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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개좆같다(迷宮クソたわけ)」
제91화 거대한 홀에서
브란트와 노라가 제각기 2마리 째의 뱀과 대치하고 있을 때, 나프로이는 왼팔뚝을 깨물고 있던 뱀을 강제로 잡아뗐다. 굵은 이빨이 빠진 자리에, 주먹 크기의 구멍이 2개, 그곳에선 기세 좋게 피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하나 더 가르쳐 주자면, 저 뱀에게는 잠재우는 마법이 유효하단다」
그걸 듣고는 허둥지둥 마법을 영창하려고 하는 나를, 우르 스승님은 침착하게 제지했다. 하지만 나프로이가 중상을 입어 버렸다. 저 거인이 쓰러져 버리면 우리 상황이 나빠지리라는 사실 정돈 우르 스승님 역시 알고 있을 터였다.
「머리에 너무 열이 올랐어. 좀 냉정해 지세요. 남은 뱀도 이제 한 마리 뿐이니까」
그 말을 듣고 침착하게 다시 보니, 브란트와 노라가 코사메의 원호를 받으며 뱀을 쓰러뜨리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하지만 나프로이는......
허둥대던 자신의 꼬라지가 부끄럽게 느껴질 만큼, 나프로이는 담담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팔뚝을 물었던 뱀은 이미 대가리가 깨져 있었고, 다리를 물었던 뱀은 감회도 없이 잡아 떼진 채, 내팽겨쳐진 상태로 으깨져 있었다. 전투는 그걸로 끝이었다.
「저기, 괜찮으십니까?」
태연한 얼굴의 나프로이였지만, 팔과 다리에는 거대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 미궁이 아니더라도 자칫하다간 치명상이 될 수도 있는 중상이었다.
「응? 뭐가?」
마치 먼지라도 터는 것처럼 나프로이는 피를 털었다. 그러자 피로 감추어져 있었던 피부가 드러났지만, 거기에는 상처가 없었다. 회복마법으로 치유한 것일까? 하지만 누가 마법을 영창하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
「아아, 상처말이야? 낫지, 체력이 남아있는 한」
나프로이는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하지만 상처가 낫는다는 건 대체 무슨 원리인가? 적어도 지금까진 배운 적도 들은 적도 없었던 일이었다. 나는 도움을 요청하는 것처럼 우르 스승님 쪽을 보았다. 우르 스승님은 약간 곤란하다는 듯한 얼굴로 설명해 주었다.
「나프로이는 이상체질도 겹쳐져 있기는 하지만, 모험자로서 미궁에 순응하면 체력도 붙게 되잖니? 그걸 계속 쌓아가다 보면, 인간의 몸으로도 곰이나 용보다도 맷집이 좋아지게 된단다. 그렇게 되면 상처가 회복되는 속도도 빨라져서, 죽기 직전까지도 전력으로 싸울 수 있게 되지. 그래도 중상을 입으면 회복만으로도 체력을 많이 소비하게 되니까, 다쳐도 된다는 말은 아니란다」
「이샤르를 쓰러뜨린 수준으론 실감조차 없겠지만 말이네」
브란트가 세검을 휘두르면서 말했다. 검신에 붙은 피가 바닥을 향해 포물선을 그렸다.
「자랑은 아니지만 이 몸의 체력은 모험자들 중에서도 최고가 아니냐는 말을 듣고 있다구? 누구보다도 맷집이 강한 경이적인 전사. 이름하여『강철』의 나프로이님이 바로 나란 말씀이다!」
익살스럽게 포즈를 취하며 호언장담한다.
과연, 상급 모험자들이 미궁의 심층을 돌아다녀도 잘 죽지 않는 데엔 그런 이유가 있었던 것인가?
하지만 그런 진실을 알아버렸다고 해도, 시가플 파티는 아직 이샤르조차 쓰러뜨리지 못했다. 아니, 그뿐 아니라 지하 4층을 다니는 것조차 전멸을 각오한 결사행이 된다. 그러니 그런 성장을 실감하게 되는 것은 아직 먼 미래의 일이거나, 아니면 그 기회는 영원히 오지 않을 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죽지 않는 것이야. 그런 의미로는, 나프로이는 모험자의 롤모델이네」
「제 롤모델은 우르 스승님입니다」
자신도 놀랐지만, 의도치 않게 나는 그런 말을 해버렸다.
「어머, 말솜씨가 있구나」
우르 스승님은 웃으면서 흘려들었지만, 그건 결코 인사치레가 아니었다. 나에겐, 어느 정도 공격을 당하더라도 움직일 수 있다는 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한방이라도 맞았다간 그대로 죽어버리니까. 자신이 순수한 마법사라고 말했던 우르 스승도 비슷한 상황에서 살아남아 온 것이다.
「저는 나프로이 씨처럼은 절대 못될 테니까, 역시 우르 스승님의 행동거지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후후, 고마워. 스승으로서 콧대가 좀 높아진 기분이야. 그래도, 그렇네. 귀여운 제자가 죽지 않도록, 선물을 줘야겠네」
그렇게 말하며 우르 스승님은 옷 속에서 목걸이를 끄집어 냈다. 쇠사슬 끝에는 아무런 모양도 없는 쇳조각이 묶여 있었다.
「아, 그걸 주는 거냐? 아무리 그래도......」
「시끄럽네. 내가 주고 싶으니까 주는 거야」
항의의 목소리를 높이려던 나프로이를 딱 잘라서 조용히시킨 후, 우르 스승님은 그 목걸이를 내 목에 걸어주었다.
「절대, 이 목걸이를 떼어 놓으면 안되요? 비싼 건 아니지만, 제 추억이 담겨 있는 거에요. 이걸 볼 때마다 제 가르침을 떠올려 주세요」
그리고, 그녀는 내 뺨에 입을 맞췄다. 대현자 우르에리의 축복을 받아, 나는 따뜻해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사람은 마력 없이도 마법을 쓰는 구나, 하고 생각했다.
*
『은혜의 열매 교회』종언의 땅인 거대한 홀에는, 아직 생활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줄지어 있는 의자나 책상, 냄비나 식기, 자재가 들어 있는 목재 상자. 드래곤 리픽이 전부 다 먹어치워 버린 것인지, 사체는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한조각도 남기지 않고 먹어준 것에 대해선 감사를 표하고 싶었다.
나는 다른 멤버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혼자서 홀을 거닐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죽음을 받아들였다. 아직 어린 아이들도 있었다. 나와 동년대의 젊은이들도, 노인들도. 그리고 테리오프레프도 있었다.
그녀를 떠올리면 가슴이 답답해지지만, 그녀가 건 저주 때문에 아마 죽는 날까지 잊게 되는 일은 없겠지. 부드러운 입술이 닿은 감촉, 달콤한 향기, 모든 것을 녹이는 깊은 빛을 머금은 눈동자. 바로 곁에 있는 것처럼 언제나 느껴진다.
나는 그녀 일행을 구해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내가 우르 스승님이나 나프로이같은 초인이었다면, 우격다짐으로 밀어부칠 수 있었을지 몰라도, 나는 아직도 여전히 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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