것이 아닌가 싶어서 상담하러 온 겁니다」

점주는 잠시 침묵하더니 들어오라고 말했다. 점주는 혼자서 사무 작업을 하고 있었던 모양으로 다른 사람은 없었다. 지시에 따라 응접용 소파에 앉았다. 이전에 루가무가 상판을 쳐서 두동강내버린 응접용 테이블은 수리되어 있었다.

「그래서 무슨 일인가?」

주인장은 내 반대편에 앉은 후 질문해왔다. 나는 그 3인방에 대해서 설명했다. 아무리 봐도 납득이 안되는 존재들이었다. 계속해서 꾸며낸 이야기를 섞으면서, 마치 술집 주인장이 쥐고 있는 기득권익을 노리고 북방으로부터 침략자가 찾아오는 것처럼 북방의 위협을 설명했다. 점주의 표정은 험악해졌지만, 전적으로 믿지는 않는 눈치였다.

「정말인가 그건?」

「아니요. 제가 상상해낸, 꾸며낸 이야기입니다」

점주의 수상쩍어하는 질문에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결국 아무런 증거도 없다. 그냥 허언이었다. 하지만 진실에 가까운 설명을 먼저 해놓았기 때문에, 반 정도는 믿기 시작했던 점주는 혼란해하고 있었다.

「뭐냐 그건. 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냐?」

「그럴 듯한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무 일도 없다면 단순한 망언이겠지만, 정말로 그런 일이 벌어지면 그때가 되서야 사실이 되겠죠」

다만, 정말로 그런 일이 벌어지면 그의 지위는 어떻게 될 것인가? 그게 중요했다. 누구든 간에 풍족한 생활에서 궁핍한 생활로 전락하고 싶지는 않겠지. 거기에 목숨을 빼앗길 가능성조차 있다고 생각하면 더더욱.

현단계에서는 가능성 수준의 이야기다. 하지만 그 가능성이 얼마나 더 낮아야 무시할 수 있을까? 아마 무리겠지. 두번 다시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알아버린 이상, 그걸 아예 싹 무시하는 건 정상적이지 않다. 점주는 턱에 손을 대며 생각에 빠졌다.

「일단, 북방에서 찾아온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부터 조사해보는 정도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막연하게 무언가를 고민중일 때, 간단하고 구체적인 대책이 눈앞에 제시되면 사람들은 그것을 쉽게 받아들이곤 한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약간의 안심감을 느끼게 된다. 점주 역시 그것밖에 없겠군, 이라고 중얼거리며 앞으로 대책을 세울 것을 정했다.

그는 안면이 있는 모험자를 몇 명정도 동원해서 작업에 착수하게 될테고, 그러면 도시 내에 사는 여러 사람들도 알게 되겠지. 만약 내가 상정한 조직이 실존한다면 그 소식을 듣고 상당히 경계할 것이다. 그리하여 아주 약간이나마 그들의 동향이 정체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았다.

있을지도 없을지도 모르는 적을 상정해서 움직이는 건 엄청난 바보짓이다. 나중에 이 소심함을 스스로 비웃어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계단을 내려가자, 1층에는 베리코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도망쳐 주었다면 제일 편했을 텐데, 어찌된 영문인지 야무진 표정으로 강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여어, 지도원!」

미궁 진입 전까지만해도 나를 노예라고 불렀던 점을 고려하면 약간은 둥글어진 모양이었다. 뿐만 아니라 옆에 앉은 내 몫으로 자기 것과 같은 술을 주문해 주었다. 술에는 항상 실패한 기억밖에 없어서 사양해두고 싶었지만, 입을 대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해 그냥 고개를 숙이고 받아들였다.

「토웨를 위해 기도해 주게」

그렇게 말하며 베리코가는 잔을 텅텅 비웠다. 그러더니 내 앞 테이블에 놓인 술을 지그시 지켜본다.

어색한 침묵.

「이봐, 애도를 위한 건배다. 우리가 당신에게 막되먹은 취급을 한 건 사과하겠지만, 그것 정도는 마셔 주라고」

베리코가는 슬픈 듯이 말했다. 그의 심정을 헤아려 곁에 있어 주는 것과 냉정함을 유지하는 것 중에 어느 쪽이 중요할까? 고민했지만, 결국 잔의 내용물을 비우기로 했다.

단순히 쓴 것도 매운 것도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차가운 주제에 뜨겁다. 그런 액체가 내 위 속으로 파고들어간다. 그리하여 뜨거운 공기가 코에서 뿜어져 나왔다. 베리코가로부터 얼굴을 돌리고 어깨를 떨면서 버텼다.

「토웨를 위해 울어주고 있는 거야?」

확실히 코가 찡해서 눈물이 나오고 있었지만, 이 놈은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가? 아니, 그들은 술을 사랑하는 북방 전사들이다. 어쩌면 술이 약한 남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상상조차 못하고 있는 걸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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