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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개좆같다(迷宮クソたわけ)」
제 92화 욕구
홀 가장자리에는 이전엔 천막으로 구분된 공간이 있었다. 천막은 없어져 버렸지만, 아무리 그래도 모험자나 도적들이 가구를 들고 나갈 정도의 여유는 있을 리가 없었기에, 소파와 침대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 달콤한 향기를 떠올렸다.
입구 쪽에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후, 나는 침구가 사라져버린 침대 위에 앉았다. 이 방에서 테리오프레프와 이야기를 한 이후로, 그리 오랜 시간은 흐르지 않았다. 오히려 정말 얼마 전에 벌어진 일이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마음은 점점 심란해져 갔다.
테리오프레프와 만나고 싶었다.
가슴을 옥죄여오는 감상에 눈물이 밀려나온다. 나는 목소리를 죽이고 혼자 울었다.
「뭘하고 있는 겁니까?」
말을 건네오는 쪽을 보니, 코사메가 서 있었다. 하지만 누가 있든 간에 지금은 상관없었다. 나는 얼굴을 감싸며 계속 울었다.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고민이 있다면 들어드리겠습니다만」
평소처럼 신비로운 목소리로, 코사메가 물어왔다. 그건 성직자다운 행동이겠지.
「......잠시 동안만 혼자 있게 해 주세요」
코사메는 잠시 동안 묵묵히 서 있다가, 내 흐느낌이 계속되자 자리를 떠나갔다. 몇분 정도, 그녀 일행을 생각하며 울어주는 것으로 내 나름대로의 애도의 의식을 끝냈다. 지금 현재도 해결해야할 문제가 산더미처럼 있었다. 그녀를 잊을 수는 없겠지만, 마음의 정리는 되었다.
나는 두번 다시 방문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그녀의 방을 한번 돌아본 후, 등을 돌렸다.
*
홀의 입구 쪽에서는 브란트가 아직도 뱀의 사체를 조사하고 있었다. 돌아온 나를 흘긋 보더니 다시 뱀에게 시선을 돌렸다. 다른 사람들은 할일 없이 앉아 있었다.
「진정되었습니까? 그럼, 고민을 말해 보세요」
코사메는 소리없이 내 옆에 서 있었다.
내심 여러모로 마음에 걸리는 부분은 있었지만, 지금 갑자기 변덕을 부려 입을 닫는 건 상책이 아니었다. 뭔가를 상담해야한다. 고민거리는 잔뜩 있었다. 코사메에게만 상담하고 싶은 문제는 단 하나도 없었지만, 그래도 마침 묻고 싶은 것이 있었다.
「여러분들처럼 저도 강해지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하면 강해질 수 있을까요?」
그곳에 있는 전원에게 물었다. 브란트까지 포함해 모두가 나를 쳐다보았다.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그 모두가 범인(凡人)을 아득히 초월하는 강자들이었다.
「간단하잖아? 죽지 않으면서 미궁을 전전하다 보면 어느샌가 강해진다구」
제일 처음 입을 연 사람은 나프로이였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는 직설적인 그 대답은 그에겐 진실 그 자체였겠지.
「죽지 않는다, 라는 부분도 어렵겠지. 안전하게 강해지고 싶다면 내게 돈을 지불하게나. 달인 수준에 이를 때까지는 책임지고 지도해 줄테니」
브란트도 콧수염을 빙긋 하고 움직였다. 그 말에 자조적인 분위기가 얽혀 있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유소년기부터 훈련을 반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 의미로서는 당신은 이미 너무 늦었을 지도 몰라요. 하지만『황야의 집 교회』에서는 서로서로 돕는 것을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입교하신다면, 필요할 땐 제가 도와드리러 가겠습니다」
코사메의 경우, 조직으로서의 강함을 중시하고 있겠지. 그건 그거대로 하나의 정답이기는 하다고 생각하지만, 마음에는 깊게 와 닿지 않았다. 노라는 대답할 마음이 없는 모양으로 묵묵히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강해질 필요가 있는 거니?」
우르 스승님이 복잡해보이는 표정으로 말했다. 미궁 순응이 지나치게 진행된 몸으로서, 인간을 초월한 힘을 아무 생각없이 찬미할 수는 없는 건지도 몰랐다.
「저에게는 구하고 싶은 사람이나 지키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이 힘을 필요로 할 때, 그 힘을 빌려줄 수 있도록 되고 싶습니다」
「그래. 그렇지만 말야, 완력이나 마법......즉, 폭력만이 힘의 전부는 아니잖니. 다른 종류의 힘을 능숙히 구사해서 대처할 수도 있지 않을까?」
우르 스승님의 말은 정론이다. 하지만, 애초에 허약한 내가 폭력에 의존해 문제를 해결한 적은 거의 없었다. 폭력 이외의 이런저런 힘을 이용해 상황을 유리하게 이끌고, 흙바닥을 기면서도 원하는 결과에 가까워지도록 노력하고 있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내 힘은 항상 충분하지 못했다.
시가플 파티의 멤버들이나 메리아, 거두어들인 아이들과 저택의 친절한 하인들. 그들이 부조리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나는 과연 그들에게 믿음직스러운 방파제가 되어줄 수 있을까? 현재 상태로는 절대 불가능했다.
「폭력이 필요합니다. 돈도 시민권도 없는 외지인이니까요」
지금도 적극적인 비호를 받지 못하고 있으니까, 여차하면 법률이나 관헌들도 손쉽게 적으로 돌아서겠지. 얕은 꾀만 부릴 줄 아는 두뇌와 속이기만 잘하는 혓바닥만으론 부족하다. 무엇보다 설득력이 있는 것은 틀림없이 물리적인 파괴력이었다. 이 생각은 잘못되진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우르 스승님의 슬퍼보이는 얼굴을 보면, 자신이 어리석은 말을 입밖에 내고 만 게 아닐까 하는 기분이 들었다.
「당신의 생각은 잘 알겠어요. 그래도 말이야, 그래도 힘을 갈망하는 건 위험한 행동이야. 나도 나프로이도 힘을 계속 갈망해온 끝에 더 이상 되돌아올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어. 힘이란 건 갈망해도 끝이 없는 거니까」
우르 스승님의 말에 나프로이는 얼굴을 구겼다.
「완력에만 한정해 하는 말이 아니야. 국왕은 영토확대를 위해 전쟁을 반복하고 있고, 귀족이나 상인들은 출세나 축재에 여념이 없어. 그쪽 아가씨가 소속되어 있는『황야의 집 교회』역시 이미 충분한 권세를 누리고 있는데도 한층 더 가열찬 야심을 숨길 생각조차 안하는걸」
코사메가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우르 스승님은 그쪽에 손가락을 뻗어 침묵하게 했다. 압도적인 힘이 있기에 가능한 행위였다.
스스로 부정하면서도, 우르 스승님의 폭력의 사용법은 훌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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