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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개좆같다(迷宮クソたわけ)」
제89화 악수
『쇄혼(砕魂)!』
우르가 마법을 외치자, 어스 골렘들의 움직임이 멈췄다.
「당신은 아직『쇄혼(砕魂)』은 못쓰겠지」
우르가 사용한『쇄혼(砕魂)』은 저항력이 낮은 혼을 깨부수는 마법이지만, 고도의 순응을 필요로 하기에 내가 쓸 수 있게 되는 건 아직 먼 미래의 일이었다. 그런 주제에 효과는 미묘해서 강력한 마물에게는 안통하고, 약한 마물을 상대로는 좀 더 저위 마법으로도 충분히 대응이 가능했다.『쇄혼(砕魂)』을 쓸 바에야 온존시켜서 같은 선반에 놓인 다른 마법을 쓰는 편이 나았다. 학교에서도 그렇게 배웠다.
「교과서적으로 생각하면 그렇지. 하지만 심층의 마물들 중에서도 혼이 약한 마물은 의외로 많단다. 예를 들면 정체가 잡령에 지나지 않는 골렘 같은 부류에게는 효과가 좋지」
우르는 온화하게 웃었다. 실전에 기초한 지식이야말로 그녀를 대마법사로 만든 것일까? 골렘들은 얼마안가 천천히 무너져내렸다. 대량의 토사가 통로 바닥에 흩어지며 흙먼지를 날렸다.
「이변을 일으킨 것은 생명체만은 아니라는 것이군」
브란트는 떨떠름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 내심 짜내고 있었던 추론과 현실이 괴리된 탓이겠지. 그는 근처의 바윗덩이에 앉아서 생각에 잠겼다.
우리도 흩어져서 각자 따로 앉았다. 원래 휴식중이었으니만큼 다시 휴식이 재개된 것이지만, 화제까지는 되돌리지 못했다. 나는 아직도 아픈 손을 숨기면서 우르의 곁에 앉았다.
「너는 왜 마법사가 된거니?」
우르의 질문은 다분히 흥미본위의 질문이었지만, 대답하려다고 잠깐 멈칫하고 말았다. 솔직하게 말해도 혼나지 않으려나?
「저기 음, 저는 채권노예인데요. 주인이 이것저것 검토한 끝에 다른 직업에는 적성이 완전 꽝이라고 판명되어서 말이죠, 소거법으로 마법사가 되었습니다」
애초에 모험자가 된 것조차 우연이라 내가 직접 지원한 것도 아니었다.
「흐응, 그럼 모험자가 안됐다면 무슨 일을 하고 있었을 것 같아?」
어려운 질문이다. 내가 나고 자란 시골에서는 거의 모두가 농작업이나 산일에 내몰려 있었다. 유망한 농지도 아니거니와 목재를 운반해 매각하기엔 시장이 너무 멀었다. 그야말로 빈곤을 그림으로 그린 듯한 마을이었다. 가끔씩 행상인이 찾아와서 헌 옷이나 냄비같은 일용품과 마을 아이를 교환하기도 했다. 때때로는 노예 사냥꾼들이 습격해와서 마을 사람을 납치하기도 했다.
그건 먹일 입을 줄이기 위함이기도 했다. 노예 사냥꾼들이 들이닥치면 마을 사람들은 서둘러서 몸을 감추려할 뿐, 납치당하는 사람을 구하려고는 하지 않았다. 다쳐서 움직일 수 없는 자를 돌봐줄 만한 여유는 없었기에 마을에서는 그게 최선의 선택이었다.
내 부모 역시, 교환품목으로서 나를 행상인에게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상인은 나를 흘긋보더니 상품을 도로 챙겨가버리는 바람에 그 때는 노예가 되지 않을 수 있었다. 대신 상품가치가 낮다는 사실을 알아버린 부모로부터 나는 계속 냉대받게 되었지만. 그 뒤, 노예 사냥꾼에게 붙잡혀서 지금 현재에 이른다. 그렇지만 붙잡히지 않았더라도 아마 마을에서는 계속 살 수 없었을 지도 모른다.
나에게는 빈궁한 식사를 버티면서 매일매일 가혹한 노동에 종사할만한 체력이 없었다. 무거운 물건을 들 수 있는 힘도 없었고 도구를 만들 정도의 손재주와도 연이 없었다. 빈궁한 그 마을에서 나같은 존재는 식량만 축내는 천덕꾸러기로 여겨졌고, 제대로 된 마을의 일원으로서는 인정받지 못했기에 늦든 이르든 간에 마을에서는 쫓겨났을 것이다.
그렇게 마을에서 쫓겨난 떠돌이가 대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나는 노예상으로부터 문자를 배우기 전까지는 글자를 읽고 쓰는 것도 할 수 없었으니, 문맹이라도 할 수 있는 육체노동이나 견습 직공, 그게 아니면 도적 정도겠지만 그 어느 것도 내게 가능할 리가 없다. 남는 건 남창이나 모험자겠지만, 스스로 선택한다면 역시 남창은 좀 사양하고 싶다.
「아마, 모험자 일 말고는 아무것도 못하겠지요」
「헤에, 그럼 직종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면?」
모험자를 지망하는 자들 중 태판은 전사가 되기를 희망한다. 그건 모험자를 지망하는 녀석들 중 대부분이 체력이 좋기 때문이라서지만, 나는 아픈 건 싫으므로 체력이 충분해도 전위에 서고 싶진 않았다.
그렇다곤 해도 클레릭은 싫었다. 고향 마을에는 순회목사를 자칭하는 선교사 같은 성직자가 가끔씩 방문해왔는데, 그들이 늘어놓는 이상론보다 나는 당장 먹을 음식이 필요했다. 그래서 배고픈 나에게 빵 한 조각 나눠준 적 없던 주님께 무상의 감사를 올리라고 강요받는다 한들 곤란할 따름이었다.
시프는 나쁘지 않지, 라고 생각하긴 했다. 그치만 원체 손재주가 없었던 까닭에 나는 부모형제로부터도 얻어맞으며 자라왔다. 시프가 된다면 아마 그런 재주를 구사하게 될 때마다 쓸데없이 안좋은 기억이 떠오를 것 같아, 결국 피하고 싶어졌다.
「아, 마법사를 선택하겠죠」
그렇게 말한 자신조차 깜짝 놀랐다. 그런가, 나는 마법사가 되었어야 했던 것이다. 지금까지 눈치채지 못했지만,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그럼 순수한 마법사는 아니네. 나랑 똑같아. 그렇지 않은 아이는 마법사가 되어도 금방 관두게 된단다」
우르는 기쁜듯이 웃었다. 연령은 내 부모뻘이겠지만, 그들과는 달리 표정에 굴곡이 없었기에 훨씬 젊어 보였다. 우르가 내 손을 붙잡자, 나는 두근두근거리고 말았다.
「저기, 기왕이니까 이번 모험 중에 내가 이것저것 알려줄게. 당신이 선생님이라고 불러주기만 하면 말이야」
현자라고 불리우는 대마법사의 뜻밖의 제안보다도, 쥐여진 손에 의식을 더 집중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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