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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개좆같다(迷宮クソたわけ)」
제 72화 스승과 제자
미궁에서는 전위 3명, 후위 3명이 기본이다. 전사가 4명 이상 있어도, 4명째부터는 후위에서 할일없이 그저 서 있게 된다. 이번 파티에서 전위 포지션에는 시그와 기 그리고 베리코가를 배치했고, 후위에는 나와 스테아 그리고 할일없는 처기가 늘어서 있다. 베리코가와 처기는 상황에 따라 교대시켜 상황을 볼 예정이었다.
4마리의 거대 거미가 뛰쳐 나왔다. 놀랍게도, 제일 먼저 베어들어간 사람은 베리코가였다. 검끝이 빗나갔기에 대단한 데미지는 주지 못했지만 적극적으로 공격하는 자세를 보인 점만큼은 성장했다고도 볼 수 있겠지.
당연하게도 시그와 기가 각각 한마리씩 처치했고 나머지 거미들이 가해오는 반격도 무난히 피해냈다. 다만 베리코가는 완전히 피해내지 못했다. 제대로 베어내지 못한 거미가 베리코가에게 달라붙어 그의 팔에 입에서 뻗은 관을 찔러넣은 후 무언가를 주입하고 있었다.
아마 독이다.
즉효성은 없지만 몸을 움직일 때마다 체력을 빼앗기다, 결국 대상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 베리코가에게 달라붙어 있던 개체를 포함해 남은 거미는 모두 시그와 기가 잘라 날려버렸다. 베리코가의 팔은 2배 정도로 부풀어 올랐고 그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나도 학생이었을 적에 강의의 일환으로서 독을 체험해 본적이 있었는데, 그건 정말 아팠다. 심장이 움직일 때마다 욱신욱신하고 둔한 아픔이 달렸고, 강렬한 가려움도 동반했다. 익숙해지면 평소와 다름없이 움직일 수 있다고 들었지만,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선 기분 나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내 앞에, 베리코가가 성대하게 토했다.
독은 대책이 없다면 반드시 죽어버리기에 무서운 것이지만, 그렇기 때문에야 말로 모험자는 독에 대한 대책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나는 배낭에서 해독 환약을 꺼내, 경련하고 있는 베리코가의 입에 집어 넣었다.
눈은 텅 비어 있었지만 증상은 고통뿐이고 오감은 흐려지지 않는다. 삼키라고 재촉하자, 베리코가는 울대뼈를 상하로 움직이며 그것을 삼켰다. 이에 더해 해독용 연고를 환부에 바르는 것으로 처치를 완료했다. 스테아도 해독 마법은 터득하고 있었지만 의외로 고레벨을 요하는 마법이었기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현 시점에서는 가능한 한 온존해두고 싶었다.
물론, 해독 비용은 나중에 따로 청구할 생각이다.
「베리코가 씨는 괜찮습니까?」
상황의 흐름을 보고 있던 처기가, 망설이면서도 물어왔다.
「조금 상황을 봐야겠네요. 독은 나을거라고 생각하지만, 구토를 하기도 했으니 체력도 소모되어 있을 겁니다. 다음에는 처기 씨가 전위로 나와 주세요」
약간 불평이라도 하리라고 예상했지만 처기는 그것을 순순히 승락했다. 무언가에 감화되어 있는 것일까? 어느 쪽이건 간에, 싸운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거니 이제 겨우 모험자가 되기 위한 입구 근처에 서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지.
*
얼마쯤 휴식을 취하자, 베리코가의 상태도 좋아졌기에 전진을 재개했다. 내 옆에서 걷고 있는 베리코가의 눈에 아직 투지가 남아 있는 것을 보면, 토웨의 죽음은 그에게 상당히 큰 충격을 준 듯했다. 앞서 걷는 처기도, 긴장으로 몸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지만 어제와는 다르게 엉거주춤한 자세는 아니었다.
통로 건너편에서 걸어오는 소형 아인계 마물이 보였다. 저쪽에서도 동시에 우리를 눈치챈 듯, 으르렁거리고 위협하며 무기를 꺼내들었다. 처기는 기 죽지 않고 검을 뽑더니 대상단(大上段)의 자세를 취하며 횡설수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야아, 나야말로 북방 전사단 소속, 노토쿠 유검술 도장 수석검사, 백은의 처기다!」
그 시점에는 이미 전투가 벌어져 있었고, 6마리의 코볼트는 시그와 기가 1마리씩 찔러 죽이고 있었다. 남은 코볼트들도 내 마법이 성공한 덕분에 의식이 날아간 상태였다. 처기는 대체 무슨 생각일까,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걸까 같은 걸 생각하는 건 전부 다 끝난 다음에 하면 된다. 일단은 눈앞에 있는 위협을 배제하는 것이 우선이다.
시그에게도 사전에 이들이 얼마나 덜떨어진 얼간이들인지 설명해두었기 때문에 그 기행을 다행히 무시하고 움직여주었지만, 처기가 낭랑하게 일장 연설을 하는 것을 보곤 역시나 놀라워하고 있었다.
「나의 친애하는 스승, 토웨의 목숨을 빼앗은 미궁의 마물들이여. 나의 스승으로부터 이어받은 검으로 멸살시켜 주겠다!」
이 시점에서는 이미 전투가 종료되어 있었고, 시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검을 검집에 되돌리고 있었지만, 처기가 한술 더 떠 장광설을 계속하는 것을 보고는 진심으로 경악했는지 완전히 동작을 멈추고 있었다.
「거슬러 올라가길 4년전, 나의 스승인 토웨를 알게 되고 노쿠토 유검술 도장에 입문한 날로부터......아팟!」
「시끄러우ㅓ」
처기는 기의 손가락에 쿡 찔리고 나서야 겨우 입을 다물었다.
「다음에, 똑같은 짓거릴 하면 죽인ㄷㅏ」
「아니, 그치만 긍지를 걸고 결투할 때는 이름을 댈 필요가 있어요, 기 씨......아팟!」
「하늘이 두쪽으로 갈라져도 너는 ㄱㅣ라고 부르지 마ㄹㅏ. 브론이라고 불ㄹㅓ」
전투에 쓸모 없다는 점에서는 스승이나 제자나 별 차이가 없었지만, 두사람 모두 엉거주춤한 태도를 벗어던진 것만 해도 충분한 성장이었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이것도 저것도 전부다 바보짓처럼 느껴져서 견딜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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